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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_탄생]그림책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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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_탄생]그림책 좋아하세요?
  • 요행
  • 승인 2022.05.18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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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른이’를 위한 공간, 제주사슴책방①
제주사슴책방. (사진=요행)
제주사슴책방. (사진=요행)

# 그림책 전문 서점, 짜릿했던 첫 방문기 

밴드 자우림의 노래 중에 들으면 굉장히 설레고 행복해지는 노래가 있다. 노래 제목이 ‘17171771’인데 숫자를 뒤집어 보면 영어 ‘I LUV U’로 읽힌다고 무선호출기가 두루 쓰이던 시절 사랑 고백용 숫자 용어다. 가사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영원히 함께해요. 우리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걸요.’ 

갑자기 노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소개할 제주사슴책방에 들어서면 동화 속 세상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2년 전의 일이다. 제주 중산간 마을에 그림책 전문서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그곳은 그림 같은 건물에 그림책만 가득하다고 했다. 

‘그림책 전문이라… 그림책만??’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평소 눈여겨보던 작가의 책이 마침 그곳에서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던 중산간 도로를 타고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던 중산간 마을을 향했다. 

세계 각국의 그림책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요행)
세계 각국의 그림책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요행)

책방은 도로변이 아니라 더 위쪽으로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할 무렵. 작은 이정표와 함께 책방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곤, 와우! 그곳에서 나는 갑자기 동화 속 세상으로 초대를 받았다. 대문을 지나면 정원부터 만나는데 갖가지 꽃이 펴있었고 나무는 싱그러웠다. 돌을 다듬어 만든 토끼들이 사방에 있었고 유럽풍의 건물은 참 멋졌다. 

현관을 들어서니 신발을 벗으란다. ‘나 정말 이 집에 초대받은 게 아닐까?’ 설레는 마음 안고 문을 열었다. 왼쪽으로 돌면 책방인데 좁다면 좁다고 할 수 있는 공간에 갖가지 책이 즐비했다. 너무나 다양한 언어로 너무나 다양한 주제들이 갖가지 형태와 형식으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 그림책은 글자보다 그림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봐야 하는 책이에요! 

책방지기가 “천천히 둘러보시고요,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림책방은 처음이라 설명을 좀 해주시길 부탁드렸다. 책방이 크게 두 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았다. 방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팝업북, 페이퍼커팅북을 소개해 주었다. 그때까지 이런 형태의 책은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된 듯 아주 열렬히 책 설명을 따라갔다. 

세계 각국의 그림책들. (사진=요행)
세계 각국의 그림책들. (사진=요행)

“페이퍼 커팅북은 이렇게 빛에 따라서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이런 팝업북은 작업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려요. 한 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볼 때마다 여러 의미를 전달해서 글이 없어도 큰 감흥을 준답니다. 플립북은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우리가 흔히 그림책이라고 하는 책은 그림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이 없어도 스토리가 읽혀요.”

굉장히 신선했고 또, 충격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그림책은 그림책의 세계에 비교했을 때 안다고 할 수 없는 편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반가웠다. 글자책이 어려운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는 장르가 있고, 전문서점이 마침 제주에 있다는 사실이. 이날의 강력한 만남으로 이후 나는 조카들을 데리고 몇 번을 더 찾았다. 

페이퍼 커팅북과 팝업북을 펼쳤을 때 조카들도 나처럼 입이 떡 벌어져서 ‘우와’만 연발했다. 콩콩팥팥인건가. 플립북도 책이라고 일러주니 아이들도 장난감 같은데 책이어서 더 좋다고 신났다. 그런데, 이 반응이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겠지. 내가 그랬듯 ‘어른이’들에게도 이곳은 한 번도 못 가 봤어도 한 번만 가보는 곳은 아니게 될 것이란 기분이 들었다. 

세계 각국의 그림책들. (사진=요행)
세계 각국의 그림책들. (사진=요행)

 

#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그림책 작가, 책방지기로 

이곳의 책방지기 이보경씨는 그림책 작가이다. 제주로 내려온 것은 약 7~8년 전이다. 자신의 책을 펴내기 전까지 그녀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했다. 주로 대기업 사보와 상품 패키지, 광고 그림 등을 의뢰받아 그렸는데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들어선 배경이 드라마틱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국책연구기관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다가 공부를 좀 더 하기 위해 일본 유학길엘 올랐다. 어느 날 도쿄의 한 서점에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사인회가 열려서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망설여왔던 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됐단다. 

귀국 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면서 새 인생을 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대해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하는 집념의 사람이다. 그녀만의 색과 선을 무기로 경쟁이 치열한 프리랜서 세계에서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제주로 오게 된 것은 일만 하는 그녀에게 자연의 품에서 휴식 시간을 즐기고 새로운 영감도 얻으라는 지인들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했다. 그녀는 큰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대흘리에 자신의 집이 생기면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덜컥 계약을 했다. 

처음 3년간은 서울을 오가며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을 유지했다. 당시는 이 책방 외에 주변에 집이 없을 때였다. 지인도 없어서 한 달 동안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고 지낼 만큼 일에 파묻혀 살았다. 마감 스트레스에 맞물려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전환이 절실했다. 그즈음 그녀는 벌써 일러스트레이터로 약 10년 정도를 보낸 터였다. 

책방지기 이보경씨. (사진=요행)
책방지기 이보경씨. (사진=요행)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구현해낸다는 기쁨보다 자신이 없어지는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가 된 것임을 알고 하던 일들을 마무리 짓고 2018년 12월 1일 제주사슴책방 문을 열었다. 

#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처음 책방 문을 열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사실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했다. 이곳을 채울 그림책이, 이곳을 찾을 손님들이, 이곳에서 맞이할 사계절이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천사의 미소를 본 듯 행복함을 마음에 품어 가고, 새들의 노래를 들은 듯 여유를 얻어 가기를. 그 생각만으로 하루하루가 신바람났다. 

시골마을에 사니 동네주민들과 꼬마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던 그녀는 책방을 빌미로 그 꿈을 실현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것! 처음 책방을 열고 2년에 걸쳐 파티를 열었다. 첫해는 어른들을 위해, 이듬해는 아이들을 위해. 오실 분들을 미리 신청받고 파티가 끝날 무렵엔 선물을 손에 들려서 보냈다. 

두 번째 파티는 아이들을 위한 자리여서 공을 더 들였는데 아이들의 이름을 미리 받고 50~60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포장한 책을 선물로 줬다. 당연히 아이들의 이름을 새겨놓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힘듦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번의 파티에서 적자가 생각보다 많이 났다. 무엇보다 체력 소모가 상당해서 세 번째 겨울부터는 파티를 접어야 했다고. 파티를 더 열지는 않았지만 그 정성을 정원에 쏟았다.

아이들을 위해 열었던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이보경 제공)
아이들을 위해 열었던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이보경 제공)

이곳이 그림책을 판매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림책에 나오는 꿈 같은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서다. 세상살이에 휩쓸려 살다가 놓쳐버린 지난날의 꿈을, 이 꿈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마주하기를. 또,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상처받은 어린이가 치유되고 성장하기를.

이곳은 일주일에 딱 삼일만 문을 연다. 나머지 4일간 책방지기는 그림책 작업을 하고 책을 주문하고 무엇보다 정원을 가꾼다. 꽃의 생애주기에 맞춰 정원의 꽃이 자주 바뀐다. 꽃이라고 사계절을 명확히 나뉘어서 피지 않는다. 두 계절을 거치는 꽃들도 있고, 한철 중 반 정도 아주 짧게 강렬하게 폈다가 허망하게 지기도 한다. 정원 안에서 그림책 한 페이지를 여는 기분이 들게 하려는 책방지기는 오늘 아침에도 정원에서 반나절을 보냈을 것이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요행.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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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언젠가 2022-05-18 20:45:35
우아~~~~~~여기 너무 괜찮은 곳이네요. 숲속에 책방이라. 다음 제주행 일정에는 꼭 가볼 곳으로 찜입니다! 지금은 중단되었다는 파티도 굉장히 궁금하네요. 그림책은 어린친구들에게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글자만 있는데 급한게 아닌 그림을 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도 만들어내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기에 그만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그 얘기들을 고스란히 이 기사에서 접하다니 소름이면서 정말 꼭 가서 둘러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