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제주도민을 향해 무차별 강경진압 작전을 펼쳤던 연대장. 그 인물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묻기는커녕 그 죽음을 기리는 비석이 제주도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모순된 광경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는 사람들이 나섰다. 제주지역 4·3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박진경 추도비 옆에 당시 역사를 명시한 4·3 안내판을 설치해줄 것을 도의회에 요청한 것.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4·3연구소와 제주 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4·3단체들과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등 30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올바른 4·3안내판 설치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청원서에서 “대다수 4·3희생자와 유족 입장에서는 강경진압의 책임자 중 하나인 박진경 대령을 추도하는 비석이 제주 땅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역사의 후퇴”라며 “행정당국 차원에서 올바른 4·3안내판 설치 등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해 4·3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 청원인인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4·3진상조사보고서를 비롯한 객관적인 역사로서도 박진경 대령은 추도의 대상이 아닌 단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며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마땅하게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행정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4·3 역사 안내판 청원에는 8명의 도의원이 소개의원으로 참여했다. 대표 소개의원인 현지홍 도의원은 “4·3 당시 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정리해 도민사회는 물론 다음세대에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작은 이정표가 필요하다”면서 “4·3유족은 물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4·3 역사 안내판 설치를 행정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개의원으로 참여한 의원은 현지홍 의원을 포함해 고의숙 교육의원, 김경미·이상봉·정민구·한동수·한권·현길호 의원 등이다. 고 교육의원을 제외한 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