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
소각하지 못하고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에 쌓아올려둔 폐기물(사진=제주투데이 DB)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혹평을 받는 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는 사이 대선후보들은 제주와 관련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이미 도민의 심판을 받은 제2공항을 강행 추진하겠다거나 이에 더해서 대형 크루즈를 유치하겠다며 신항만을 짓겠다고 한다. 심지어 전남과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건설 거론되는 등 제주의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말 잔치만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제주의 중요한 현안은 무엇일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관련기사 ☞[선거]제주도민 ‘환경·제2공항 갈등 해결’ 도지사 원한다)를 보면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환경훼손 및 쓰레기 문제 대책'을 꼽은 응답자가 2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 제2공항 논란 등 대형 개발사업 갈등 해소'가 22.9%,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해소책' 17.1%, '아파트 가격 안정화 등 부동산 대책' 15.0%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교통.주차난 해결'(9.8%), '시장 직선제 도입 등 행정체제 개편'(4.3%), '제주특별자치도 위상 제고 방안 마련'(2.5%) 순으로 꼽았다. 

환경과 관련된 답변만 분류해서 합하면 전체 응답자의 57.6%가 현재 제주도의 환경문제가 극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민들은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생활쓰레기와 하수, 교통문제 등 생활환경의 악화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제주를 방문한 유력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은 대규모 토건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민심을 얻으려는 엉뚱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 어이없는 지점은 제주의 환경을 보전하겠다면서 이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환경문제의 심각성, 그리고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이와 같은 모순과 괴리는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결국 이와 같은 말잔치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선후보들이 제주도의 현황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규모 토건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후보들이 제주의 환경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제2공항과 신항만, 해저터널을 얘기하기 전에 도두하수처리장과 동복리의 매립장과 소각장에 들려 본인의 눈과 코로 제주도의 현실을 확인해야 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나는 바다를 목도해야 했고, 차량으로 미어터지는 길 위에서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기후위기로 피해가 막심한 농가와 재해가 반복되는 지역을 방문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제주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해야 했다.

후보가 못한다면 적어도 선본에 책임있는 그 누구라도 확인하고 이를 정확하게 후보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렇듯 정말 진심으로 제주의 현실을 바라봤다면 환경파괴와 생활환경 악화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도민의 삶의 질을 더 떨어뜨리는 대규모 토건개발 따위의 헛공약을 입에서 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대선후보들이 제주를 더 방문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으나 한반도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제주도에 방문해서 제주의 환경보전을 위한 공약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면 기후위기 시대에 도움이라 되게 비행기 타고 멀리서 제주도를 방문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제발 제주의 환경현안을 제대로 품고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토건기득권과 투기세력들을 춤추게 하는 짓은 그만두고 정말 쾌적한 환경에서 도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그런 투표를 해야만 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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