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미 나무. (사진=송기남)
시로미 나무. (사진=송기남)

시로미는 제주어와 표준어가 따로 없을정도의 전국민이 같은 이름으로 쓰는 말이다.진달래과의 상록 소교목으로 한라산 해발 1500 고지 이상 아고산대부터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일교차가 크고 햇볕이 잘 드는 높은 산에서만 자생할수 있다.

옛날 옛적, 진나라에 시황제는 군웅할거하던 주변국들을 모두 평정하고 대제국으로서 하늘아래 모든 나라를 통제하게 된다. 제국의 황제밑에는 금은 보화를 잔뜩 챙겨 모은 제 2인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서복이다.

서복은 간사하면서도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는 곧 다음 권력자들에 의해 처단될 위기에 있음을 직감하게된다. 서복은 시황제의 마지막 심복으로서 챙겨먹을건 모두 챙겨서 황제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한다. 시황제의 마음을 모두 읽어버린 그는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감언이설로 시황제를 농략한다.

"황제 폐하! 폐하마마께 옵서 천하를 모두 얻으셨으니 이제 불멸의 신비로운 약을 드시어 오래 오래도록 이나라를 통치하시옵소서! 하여 제가 소문에 듣기로는 아침해 떠오르는 바다건너 영주섬에 신비로운 불로초가 있다 하옵나이다."

"오호! 그대는 나의 충복으로써 나와 제국을 위한 충절의 마음 갸륵하도다. 어서 지체말고 다녀오거라!" 

그리하여 서복은 어린 소년 소녀들 500명을 거느렸는지 안 거느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로초를 핑계삼아 동트는 아침하늘에 기도하고, 영주산 (한라산) 에 올랐다. 이것이 지금으로 부터 2240년 전 이야기다. 

시로미 열매. (사진=송기남)
시로미 열매. (사진=송기남)

이 때 동쪽 바다건너 영주섬은 국가도 문화도 없는 태고의 자연환경과 들짐승들과 원시인들이 살아가던 섬이다. 불로초를 찾아온 서복은 제 아무리 사기꾼 일지라도 그가 이곳에 망명해 자기들 나라를 세우고 살아가기에는 비좁은 땅! 하지만 신비로운 영주산에는 불로초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보고 갔으리라.

지구상에 몇군데서 볼수없는 신비로운 열매가 한라산에 있었으니 먹어보면 시큼 세큼 하여 '시로미'를 불로초라 하였다.

1980년대 까지도 한라산에 오르면 지천에 깔린것이 시로미였다. 잔디밭 처럼 폭신폭신한 시로미 나무위로 드러누워 뒹굴었던 시절이 40여년전이다.

그때는 시로미를 털어가는 등산객도 많았었다. 도시락 보따리를 풀어 바닥에 깔고 엉성한 머리빚으로 빗질해 내리면서 털어가는 모습들을 보았다.

이제는 40년전에 이야기도 2240년전 이야기와 같이 다시한번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때는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는것들이 전설이 되는것이다. 체험자들은 있었으나 그들이 사라져간 후에 남는 이야기들이 전설이다. 

그러나 기록도 전설도 없이 그때의 이야기 들이 사라진다면 이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시로미는 키가 아주 작아서 키가 큰 풀이나 나무 밑에는 살아갈 수 없다. 불행하게도 무릎 높이도 안되는 조릿대에 밀려서 매우 척박한 땅으로만 밀려나며 버티고 있다.

시로미 열매. (사진=송기남)
시로미 열매. (사진=송기남)

한때는 시로미의 세상이던 한라산 고산지대가 조릿대가 뒤덮는 땅을 피하여 화산송이 위에나 양지바른 곳 바위 위에서만 살아 2200 여년전 불로초의 전설을 말해주고 있다. 한때는 어리섞은 도채꾼들에 의해 분재용으로 도채된 적도 있었다.

분명히 말하건데 시로미는 아고산대 이상의 고산식물이다. 그래서 옛날에 도채꾼들이 캐어간 시로미는 전문가들도 쉽게 성공하지 못한 품종이다. 그러므로 귀한것은 사람의 손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다. 수만년을 그들이 스스로 번식하고 살아온  그 터전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식물사랑인 것이다.

여름철 까맣게 익은 열매는 쥐눈이콩알만큼 아주 작은 방울열매다. 익은 열매는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나무에서 또르르 떨어져버린다.

열매에는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 마그네슘, 칼륨 등이 들어있다. 키는 20센치 내외로 아주 작으며 가지줄기는 옆으로 뻗는다. 이파리는 진녹색으로 끝이 납작하며 길쭉하지만 주목나무 이파리보다 훨씬 작고 뒤로 살짝 말려 있다. 가지마다 촘촘하게 돌려나기 한다.

시로미는 구상나무와 함께 한라산 고산식물로서 기후 생태의 지표식물이 될 것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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