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급속하게 진행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준 위기적 사건이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이 ‘인류 미래에 대한 예고편’이라면 ‘시장 만능’ 정책은 이제 지속가능하지 않다. 제주투데이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열쇠가 사회적경제에 있다고 보고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사회적경제, 제주를 잇다>를 총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제주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경미 제주도의원.(사진=김재훈 기자)
제주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경미 제주도의원.(사진=김재훈 기자)

개인을 파편화하고 국가 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 국가가 담당하던 인간복지 공여를 시장으로 떠맡기며 빈곤과 배분은 이제 계급 갈등을 넘어 '사회적 배제' 문제로 확대됐다. 임금 소득으로 경제적 결핍을 해결할 수 없는 '근로빈곤층'은 늘어가고, 이들은 다시 교육·문화·보건·주택 등 사회 서비스로부터 배제되기 쉽다. 배제된 사람들은 소비·소득·정치·사회 참여 경험을 충분히 갖지 못한 상태에서 실업과 차별, 취약한 기술 수준, 저임금, 열악한 주거, 범죄, 병, 가정 폭력 등을 내면화한다. 

문제는 위기가 닥치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진다. 코로나19는 서민경제부터 강타했고, 이는 국가 전체를 흔들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표방한 '국제자유도시'는 사람·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시장경제체제가 낳은 소득·소비·주거·지역 불평등 심화 문제는 제주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슬의 강도는 약한 고리에 달렸다. 불평등 심화와 사회적 배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주도의 경제 성장은 작은 나사 하나를 빼고 날아오른 비행기와 다르지 않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같은 문제를 '사회적 경제'에서 찾기 위해 8명의 의원이 '사회적경제' 포럼을 구성해 공부중이다. 사회적 경제가 복지 후퇴로 인한 사회적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서다. 이에 사회적경제포럼 김경미 위원장을 만나 제주 사회적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과제에 관해 들어봤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경제는 단순히 고용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적 아이템이나 빈곤층 자활사업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다음은 김경미 도의원 일문일답

-도의회 차원에서 구성・운영하는 사회적 경제포럼에 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의원 연구 모임 성격으로 지난해 12월 17일 출범했다. 제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고은실, 김경학, 김대진, 박원철, 양병우, 정민구, 현길호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저의 상임위가 농수축경제위원회기도했고, 의원이 되기 전부터 취약계층 일들을 해서 사회적경제 관심이 좀 있었다. 의회에 와서 뭘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사회적경제 연구 포럼 만들자. 했던 것이 이제야 만들어졌다.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현황과 특성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들이 이뤄지고 있고 쭉 이뤄질 것 같다.

- 제주사회적경제 조직체가 600곳에 이른다. 양적 성장 이뤄진 것 아닌가

민선 7기 목표가 2000개였다. 상품 및 서비스 등 질적 측면도 강화해야 하지만 양적인 측면도 더 확대해야 한다. 

- 사회적경제가 제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주도는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에 따라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데 올해 수립된 2차 기본계획에 1차 종합계획 실적이 담겼다.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예산 집행률은 투자계획 대비 27.3%에 그쳤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과 사회적경제 비지니스 고도화 사업에 모두 1197억9000만 원 들인다는 계획이었나 실제 집행은 326억8700만 원이 전부다. 마음 맞는 의원들을 모아 좀 더 일찍 사회적경제포럼을 시작했으면 원희룡 전 지사가 공약한 바 있는 '사회적 경제 선도도시'로 제주도가 가고 있지 않았을까 반성 아닌 반성을 해본다. 

김경미 제주도의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김경미 제주도의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 시장이 배제한 사회의 취약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사회적경제 아닌가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배제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 원리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와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보완하는 역할을 통해 대안 경제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과 시장의 영역과 차별화된 생산 방식과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 그런데 사회적경제 그 자체로 취약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공공정책이 사회적 경제의 방향에 대해 우호적이어야 한다. 공공구매 우선제도 활성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도 입찰과정에서 평가 항목에 사회적 책임을 명시해 입찰 참여 기업 가운데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 공공구매 우선제도의 경우 활성화가 됐나

조례에 사회적 경제 기업 공공구매 우선 제도 내용은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없다. 출차・출연기관과 읍면동 주민센터 평가에 공공구매 실적을 삽입하는 등 제주 공공조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실천으로 이어진다. 

- 생산 제품과 서비스도 대단히 한정적인 느낌인데

상상력이 빈곤한 정치는 왜소해질 수 밖에 없듯, 사회적 경제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 김 의원이 상상한 사회적 경제 모델이 있나

사회적 경제의 핵심은 지역 내 선순환이다. 제가 삼양동에 사는데, 인구가 2만이 넘는다. 삼양동의 특징은 도시와 농촌의 병존 구조인데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도련동에서 재배되는 키위와 감귤을 삼화지구 주민들에게 파는 구조를 지역 내에서 만들면 어떨까. 삼양동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공판장을 만들고, 삼화지구 주민들에게 홍보 열심히 하고. 

또 제주도에 조성된 마을기업들은 대부분 읍면 지역에 있는데, 소비 인구는 동지역에 많다. 해외 마을하고만 자매결연 맺을 게 아니고, 도내 읍면 마을기업과 동지역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을간 결연도 생각해봄직 하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도의회 사회적경제포럼과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제주사회적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 1차 사회적농업’이 열렸다.&nbsp;(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9월 30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도의회 사회적경제포럼과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제주사회적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 1차 사회적농업’이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 사회적 농업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던데, 개념이 아직 낯설다

농업을 흔히 생명 산업이라고 한다. 생명은 건강을 담보로 하는데 건강은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라야 가능하다. 사회적 농업이란 농업 생산 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돌봄·교육·고용 등을 제공하는 활동이나 실천을 말한다. 농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농촌 공동체가 아직 남아있는 제주는 사회적 농업에 적합한 환경이다. 시작한지 2년 정도밖에 안됐다. 정착을 위해서는 농가와 대상자를 연결하는 중간단계가 필요하다. 농민들은 행정에 약한데 이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저의 제안이지만 사회적 농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하려면 돌봄, 교육, 고용을 한 지역서 한꺼번에 운영할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특화를 시켜 시범 운영을 해보고 점차 통합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관련기사 : “‘제주형 사회적농업’ 위한 행정-농장 중계센터 필요”)

- 사회적 금융 논의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사회적경제포럼이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과 함께 지난 9월 사회적 농업 정책간담회를 개최했고, 11월에는 '사회적 돌봄', 12월에는 '사회적 금융'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회적 금융이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에 돈을 융자해주는 것으로 '가치'를 담보로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금융 생태계 발전과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출범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데 아직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금 수용을 충분히 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사회적 경제는 단순히 고용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적 아이템이나 빈곤층 자활사업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 구성 원리를 바꾸기 위한 대안 경제 모델이다. 사회적 경제가 성장하려면 정책적 토대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의 참여와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수고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늘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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