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축제’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제주지역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건 후보들은 단 한 명도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진보정당 득표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공고한 거대양당체제에 기반한 여러 요인이 먼저 거론됩니다. 하지만 그 외적 요인들은 이미 드러난 지 오래인 상수입니다. 시선을 진보정치와 진보정당 내부로 돌려 치열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제주투데이는 지역 시민들이 직함과 대표성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얘기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제주지역 진보정치 및 진보정당의 한계를 점검하고, 진보진영의 현실정치 참여를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진보정당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담고자 합니다. 그렇게 ‘축제’를 이어가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①"진보정치, 지역 연대의 날을 벼리자"

(그래픽=김재훈 기자)
(그래픽=김재훈 기자)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3월 대선을 시작으로 6월까지 이어진 선거 일정으로 마치 2022년 전반기가 통으로 선거기간이었기에 정말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피로감도 대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을 통과하며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 윤석열 정부(인수위 시절을 포함해서)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연이어 계속되는 각종 논란에 정치에 대한 기대보다는 불신이 더욱 강해져만 갔다.

결국 이런 정치피로와 불신이 지방선거 투표율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전국은 지방자치 사상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제주도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처참한 상황까지 직면해야 했다.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피로와 불신을 직접 나타낸 것이다. 어쨌든 길고 긴 선거는 끝이 났다. 제8기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가 곧 문을 열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구태여 거대 양당에 대한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 정치개혁을 뒤로 미루며 영겁의 세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평가조차도 아깝고 굳이 내가 평가하지 않더라도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비판과 비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고 딱히 두 거대 양당이 움찔하지도 않을 터이니 구태여 글 쓰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와서 뒷북치는 것 같지만 선거 때는 여러 이유로 하지 못한,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했으나 놓친 정책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생활환경 악화, 오로지 관광객 탓일까?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호는 역시나 관광객을 반으로 줄여 제주도의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과잉관광의 문제는 결국 관광객의 수요조절로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오래전부터 환경수용력에 기초한 관광객 조절 논의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다만 이 구호 자체가 관광객을 적대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차별과 혐오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정말 관광객이 연간 800만 정도로 감소하면 제주지역의 생활쓰레기 부하가 사라지는가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제주도에서 소각장과 매립장 포화로 생활쓰레기 문제가 피크에 다다른 시기는 2017년이다. 필리핀으로 제주도의 압축쓰레기가 밀반출되는 등 생활쓰레기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며 도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던 시기이다. 이후 2019년까지 생활쓰레기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다. 이렇게 쓰레기 문제가 극에 달했던 2017년에 제주도의 하루 평균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900톤 규모였다. 연간 관광객 1475만 명이 들어온 시기다.

그런데 2018년에 관광객 수가 1431만 명으로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오히려 하루 평균 1143톤으로 증가한다. 그러던 것이 2019년 관광객 1500만명을 다시금 돌파하며 1239톤으로 100여톤 증가하더니 2020년 코로나19로 관광객이 1000만으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1173톤으로 소폭 감소한다. 그러다가 관광객 1200만명을 회복한 지난해에 생활쓰레기는 1219톤으로 돌아갔다.

주목할 점은 관광객이 150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감소했을 때 생활쓰레기는 하루 평균 5.6% 감소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이다. 관광객이 30%가량 감소하는 동안에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큰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1400만 관광객이 입도하던 2017년과 2018년에 비해 여전히 많은 양이 배출된 것이다. 1200만명이 입도한 지난해의 쓰레기 배출량은 1500만 관광객이 입도할 때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결국 관광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생활환경 악화의 두 축

제주도 인구 증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2017년 제주도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해서 67만8772명. 이듬해 13,260명이 증가한다. 1년 동안 인구가 약 2% 증가한 것이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이는 2022년 4월 기준 삼도1동의 인구와 맞먹는 수치다. 인구 증가가 둔화된 것은 2019년에 하반기에 들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4600명이 증가한다. 같은 기간 관광객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인구도 같이 증가한 것이다. 인구의 증가가 제주도의 기본적인 부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관광객이 줄어도 쓰레기 발생량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500만명의 관광객이 줄어들 동안 쓰레기 배출량이 고작 5% 감소했는데, 거기에 더해서 300만명이 추가적으로 감소한다고 드라마틱 일이 일어날지 의문이다. 관광객과 함께 인구증가가 문제로 나타났으니, 이제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외치면 되는 것일까? 거주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이자 인권인데 과연 그럴 수 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어느 한쪽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 급격한 관광객 증가는 제주도의 생활환경 악화의 두 축이다. 어느 한 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 도심의 생활환경 악화의 원인은 관광객을 수용하는 대규모 관광숙박시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급격한 인구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외곽으로 확장을 거듭해온 비대해진 도시계획에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제주에 인구가 많으니깐 제주에서 떠나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관광객만 오지 말라고 한다. 과연 입도하는 관광객만 줄어든다고 지금의 생활환경 부하가 완벽하게 해결될 것인지 곱씹어볼 대목이다. 인구정책에 대한 입장과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점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구도심의 인구유출을 막는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도심의 인구유출 또는 감소에 대해 문제에 대해 몇몇 후보는 유입인구를 늘려 다시금 활기가 넘치는 지역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들 지역은 과거에는 핵심지역 이었으나 새로운 택지개발과 그에 따른 상권의 이동 등으로 인해 이른바 구도심으로 불리는 쇠락한 도심지역들이다. 많은 후보들이 그 지역이 낙후되었다면서 어떻게든 유입인구를 늘려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공약은 대단히 단편적이고 현재 제주도심의 잘못된 구조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공약이다. 인구가 집중된 지역의 특징은 대규모 택지개발 등 도시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곳들이다. 주로 대규모 아파트가 밀집해 있으며, 그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지역은 이도이동, 아라동, 노형동, 연동, 삼화지구 같은 곳들이다. 최근 해당 지역들에서는 더욱더 고밀도 개발이 심화되고 있다. 재개발 압력이 큰 지역도 이들 지역이다. 재개발의 형태 역시 고층 아파트를 짓는 고밀도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물론 도시공원 민간특례가 이뤄지는 곳도 우연찮게도(?) 이들 지역과 밀접한 곳들이다. 이런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은 부동산시장과 함께 교육과 문화시설 등의 인프라가 받쳐 주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을 통해 한 지역의 인구를 늘리게 되면 인구가 줄어드는 다른 지역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지역의 인구가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굳이 떠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쇠락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인구가 그곳을 떠나, 개발이 이뤄지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식이면 쇠락한 지역끼리 서로 경쟁하며 서로의 힘을 빼는 치킨게임이 되고 만다. 즉 구도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더욱 심화될 따름이다. 지역의 인구 불균형은 더욱 가속화되고 구도심의 활력은 더욱 움츠러들 뿐이다.

단순히 우리 지역의 인구가 줄었으니 늘릴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는 단편적인 발상이 아니라 도심의 고밀도 개발을 멈추고 저밀도 분산개발과 균등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시 전체의 구조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으로 지속되는 개발의 흐름을 끊기 위한 거시적 도시계획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도시계획을 전환하는 동안 구도심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쾌적하게 가꾸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구도심 곳곳에 도시숲과 공원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노후주택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서관을 비롯해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교육과 문화를 향유하게 하고, 주민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 이를 기반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재정립해 나가는 것이 지역의 활기를 되찾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울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청년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키워내야 침체된 지역을 되살릴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동지역 구도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읍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좀 더 보태자면 읍면 지역에 가정의학과, 내과, 정형외과, 청소년소아과, 치과 등이 포함된 공공의료시설까지 갖춘다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내용으로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딱히 드러난 것이 없다. 지엽적으로 몇 가지 내용이 있긴 했지만 지금의 잘못된 도시계획을 바꾸자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 바다에 대한 무관심과 관련 공약들의 부재

제주도는 4면이 바다이다. 대부분의 읍면동이 바다를 끼고 있다. 그만큼 바다는 중요한 도민의 삶의 공간이자 중요한 환경자산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우리 읍면동의 바다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해안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겠다거나 해양오염 저감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거나 나아가서 해양보호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와 관련한 생태법인에 대한 언급 정도가 전부였다.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반복해서 문제 제기되는 내용인데다 해양생태계의 파괴가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거란 경고는 이미 오래된 지적이다. 바다를 기반으로 제주의 어업과 관광산업 등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잖은데 어떻게 이렇게 조용하게 지나간 것인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실제 우리가 바다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얼마나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오염시키고 있는지는 자료로도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다의 보호의 핵심정책인 해양보호구역은 제주해역 전체면적 9,600.59㎢의 0.01%에 불과한 15.3㎢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해양보호구역이 어디에 지정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적어도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한참 미달하는 현재 상황을 진보정치는 도대체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해양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18년 1만2143t이던 해양쓰레기는 2019년 1만2308t, 2020년 1만8358t으로 지난해에는 무려 2만1489t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무분별한 바다의 이용이 불러온 문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해 딱히 뭐라 말하는 후보가 없었다.  이런 무관심은 바다의 보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여객선 이용 활성화 방안도 없다

제주공항의 수요를 분산을 위한 정책으로 여객선 이용 활성화가 거론된 적이 있다. 제주도를 오고가는 교통 수단 중 비행기가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수송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섬 지역의 특성상 항공수요를 분산하려면 여객선 이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객선을 통한 수송을 어떻게 늘릴지, 어떻게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한 논의는 이번 선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10만톤급 대형 크루즈선을 유치하기 위해 제주신항만을 조성하겠다는 허황된 공약과 물류거점 항만을 성산지역에 조성하겠다는 내용뿐이었다. 제주도의 여객선 이용객은 2010년 이후 200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항공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6년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 3000만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제주도에 여객선을 통해 오가는 이용객은 항공기의 1/10도 안 된다는 말이다.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29배나 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측면과 관광객의 적정수용의 측면에서 여객선으로의 수요분산은 꼭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항공을 이용한 관광이 짧은 시간 제주도에 체류하면서 많은 이동과 소비를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좀 더 느린 관광, 좀 더 체류하는 관광에 대한 전환은 이미 예전부터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과제다. 여객선 이용을 확대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와 도의원, 비례대표 공약 모두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명확하고 가시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필요한 정책이지만 놓친 것들이 많을 것이다. 짧은 기고에 모든 것을 다 쓸 수 없어 크게 3가지만 얘기해 보았다. 굳이 지방선거가 다 끝나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솔직히 뒷북이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적어두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도 또 그다음 선거에서도 이런 내용은 여전히 묻혀 있거나 왜곡된 형태로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정치는 대안을 만드는 일이고 명확하고 가시성 있는 대안일수록 대중의 지지를 더욱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기 때문에 이 글을 썼다. 혹자는 기후위기가 코앞인데 명확한 대안을 제시할 시간이 어딨느냐며 팔짱 끼고 훈계하는 것이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걸 보기도 했다. 당장에 바꿔야 한다는 강박이 때로는 왜곡된 시선이나 편견으로 때로는 독선적인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제주의 정치가 구체적인 대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담아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부디 다음 선거에서는 진보정치가 좀 더 선명한 대안으로 다가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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