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자 측은 호텔 운영을 이어가지 않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칼호텔 직원과 외주 업체 등 3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고용보장 없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며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진=김재훈 기자)
3차 노사협의가 끝난 회의실에서 인터뷰 중인 지현우씨. 제주칼호텔 사측 정성환 대표위원의 명판과 의사진행봉이 놓여져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1988년생 지현우씨는 올해 35살이다. 제주칼호텔의 식음료 파트, 뷔페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2012년, 25살 때 입사했다. 올해 입사 10년차다.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애들도 셋 낳아 기르고 있어요. 막내가 올해 네 살이에요.”

다섯 식구의 가장인 지현우씨는 칼호텔에서 일하며 대출받아 집을 샀고 그 대출금 상환과 육아비에 월급의 많은 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칼호텔 매각이 공식화 되면서 부모와 처가에서 회사 상황을 종종 물어온다.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으시는데, 딱히 설명을 못 드리고 있어요. 매각 본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니라서 진행중이라고만 말씀드리고 있어요. 사측에서도 정확하게 본계약이 체결이 안 됐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만 있고요.”

지현우씨는 제주칼호텔이 이처럼 한순간에 매각을 결정하고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 한진칼그룹이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

“결혼하기 전에 장모님이 칼호텔에 입사하면 결혼을 허락하겠다, 하셨어요. 그래서 지금에 이르고 있고요. 그 정도로 지역 어른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겼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최근, 노사협의에서 사측은 정직원 50% 감축에 희망퇴직자에게는 18개월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에서는 아직 얘기할 단계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보장이 우선이기 때문. 노조 차원에서는 희망퇴직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구조조정 현장을 보면, 노조 구성원 간 입장 차가 생기며 분란이 야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씨는 “직원들이 사측의 희망퇴직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한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사측에 재무제표와 정부 지원금 내역 등 자료들을 요구했다. 회사의 정확한 경영 상황 검토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호텔 내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이 기분 좋게 식사하고 고맙다고 하고 가실 때, 그럴 때 보람을 느끼기도 했고요. 칼호텔에서 일한다는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었어요. 손님들이 서비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하실 때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사진=김재훈 기자)
1인시위 중인 지현우씨(사진=지현우 제공)

제주칼호텔이 갑작스레 경영난에 처한 것은 아니다. 지씨는 “조금씩 누적되면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미연에 그걸 방지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커지도록 놔둔 게 아쉬워요.” 제주 관광 형태의 변화에 따른 경영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

지씨는 최근에서야 경영 정보를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칼호텔 종사자들은 매각 관련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MOU 체결한다고 했을 때 숨기는 것 같았어요. 회사 영업을 중단하고 도급계약도 종료하기로 하면서, 이제야 정보를 오픈하는 것 같아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노조 간부를 맡고 있는 데 대한 사측의 보복적 인사 조치가 따르지 않을지 걱정도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없었다면 사측과 협의 자리를 마련한다거나 제주칼호텔 매각 반대 도민 연대를 구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노조 간부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그래도 맡은 바는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죠.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이라면 걱정인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맡은 바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거고, 계속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지현우씨는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면서도 직원 구조조정은 없다, 얘기했었거든요. 같은 항공조합서비스 회사인 칼리무진을 매각할 때도 직원들이 전부 고용승계됐는데, 여기만 유독 제주칼호텔만 고용승계 없이 매각하려고 하니 참 이해가 안 돼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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