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자 측은 호텔 운영을 이어가지 않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칼호텔 직원과 외주 업체 등 3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고용보장 없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며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진=김재훈 기자)
업무를 쉬는 날에도 김민영씨(가명)는 일터로 나와 호텔 로비 농성장을 지켰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은 호텔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로비에서 2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3일에는 김민영씨(가명)가 농성장을 지켰다. 근무하면서 이날처럼 쉬는 날은 농성장에 나오고 있다. 김씨는 항공기 기내식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가 만든 음식들은 대한항공에 납품된다. 대한항공 한식 조리실에서 일하다가 현재 기내식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제주칼호텔에서 27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올해 49살이다. 23살에 입사했다. 제주칼호텔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재오픈 할 때 들어와 올해 4월 1일 근속 25년상을 받을 예정이다. 

“장기근속 격려차원에서 주는 상이잖아요? 그런데 회사가 없어지는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저 같은 경우 회사에 대한 애정도 많아요. 결혼도 하고 여기서 일하면서 애들도 낳았거든요. 많은 일들 겪어왔어요. 갑자기 회사가 없어진다 하고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황당하죠. 정년이 많이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나가라고 하니 정말 속상해요.”

제주칼호텔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김씨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매각 소식이 들렸을 때 ‘설마’ 하면서 믿지 않았어요. 대한항공이 모태인 큰 회사잖아요. 상상도 안 하고 있다가 이렇게 되니까 충격이 정말 커요.” 

김씨를 비롯한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은 이날 사측으로부터 7번째 공문을 받았다. 희망퇴직 안 하면 인사이동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인사이동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퇴직 신청하라는 말이죠. 8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요. 어제자 공문으로 8일까지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통보한 거예요. 3월 10일에 노사 협의가 있는데 이렇게 공문을 보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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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칼호텔을 도급 운영하고 있는 항공종합서비스(주) 대표이사가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사진=김재훈 기자)

노사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퇴직 일자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 “조합에서는 희망퇴직이라는 게 조합과 어느 정도 협상이 된 상황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퇴직 신청 기한 날짜를 못 박은 공문이 왔으니 조합 차원에서는 거기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김씨는 열악한 노동 여건에서도 제주칼호텔에서 일하며 청춘을 보낸 기억을 떠올렸다.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애 낳고는 출산휴가로 100일만 쉬고 퉁퉁 부은 몸으로 다시 일하러 왔어요. 아이 셋을 낳으면서 육아휴직도 없이 출산휴가만 100일씩 받으면서 일해왔는데... 주6일제였던 때도 일을 했고요. 육아휴직 한 번 안 받고 다닌 회사를 이렇게 나가라고 하니 정말 속상해요. 최선을 다해 다닌 회사인데 이렇게밖에 대우를 안 해준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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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인터뷰 중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사진=김재훈 기자)

김씨는 제주칼호텔에 27년을 다니면서 회사소식을 처음으로 문자로 받아봤다고 말했다. 제주칼호텔을 도급 운영하는 항공종합서비스 대표이사 등 호텔 경영진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회사가 이렇게 된 건 경영 잘못이잖아요. 경영진들은 도대체 어떤 책임을 지면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는지 궁금해요. 대표이사, 총지배인부터 희망퇴직서든 쓰고서 우리더러 쓰라 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네는 쓰지도 않고 우리한테만 쓰라고 하는 거잖아요. 대표이사부터 책임지는 사직서를 쓰면서 희망퇴직을 요구하면 마음이 흔들리기라도 할 텐데,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런 문자만... 장난도 아니고, 우리가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헛웃음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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