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자 측은 호텔 운영을 이어가지 않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칼호텔 직원과 외주 업체 등 3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고용보장 없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며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진=김재훈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1984년생 강민용씨는 제주칼호텔 식음료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2007년에 입사해 올해 15년차다. 제주칼호텔은 그의 첫 직장이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호텔 경영 쪽을 공부했고, 대학도 같은 전공을 살려 호텔경영학과를 나왔어요. 그래서 직업을 여기로 선택했죠. 입사할 때 저희 과에서만 칼호텔에 6명이 지원했는데 3명이 떨어질 정도였어요. 다들 안정적인 일자리라 여겼어요.” 25살에 새내기로 제주칼호텔의 유니폼을 입은 강민용씨는 어느덧 39살이 됐다. 칼호텔은 그가 청춘을 보낸 직장이다.

입사 후, 27살에 결혼했다.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큰애도 아직 어리다. 초등학교 6년이다. “아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빠 회사다,라고 얘기해요. 2015년에 대출받아서 집을 구입하고서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어요. 1억 이상이 남았어요. 요즘 아이들 학원비 줄인다고 줄인 게 둘이 70만원이 나오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그 역시 다른 제주칼호텔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매각 소식을 외부에서 전해 들었다. “매각 소식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서귀포 칼호텔에 1달간 지원을 나가 있던 상황이었어요. 서귀포 칼호텔로 출근했는데 사람들이 제주칼호텔이 매각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회사로부터 그런 얘기 못 들었다고 말하니까 이미 SNS에 올라왔다고 해서, 뉴스를 찾아봤는데 마음이 막 떨리더라고요.”

(사진=김재훈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에서 오래 일해왔는데 그처럼 중요한 얘기를 밖에서 들었을 때 사측에 대한 섭섭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을까. “배신감 이런 걸 넘어서 마음이 참... 아예 멍해요.”

제주칼호텔 매각 소식에 강민용씨의 가족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와이프는 제가 힘들어할까 봐 내색은 잘 안 해요. 부모님은 집에 가면 갈 때마다 물어보시고요. 그러면 매각이 결정된 건 아니니까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답하고는 있는데, 답답하기만 하네요.”

그는 제주칼호텔을 떠나면 같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이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 시장의 위축 때문. 제주칼호텔이 고용보장 없이 매각되면 그와 함께 많은 직원들이 낭떠러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을 잃게 되면 다른 데 일자리 구하기 어려울 거예요. 내일 모레 마흔인데...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호텔 등 어려운 시기기 때문에 취업 문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있거든요.” 

제주칼호텔 노조 쟁의부장 역할을 맡고 강민용씨는 “도민이 많이 참여해주시고,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나이 드신 분들은 옛 추억도 있고 해서 더 관심을 보여주기도 하세요.”라면서 도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제주칼호텔 매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 수는 300여명. 그들의 가족까지 더하면 앞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는 어림잡아 1000명을 넘는다. 선흘1리 주민 수가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작은 마을 단위의 인구가 제주칼호텔 매각으로 인한 생계 걱정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는 사측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려운 상황을 잘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에는 노조나 사측이나 같이 체육대회도 하고, 좋은 일들 많았거든요.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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