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자 측은 호텔 운영을 이어가지 않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칼호텔 직원과 외주 업체 등 3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고용보장 없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며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제주칼호텔 노동자 오진수씨(가명)가 호텔 객실들을 살피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노동자 오진수씨(가명)가 호텔 객실들을 살피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오진수씨(가명)는 2007년에 제주칼호텔에 입사했다. 올해 14년차다. 객실 프론트 업무를 보고 있다. 제주칼호텔에서 일하며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가족의 미래를 키워왔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아이도 아빠가 어디서 일하는지 인식하고 있다. 집이 호텔 인근이다. 아이가 동네 놀이터에서 다가 멀리 호텔 건물이 보이면 “아빠 회사 보인다”고 얘기한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볼 때도 “아빠 회사 비행기다”라고 반갑게 웃으며 소리치곤 한다. 웃으며 말하던 오진수씨는 "그런데 이제는 아들에게 뭐라고 말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씨가 14년 째 일하고 있는 제주칼호텔은 단순히 밥벌이를 위한 일터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회사와 함께 오진수씨 가족의 꿈과 미래가 함께 커가는 곳이다.

제주칼호텔 매각 결정 얘기를 들었을 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나요. 그런데 로비 농성을 하면서, 그때부터 실감이 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생각 들기 시작했어요.”

자식의 나이가 어리다보니 앞길이 막막하다. 집도 대출받아서 마련했다. 대출금 상환과 생활비를 대느라 월급을 받으면 고정으로 고스란히 빠져 나가고 있다. “직장을 잃게 되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걱정이 많아요. 맞벌이하고는 있지만 와이프도 다른 서비스 업종에 있어 위태위태한 상황이고요. 코로나 상황에 호텔 매각 결정을 하면서 일터를 잃게 되었으니 더욱 더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오진수씨 부부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와이프가 가장 걱정을 많이 해요. 코로나19 상황이잖아요. 회사에서 나오게 되면 앞으로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아이가 커갈수록 생활비도 많이 들어갈 거라서 생계를 어떻게 꾸려갈지도 막막해하고 있어요. 같은 업종으로 취업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나섰다. 급여의 20~30%를 덜 받는 유급휴가를 자발적으로 받는가 하면, 최소인력으로 호텔을 운영하면서 노동강도가 세지는 걸 군말없이 감당하기도 했다. 연차 소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제주시 '칼호텔사거리'에서 매일 피켓 선전전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투기회사에 제주칼호텔 매각 제주도민 반대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칼호텔사거리'에서 매일 피켓 선전전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투기회사에 제주칼호텔 매각 제주도민 반대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김재훈 기자)

오씨는 한진칼 그룹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배신감이 들어요. 우리 노동자들이 잘못한 것이 뭐가 있나요.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무책임하게 나가라는 뜻으로 얘기를 하니... 정말 배신감이 많이 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손을 잡아준 것은 결국 제주도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다. 오진수씨는 그런 도움에 고맙다고 말했다. “도민들이 이렇게 도와주는 것이 참 고맙죠. 자기 일도 아닌데 선뜻 나서주셔서 도움 준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감사할 뿐이에요. 칼호텔 매각 반대 서명을 받으면 자기 일 같이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또 관심 없는 분들도 계시긴 해요. 그래도 칼호텔이라고 하면 다들 알고 있어서 관심 많이 보여주셔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오진수씨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시설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객실 단가를 싸게 받으면서도 점유율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매출이 안 올라가는 상황”이라는 것. 오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에는 거의 비수기가 없을 정도로 거의 만실 가까웠다. “코로나19 직전까지도 상황은 좋았어요. 특히 중국 단체 많이 들어왔죠. 카지노도 있으니까요. 대한항공 계열사다보니 승무원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거든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전략을 잘 세워 경영 회복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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