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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학살 주역’ 박진경 추도비도 무단점유? "용도 맞지 않는 시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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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학살 주역’ 박진경 추도비도 무단점유? "용도 맞지 않는 시설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5.23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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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보훈청 "이설 과정·위치 문제 있으면 감사 청구하라"
도 회계과 "용도 부적절 시설 확인되면 시정 조치 가능"
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했다. '역사의 감옥'을 설치했던 시민사회 단체들은 그 자리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했다. '역사의 감옥'을 설치했던 시민사회 단체들은 그 자리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추도비 오른쪽엔 베트남 참전 위령탑 등이 서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4·3 당시 무차별 강경진압 작전을 펼쳤던 박진경의 추도비가 부지 용도에 어긋난 설치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진경 추도비는 현재 제주시 한울공원 인근 연동 산132-1번지에 세워져 있다. 이전에는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 설치됐다가 사라봉 충혼묘지를 거쳐 제주시 충혼묘지로 옮겨졌다. 

하지만 국립제주호국원 조성 공사가 이뤄지면서 박진경 추도비는 공공사업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支障物)로 지정돼 철거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도보훈청, 베트남 참전 위령탑 부지에 박진경 추도비 이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은 베트남 참전위령탑이 있는 부지에 추도비를 설치했다. 

문제는 기존 일반재산이었던 해당 부지의 용도를 변경할 때 목적에 박진경 추도비 설치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재산이란 행정재산을 제외한 모든 공유재산을 뜻하며 행정 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선 행정재산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앞서 도보훈청은 지난 2020년 충혼묘지에 있던 지장물인 베트남 참전위령탑과 송성규 대령 동상 등을 옮기기 위해 제주시가 관리하던 해당 부지를 이관 받았다. 

당시 도보훈청은 이 부지 관련, 공유재산 용도 변경 승인 신청을 하면서 사유와 활용방안에 ‘위령탑과 동상 등 이설’, ‘월남(베트남)전 참전 전우 충혼위령제 거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진경 추도비와 관련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았다. 

최근 도보훈청은 4·3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했던 철창 조형물(‘역사의 감옥’)을 “공유재산 내 불법 조형물”이라며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했다. 하지만 박진경 추도비 자체가 용도에 맞지 않는 설치물이라면 ‘내로남불’식 해석이 된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하는 과정을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하는 과정을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도보훈청 "문제 있으면 감사 청구하라"

이와 관련 도보훈청 관계자는 “노형 충혼묘지에 국립묘지가 들어서면서 박진경 추도비를 철거하거나 이설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보훈단체와 얘기하니까 (철거가 아닌)이설을 하기로 했는데 마땅한 부지가 없었다. 그런데 제주시 측에서 송성규 대령 동상 옆으로 옮기면 어떻겠냐 하더라”고 이설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용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감사를 청구하라고 하라”고 덧붙였다. 

또 4·3단체에서 박진경 추도비 옆에 당시 역사적 사실을 명시한 안내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도 보훈청 관계자는 “4·3 관련 부서에서 진행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도 회계과 "용도에 맞지 않는 시설물, 시정 조치 가능"

이에 대해 도 특별자치행정국 4·3지원과는 “우리가 나서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4·3지원과 관계자는 “안내문을 설치해야 한다면 해당 부지를 관리하는 도보훈청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박진경 추도비는 제주사회 내에서 이견이 많이 갈리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도보훈청이 중심이 돼서 양측의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어 “물론 도보훈청에서 우리 과에 협조를 요청하면 지원을 할 순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 과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박진경 추도비를 옮길 때에도 문의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우리 과의 역할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유재산을 관리하는 도 회계과는 “사실조사를 통해 공유재산 내 용도에 맞지 않는 시설물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 관련 부서에 이를 옮기는 등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했다. 감옥을 들어낸 뒤 현장.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했다. 감옥을 들어낸 뒤 현장. (사진=조수진 기자)

한편 4·3 관련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는지난 3월10일 박진경 추도비 둘레에 철창 조형물을 씌웠다.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설치물은 박진경을 감옥에 가둬 단죄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20일 제주도보훈청은 ‘불법조형물을 정당한 사유없이 무단으로 설치했다’며 지난 20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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