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앞에서 열렸던 도내 13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 공개 기자회견.(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앞에서 열렸던 도내 13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 공개 기자회견.(사진=박지희 기자)

기후위기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미 반복적으로 그리고 강력해진 가뭄, 폭염, 대형산불, 폭우, 홍수, 태풍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도 잦은 산불을 시작으로 최근 긴 장마와 많은 비로 인해 전국이 물난리를 겪었다. 이에 더해 태풍 카눈 역시 이례적인 경로로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며 이미 피해를 입은 곳곳에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기후위기는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넘어 농업 등 1차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는 곧 식량의 위기, 고물가의 위협으로 수많은 국민들을 시름에 몰아넣고 있다. 기후위기는 대응하지 못한다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기업들도 하나같이 ESG 경영을 부르짖으며 친환경 기업임을 표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제주도에도 수많은 관광대기업들이 친환경 경업을 내세우며 각종 홍보활동에 열을 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업들이 정말 기후위기를 위해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제주도에서 전기가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곳들은 관광숙박시설이다. 이를 방증하듯 제주도에 지정된 에너지 다소비 건물 13곳 중에 무려 9곳이 관광숙박시설이다. 그러니까 제주도에서 전기를 막대하게 소비하는 건물들이 이 대형호텔과 리조트라는 말이다. 2022년 기준 이 9곳의 관광숙박시설 중 에너지를 2021년보다 적게 쓰거나 동결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 에너지 사용이 늘었고 이중 에너지 다소비 상업 시설 1위와 2위에 올라 있는 제주드림타워와 제주신화월드에서 어마어마한 전기가 사용됐다.

실제 2021년 대비 2022년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서 증가한 에너지 총량은 3632.55TOE(석유환산톤)이다. 이중 관광객과 연관된 공항과 관광숙박시설은 모두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했다. 유일하게 관광객과 연관된 시설중에 에너지 소비가 감소한 곳은 한화아쿠아플라넷이 유일하다. 즉 이번 증가는 모두 관광숙박시설과 공항의 에너지사용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2021년 대비 제주지역 전체 건물수는 132,442동에서 138,032으로 크게 증가하며 이에 따른 전체건축물의 에너지사용량도 311,447TOE에서 336,492TOE로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이중의 21.9%를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소비했다는 점이다. 전체 건물의 0.009%에 불과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전체 에너지의 21.9%나 사용하는 이 기이한 광경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시민사회는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제주드림타워의 운영사인 롯데관광개발과 제주신화월드의 운영사인 람정제주개발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특히 작년에는 여름철 폭염으로 이미 에너지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된 상황이었다. 사회적 책임이 큰 두기업의 결단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은 지난해 내내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우려대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특히 지난해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서 증가한 에너지 총량의 66.5%에 달하는 2491.39TOE는 이 두 기업의 책임이다. 통상 연간 2000TOE를 소비하는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지정하는데 이런 건물 하나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이 두 기업이 더 쓴 것이다. 이 두 기업이 제주도의 에너지 과소비와 이에 따른 기후위기 악화에 얼마나 큰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13개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평균 5.17%의 에너지를 더 사용하는 동안 드림타워는 7.1%를 신화월드는 10.4%를 더 썼다는 점이다. 쉽게 얘기해 이 두기업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도내 에너지 다소비 상업시설 순위.(자료=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도내 에너지 다소비 상업시설 순위.(자료=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일례로 지난해 드림타워는 가로 241m, 세로 42m의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해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해 왔다. 이 미디어 파사드가 하는 역할은 단 하나 드림타워를 돋보이게 만드는 일,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일 말고는 없다. 도리어 지역의 막대한 빛공해를 유발하며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만약 드림타워가 저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가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했더라면 과연 지금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결과를 낳았을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시설투자, 불필요한 외부조명과 시설에 대한 사용중단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무런 노력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렇게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며 드림타워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지난 6월 7일 공시된 드림타워의 자료를 보면 매출액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생태계, 경관 덕분인데 정작 드림타워는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경관을 기후위기의 위험으로 몰아 넣고 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 전반에 기후위기의 악영향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지만 드림타워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 앞장서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드림타워는 시민사회의 감시도 싫었던 모양이다. 드림타워에 있는 공개공지에서 지난해 에너지 다소비 건물들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했는지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드림타워 보안관계자들은 기자회견 초입부터 해당 공개공지가 자신들의 영업장이라며 기자회견을 못하게 방해했다. 이에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경찰에 불법집회, 영업방해 등으로 신고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였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하고 도리어 기자회견을 해도 된다는 점을 드림타워에 설명하기도 했다.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평소 드림타워는 보도자료를 통해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는 말도 꼬박꼬박 해왔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도, 시민과의 소통도, 심지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모습에서 과연 드림타워의 ESG 경영의 노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결국 이들의 사회적 책임을 견인하려면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는 권유로는 불가능하다.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도 법상으로 에너지를 다소비 하는 업체에게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명령할 수 있지만 이를 어겨도 벌칙은 고작 과태료 2,000만 원에 불과하다. 솜방망이 처벌인셈인데 이렇게 해서는 이들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막을 길이 없다. 따라서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이들의 사회적 책임을 견인할 수 있다.

일단 먼저 필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또한 도민에게는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즉 에너지 다소비 건물을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처럼 매해 현황자료를 제주도 홈페이지에 올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최근 소비자의 선택에 중요한 잣대가 바로 환경에 친화적인가이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핵심적인 잣대로 떠오른 것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가이다. 기업이 가장 눈치를 보는 것은 정부와 지방정부 이전에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기후소비자운동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주도가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에너지 다소비 건물들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제주도가 가진 관리와 감독의 권한과 기능을 강력하게 발휘하는 것이다. 법상 과태료 처분이 전부라 하더러도 이를 직접적으로 부과하고 이런 부과 사실을 공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은 전기 절약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여론이 악화 되는 것은 기업들이 당연히 부담스러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들의 전기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지사가 나서 해당 기업들과의 자발적 전기 감축 협약을 맺는다거나, 공개적으로 이들 기업에 전기절약 동참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이들 기업이 직접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더해서 법에 빈공간을 조례로써 채워 넣는 방법도 있다. 강력한 강제성을 부여하지 못하더라도 조례에 이들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전기절약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행정조직이 지속적으로 이들이 전기 절약에 관여하게 만들고 기업은 이에 대한 부담으로 보다 강화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보다 전기절약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법률의 개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은 제주도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서 해야 한다. 가뜩이나 기후위기로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랫동안 피해를 봐야 하는 지역이 제주도인데 이를 방관하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도정차원의 강력한 감독이 필요한 때이다.

끝으로 오는 9월 23일 오후 4시 제주시청에서 ‘923 제주기후정의행진’이 개최된다. 이번 행진의 주요구호도 드림타워와 신화월드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라는 것이다. 행동하는 소비자가 기업을 바꿀 수 있다. 목소리를 내는 만큼 두 기업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9월 23일 제주시청에 모여 드림타워와 신화월드 등 에너지 다소비에 앞장서는 상업건물들과 이를 운영하는 관광대기업의 변화와 책임과 이에 더해 규제를 요구하는 행동에 함께해 주실 것을 도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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