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급속하게 진행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준 위기적 사건이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이 ‘인류 미래에 대한 예고편’이라면 ‘시장 만능’ 정책은 이제 지속가능하지 않다. 제주투데이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열쇠가 사회적경제에 있다고 보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사회적경제, 제주를 잇다>를 총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27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에서 김효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7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에서 김효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시장 경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사회적경제에는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안 된다. 협력와 연대라는 무기를 장착할 때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선순환하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 모두 잘 사는 경제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불가능해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이미 ‘사람이 본질’이라는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실험들이 곳곳에서 성공하는 중이다. 

지난 27일 제주시 도남동에서 김효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만났다. 그는 ‘사회적경제’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사람과 함께 해온 ‘수눌음 경제’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 누군가 잘 살려면 누군가 못 살아야 하는, 이기고 지는 문화가 아니다. 사람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한 공동체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사회적경제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이다. 

다음은 김효철 대표와의 일문일답.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준비위부터 시작한 지 9년. 소회는.
=처음 시작할 때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지 않을 때였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는 사회적경제가 일단 양적으로 봐도 큰 발전을 했고 인식도 점차 퍼지고 있다. 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사회적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아있는 과제도 있지만 보람을 느낀다.

-아직도 사회적경제 개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개념을 쉽게 표현하자면.
=경제 활동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람이 생존 또는 생활,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 다루는 일이다. 본질적으로는 사람이라는 거다. 어느 순간 경제가 시장 중심, 특히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람이 보이지 않고 이윤만 보이는 시대가 됐다. 사회적경제는 다시 본질적인 목적인 사람, 행복을 위한 그런 역할을 하는 경제라고 볼 수 있다.  

-협력과 연대를 내세웠다. 사회적경제에서 협력과 연대가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인 시장 경쟁 체제는 협력과 연대의 모델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사회적경제는 사람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운영 주체도 자유로운 시민 조직이 밑바탕이 된다. 운영 방식은 협력과 연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다. 이게 최근 들어 새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협력과 연대는 인류가 살아오면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였고 방식이었다.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경제 활성화와 사회 발전을 찾아오자고 할 수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효철 대표.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비전은.
=우리 네트워크는 제주지역에서 사회적경제 주체를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를 추구하는 시민, 그러니까 다양한 개인까지 포함된 조직이다. 각 주체가 가진 성격에 따라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가 좀 더 활성화할 수 있게끔, 발전할 수 있게끔 토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제주경제가 사회적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꼽으라면.
=제주도는 작은 섬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시장 중심 자본주의 문제의 집약판처럼 돼 있다. 환경, 양극화, 일자리 부족, 고령화 문제…. 다 포괄돼 있다. 어찌보면 제주사회 문제를 잘 푼다면 한국사회나 세계 문제도 잘 풀 거라고 본다. 어떻게 풀 건가라는 게 문제인데. 시장에 맡겨버리면 이윤이 나지 않는 일은 절대 안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스스로 바닷가 쓰레기를 줍지 않는 것처럼. 정부가 이 모든 걸 할 수 있나? 없다. 한계가 있다. 성패는 정부가 뭘 하든 시민이 주체가 되고 밑바탕이 되는 데 달려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회적경제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성을 갖고 있는 조직이니까. 제대로 현실을 바라보고 풀고자 하자는 시민의 인식과 참여다. 

-반대로 걸림돌은 뭐가 있을까.
=법이나 제도의 전환은 어려운 게 아니다. 많은 부분이 전환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경제로 전환한다고 할 때 ‘과연 성공할까?’하는 의문들이다. ‘사회적경제는 이윤 추구가 본질적인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도 거기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내 눈앞의 과제인데 강요할 수 없다. 좀 떨어져서 바라보고 사회 문제는 곧 내 삶의 문제라고 바라보는 게 시발점이다. 이런 마음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인식도 부족하고 준비도 덜 되고 있다.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양한 사회적경제 부분들이 크게 성공하거나 양적이든 질적이든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없으니까. 어쨌든 공익적이고 가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일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시장에서 돈 버는 것만도 힘든데 말이다. 어쨌든 일정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미션도 있고 이 두 가지를 충족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7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에서 김효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7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에서 김효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사회가 사회적경제로 전환하기에 유리한 여건은.
=사회적경제는 기본적으로 보이는 경제다. 연대와 협력이라는 건 직접 만나고 관계를 갖는 거다. 지역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한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제주지역은 어떤가. 전통적으로 섬이라는 환경. ‘괸당 문화’라고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적 자본,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거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장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보면 수눌음 문화, 수눌음 경제라고 할 수도 있다. 사회적경제라는 현대적 용어로 정리하기 전부터 제주는 사람 중심 경제를 했던 기억들이 있고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살아왔던 기업이 있고 일정 부분이 남아있다. 그런 부분에서 제주는 수눌음 경제의 현대적 의미인 사회적경제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법 문제나 제도적 문제로 이해하면 어려울 수 있고 나와는 다른 먼 얘기로 느낄 수 있는데 인류가 쭉 살아왔던 방식의 현대적 표현이다. 수눌음이라고 볼수 있다. 

-사회적경제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 이유는. 
=일단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개념적으로 어려운 것도 있고 본질적으로 볼 때 단순히 돈 버는 이상의 것을 해야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삶 또는 사회 구조가 치열하게 작동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걸 해본다는 게 쉬운 일인가. 아니다. 당장 밥벌이가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사회 주류에서 벗어나서 외톨이가 될 수 있는 부담도 있지 않겠나. 선뜻 젊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을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밑바탕을 깔아주는 게 교육이다. 인식을 전환시키는 사업 영역을 정부나 공공지원 기관을 중심으로 많이 해줘야 한다. 인식도 바뀌고. 이런 게 활발해야지만 접근할 수 있다. 아직은 그렇지 않다. 

-인식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경험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접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연대와 협력’은 말로만 해서 될 문제 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념적으로 접근했을 땐 부정하지 않지만 실천은 또다른 얘기다. ‘사회적경제가 나의 삶을 바꾼다’, ‘나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창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실패하면 끝’이라고 하면 누가 하겠나.

누구든지 쉽게(가볍게라는 개념은 아니다) 도전할 수 있고 한 번 해보고 실패하더라도 그걸 바탕으로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재밌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바꿔서 얘기하면 남이 실패해야 내가 성공한다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게 아니라 같이 사는 형태의 삶이 돼야한다. 창업이든 경제활동이든 사람들이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기회가 부여되는 사회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기회를 누가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일반 시장 중심 정책은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거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만 살아남는 체제에선 그렇다. 여기서 벗어난 경제활동, 다시말해 도전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체제. 그걸 통해서 자기가 원하는 삶에 도전하는 기회가 많이 부여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본다. 다양성이 많다는 게 자연 생태계만이 아니라 사회 생태계도 그렇다.

사람은 다양한 존재이기 때문에 저마다 다양한 걸 하고 싶어한다. 사회에도 다양한 과제가 있다. 우리가 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단순하게 시장 논리에선 안 된다. 국가가 책임지는 분야와 시민이 주도하는 분야가 접목돼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경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유지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정 부분은 맞는 말이다. 같이 공존하고 커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 앞으로 풀어갈 문제다. 

김효철 대표. (사진=제주투데이DB)
김효철 대표.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역점사업은.
=제일 크게 하는 건 지원 사업이다. 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정부 통합 지원사업도 하고 있으니. 그게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건 사회적경제 주체가 직접 스스로 자기 문제를 풀어가는 기본적 역량을 키워가는 게 핵심이다. 우리 회원 조직은 물론이고 사회적경제를 실천하는 조직 간 연대하고 협력하고 지역 사회적경제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같이 풀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금융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그 역할 중 하나다. 회원사 나아가서 사회적기업 대상으로 연대기금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사회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제주 현안은.
=제주특별법을 꼽을 수 있겠다. 특별법 자체가 기본적으로 현재까지는 국제자유도시 논리로 돼 있다. 저희가 볼 때 그런 정책 방향하고 사회적경제 방향이 공존하기 어렵다.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제주도의 기본 목표가 다르게 설정돼야 한다. 그래서 특별법 개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큰 틀에서 특별법이 국제자유도시 모델을 하고 있는데 폐기하고 제주도를 생태·환경·문화 중심으로 하는 섬으로 만들자는 데 대해 연대하고 있다.  

-올해 가장 성과가 좋았던 사업을 꼽자면.
=코로나 때문에 많이 하지 못했다. 내부 조직 사업도 주춤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회적금융 업무를 꼽고 싶다. 지역 내 자본이 필요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자평한다. 수요도 꾸준히 있다. 현재 6억원 정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대기금 관련한 부분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6억원 정도. 운영하다가 어려운 기업들에게 융자 지원 방식으로. 

-올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개인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이 폐업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쉬움이 크다. 특히 제주도는  코로나 영향으로 여행업 쪽이 많이 어렵다. 그런 쪽이 사회적금융 자금 지원 요청도 많이 했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적극적으로 만나서 얘기를 자유롭게 하고 연대하고 싶다. 내년부터는 좋아지 않을까. 

-내년에 기대하는 점은.
=네트워크도 회원 조직이라서 회원들이 참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얼굴 보면서 사회적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또 연대기금 계획이 기본 설계가 끝나면 본격적인 준비가 될 거다. 사회적경제연대기금의 가시적인 성과 나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회적경제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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