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제2공항 예산이 숱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했다. 도민의 반대결정과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에도 불구하고 무려 425억원의 국민혈세가 편성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편성은 너무 이상하다. 현재 제2공항은 추진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425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계획이 수립되려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하는데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반려된 상태다.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이상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을 통해 새로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내년에 이런 절차를 완료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은 0.1%도 없다.

실제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사유에 대한 보완 가능성을 검토하는 용역 수행을 위한 업체선정을 이번 달에 들어서야 끝냈다. 과업지시서 상 보완검토조사 수행기간이 최소 7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년 8월은 되어야 보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완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빨라야 9월이다. 9월에 보완하자고 결정해도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빨라야 2022년 말에나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하더라도 생태계 조사가 기본 4계절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완성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4년이다, 그리고 이를 제출한 이후 환경부가 검토하는데 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도대체 언제쯤 기본계획이 시작되는 것인지 아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에서 설명한 상황은 그나마 국토부에 아주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에게 유리한 형태로 제2공항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국토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공정하게 수렴된 도민의견을 제2공항 계획에 적극 반영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문서로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국토부는 환경부의 결정을 지켜보고 최종결정한다는 얘기를 수차례 해왔다. 이에 환경부는 제2공항 사업이 환경적으로 부적정한 계획임을 알리며 반려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사업의 백지화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반복하며 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도민사회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국토부가 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정부의 신뢰를 땅바닥에 내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갈등 격화는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제2공항 사업이 정상추진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2일 오전 11시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퇴진"을 외쳤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2공항 철회 기자회견 중인 제2공항 반대 주민과 시민(사진=박소희 기자)

게다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사유는 제2공항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제2공항 사업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KEI는 제2공항 건설계획이 가지는 유무형의 가치의 훼손 여부와 주변 환경과의 이질적인 부조화 영향, 접근 편리성과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불부합 즉 계획자체가 부정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반려를 결정하며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을 주요 반려 사유로 적시했다. 이런 내용을 고려하면 국토부가 몇 번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더 하더라도 현재의 입지에서는 제2공항 추진이 불가능하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지역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제2공항 인근 철새도래지 및 조류 발견 지역.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지역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제2공항 인근 철새도래지 및 조류 발견 지역.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이렇게 제2공항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난 상태다. 다만 국토부의 몽니로 사업을 끝내지 못할 뿐이다. 도대체 당정협의 정신은 어디에 팔아먹은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예산을 심의한 국회의 태도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제대로 다뤄져야 할 예산들은 심사하는데 고작 1~2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제2공항도 다르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심사에 소요된 시간은 고작 2~3분에 불과했다. 더욱이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제2공항에 대해 도민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 점과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된 점을 감안해서 425억원 전액 감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설명을 했음에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이에 대한 예산소요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불용처리가 예상되는 예산배정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이렇듯 국토부의 몽니와 국회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제2공항 백지화 결정은 2022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미 생명을 다한 사업계획에 국토부가 이토록 목메는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이런 행태를  적폐라 부르고 있다. 국토를 난개발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에게 이롭게 쓰이도록 만들어진 국토부가 이런 막장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본인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고 본인들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 외에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어쩌다 국가 주요 부처인 국토부가 이렇게 망가져 버린 것인지 분노를 넘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렇듯 국토부의 개혁은 지속 가능한 국가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되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어쨌든 제2공항의 백지화는 차기 정부에게 공이 넘어가게 되었다. 최근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이슈가 공정이라고 한다. 공정이란 결국 정의로운 절차에 따라 정의로운 결과가 나옴을 의미할 것이다. 현재 차기정부의 수장이 되기 위해 애쓰는 대통령 후보들이 많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여러분께 묻고 싶다. “제2공항의 절차와 과정은 정의로웠습니까? 그리고 백지화 이외에 정의로운 결과가 있을 수 있습니까?” 말로만 공정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제2공항 사업이 공정한지를 이제는 후보의 입으로 얘기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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