용연계곡에 핀 자귀나무꽃. (사진=송기남)
용연계곡에 핀 자귀나무꽃. (사진=송기남)

자귀낭, 자구낭, 자골낭. 모두가 자귀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자귀낭은 콩과식물 낙엽 활엽 소교목으로 키는 5미터 내외로 자란다. 수형은 옆으로 가지를 뻗어 맨 위 부분이 수평을 이룬다.  한국에는 제주에서 개마고원 밑에까지 자생하는 전국 분포식물이나 그중에도 제주에서 가장 많이볼수있는 식물이다.

완연한 연두빛이 생동하는 4월 하순까지도 죽은나무처럼 빈 가지만 남아 눈치를 보다가 늦추위가 완전히 지나간 시기에 맞춰 5월쯤에야 여린 잎을 조심스럽게 내민다. 파란하늘 태양이 활짝 웃으며 나뭇잎을 따뜻하게 쓸어 내리면 간밤에 포개어 잠들었던 이파리들이 활짝 일어나 기지개를 키고 하품하는 모습을 볼수가 있다.

그래서 자귀나무를 옛사람들은 합환목, 또는 합혼목 이라 하였을까? 자귀나무의 낮과 밤사이 생체리듬은 신혼생활의 달콤한 꿈에 젖어 살아가는 인간들 사회와 닮은데가 있다.

날씨가 흐려지거나 해가 지면 작은 이파리 들은 서로 얼굴 마주보며 안아주며 잠이든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뜨거운 7월까지 나무가지 끝에 꽃을 피운다. 보드라운 털뭉치처럼 하늘을 향해 피운 꽃은 밑부분 흰색과 윗부분 붉은색이 미용사의 기술을 빌려 물들인듯 화사하다.

이렇게 꽃들이 꽃단장을 하는것은 멀리있는 곤충들에게 '나를 좀 봐달라'는 것이다.' 종을 번식시킬려는 본능이다.

식물의 꽃들은 우리 인간들처럼 색깔만 화려하게 명품화 하지도 않으며 부려 먹기만하고 그냥 보내는 사기꾼들도 아니다. 수고롭게 꽃들을 일일이 수정시켜주신 곤충님들께 꿀물이라도 넉넉히 가져 가시라고 꿀단지를 아예 개봉해 놓고 기다리신다.

이들 식물과 곤충들 사이에 공리 공생에  사회주의 성공을 우리 인간사회에도 도입해보는건 어떨까?

나의 어린시절 들판에서 소를 돌보던 할아버지들이 말씀하시길 자귀나무 아래서는 잠자지 말라고 타이르셨다. 10대 초반의 나는 너무도 궁금해서 속속 캐물어 알아낼려고 하였다. 그 당시 어른들은 "쬐꼬만 녀석이 어른들이 말하면 그냥 '예' 하지 않고 버릇없이 군다"고 야단을 치셨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더 물어보지 못한 자귀나무의 비밀은 아직도 나에게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어째서 옛 어른 들은 한여름 꿀물이뚝뚝 떨어지는 자귀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지 말라고 하였던걸까?

자귀나무는 여름에 오래도록 꽃을 피운다. 가을이면 콩꼬투리처럼 길고 납작하게 생긴 씨방에 작은 콩씨같은 씨앗이 대여섯방울씩 들어있다. 낙엽진후 겨울나무에서도 자귀나무 씨앗꼬투리들은 주렁주렁 달려있는것을 볼수있다.

자귀나무는 적당히 습하면서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다. 속성으로 자라면서도 가지다듬기가 필요없을 만치 적당한 키에서 멈춘다. 가지는 옆으로 뻗기때문에 꽃이 나무위에 피어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관상수로서 기대되는 식물이나 꽃피는 시기만큼은 새나 곤충들이 몰려들어 똥을 싸는게 흠이다. 나무는 재질이 매우 좋아서 땅을 계간할때 쓰는 따비를 만들거나 여러가지 농기구를 만드는데도 반드시 필요했던 나무다.

동의학에서 생약명으로는  나무껍질을 합환피; 라 하고 꽃을 합환화; 피기전 꽃봉오리는 합환미; 라 하여 모두 약재로 쓴다.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합환피는 정신안정제로서 우울증과 불면증을 다스리고 히스테리성 정신질환을 편안하게 다스린다.

자귀나무 꽃과 꽃봉오리도 정신 불안과 불면증을 다스린다. 나무껍질은 물 1리터에 20~30g 넣어 물이 반으로 줄면 하루 3번 나눠서 마신다. 꽃은 10g 을 물 700밀리 에 넣어 반드로 줄때까지 달려 하루 2~3회 나눠 마신다. 화사한 자귀낭꽃이 우리산천에 아름답게 피는 여름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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