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고용보장 없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칼호텔 매각. 노동자와 회사(이하 노사) 간 2차 협의가 지난 16일 진행됐지만 불발됐다.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공동대표 정성환·데이빗페이시/이하 칼호텔)는 이날 희망퇴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노조측은 고용승계 방안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칼호텔은 18일 회사소식을 통해 “회사는 노사협의 석상에서 희망퇴직위로금 등 시행계획을 설명하고 협의하고자 했으나 조합에서 조합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후 협의를 마무리해 희망퇴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제주칼호텔 도급계약이 종료될 경우 도급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특성 상 감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강조하며 “희망퇴직이 인위적인 고용종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우선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을 확보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역설하며 “지금은 현실적인 협의 진행이 절실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조합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후 협의 마무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입장은 달랐다. 

칼호텔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재작년. 제주칼·서귀포칼·파라다이스 가운데 제주칼 매각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노조에 따르면 칼호텔은 ‘스타로드자산운용㈜’와 우선협상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 스타로드는 제주칼 인수 후 그 자리에 주상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단체협약에 따라 매각·휴폐업 등 기업 내 노동환경이 변하면 먼저 노동자와 협의를 해야 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매각 사실을 접했던 것. 

지난해 연말 제주칼 매각공시가 떴다. 노조는 1월 초 임시노사협의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매각 방침만 결정됐을 뿐, 매수 시기나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노사협의를 차일피일 미뤘다.

노조측 요구로 2월 9일 1차 노사협의가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정성환 칼호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완전고용보장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위로금 지급을 언급했고, 고용대책을 마련하라는 노조측 반박에 따라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일정을 연기했다. 

노사간 협의는 기업이 구조조정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다. 이후 사측은 “도급사업 특성상 감원이 불가피하다”면서 “고용 관련 문제에 대한 노사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노사협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희망퇴직을 회사소식을 통해 전직원에게 전했다. 

지난 16일 진행된 2차 노사협의는 대표이사 없이 칼호텔 총지배인과 실무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칼호텔은 희망퇴직 절차 진행 입장을 재차 밝혔고, 노조측은 대표이사 참석과 고용대책 마련을 요구, 협상은 결렬됐다. 3차 노사협의는 21일 예정됐다. 

9일 오후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제주칼호텔 매각 저지 도민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김재훈 기자)
9일 오후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제주칼호텔 매각 저지 도민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김재훈 기자)

#감원은 피할 수 없는 현실?

1차 노사협의를 진행하기 5일 전인 2월 4일 칼호텔은 10분짜리 경영설명회를 개최한 뒤, 제주·서귀포 칼호텔 총지배인 이름으로 '직원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원청사인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 8년에 걸친 장기간 영업 적자와 부채 증가로 금년말까지 상황해야 할 차입금이 2358억원에 달한다”면서 “작년부터 가능한 모든 임직원의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고자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의 일환으로 제주칼호텔업을 계속할 인수자를 물색해 왔다지만 결국 영업양수자를 찾지 못해 불가피하게 제주칼 부지와 건물 등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적혀있다.

2월 7일 회사소식에 따르면 칼호텔은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 올해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빌린돈)액이 2358억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칼호텔 자산매각 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전액 상환이 아니라 일부 상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칼호텔 소유 '파라다이스 제주'를 매각한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알려진 제주칼 매각 금액은 700억 정도. 파라디이스를 팔아도 제주칼 매각 금액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측 설명이다.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는 말에 진정성을 얻으려면 먼저 매각 결정 전 노동자 대표에 이 사실을 알리고, 영업 양수자를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호텔 영업을 인수할 양수자를 찾을 수 없었'다면 회사가 최소한 보장할 수 있는 고용인원을 노조에 먼저 제시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칼호텔 매각중단 및 고용보장'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는 서승환 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칼호텔 매각중단 및 고용보장'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는 서승환 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노조는 “지난해 일방적으로 부동산개발회사와 매각을 결정을 내려놓고 이제와 감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겁박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려는 속셈”이라면서 “만약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100% 고용보장을 약속할 수 있는지 회사는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 희망퇴직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우선적인 대책?

제주칼 영업은 4월 30일 종료되며 5월 51일 제주칼 부문 도급계약은 모두 종료된다.

도급이란 세탁 등 호텔 내 특정 서비스를 통째로 외부 업체에 맡기는 형태다. 파견, 아르바이트 등 기간제 근로와 함께 대표적인 비정규직 고용 형태로 제주칼 노동자 300명(노조측 추산)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제주칼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150명, 도급계약 90명, 카지노 직원 60명 총 300명 가량이다.

희망퇴직은 정년 전 직원이 스스로 신청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말하며, 회사는 퇴직위로금(명예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보상을 노동자에게 지급한다.

칼호텔은 경영상 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희망퇴직은 사실상 근속 유지 선택권이 없다. 회사가 내정한 구조조정 인원에 못미치면 정리해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퇴직금 외 지급되는 위로금이라도 받으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칼호텔은 제주칼과 서귀포칼의 구조조정을 동시 진행하며 “희망퇴직이 가장 현실적이며 우선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의 경우는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힐튼 역시 부동산개발업체에 매각을 결정했지만 제주칼과 다른 점은 매각사(힐튼), 인수사, 노동조합 삼자 대표단 협의를 진행했으며, 주상복합단지 개발 완료 후 고용 승계를 위해 호텔 객실을 짓기로 했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으로, 급여는 인수사 내규에 따른다. 

고용보장 대신 퇴사를 희망하는 노동자를 위해 보상안도 따로 마련했다. 퇴직금과 추가지원금 지급 기준도 마련했다. 희망퇴직을 강행한 것이 아니라, 희망퇴직도 선택의 일부로 마련해 놓은 것이다. 

칼호텔 노조는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 신청자가 회사가 내정한 고용보장 인원에 미치지 못하면 위로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항공종합서비스 대표, 인수사인 스타로드 대표, 노동조합 대표 5자 협의를 하자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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