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축제’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제주지역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건 후보들은 단 한 명도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진보정당 득표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공고한 거대양당체제에 기반한 여러 요인이 먼저 거론됩니다. 하지만 그 외적 요인들은 이미 드러난 지 오래인 상수입니다. 시선을 진보정치와 진보정당 내부로 돌려 치열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제주투데이는 지역 시민들이 직함과 대표성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얘기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제주지역 진보정치 및 진보정당의 한계를 점검하고, 진보진영의 현실정치 참여를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진보정당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담고자 합니다. 그렇게 ‘축제’를 이어가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①"진보정치, 지역 연대의 날을 벼리자"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② 반드시 나와야 했던 공약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③후보의 진정성과 공약보다 ‘내 편의 승리’가 더 중요?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④현실적 전략과 해법 가지고 있었던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⑤어떤 정당이 변화하는지 도민은 지켜볼 것이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⑥가족·돌봄이라는 단어 안에 '여성'을 숨겼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⑦생활정치와 MZ세대 의제 발굴로 나아가야

(편집=김재훈 기자)
(편집=김재훈 기자)

2022 지방선거. 나름 성과가 있다고 자평하고 싶어도 진보진영 모든 후보가 탈락하는 너무 참담한 성적표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중앙정부에 반서민적이고 반평화적인 세력이 집권해서 참담한데 지방선거마저 이런 결과라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였다. 진보 진영이 전국적으로 2% 미만의 성적인데 제주에서만은 3% 넘는 지지를 받았으니 그나마 나은 거라는 위로의 말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 효과만 준다. 진보 전체가 받은 지지율도 10%를 간신히 넘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받은 지지율 20%의 반토막이다.

사람들은 대선 이후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 그 이유의 하나라고 하기도 하고, TV 토론회에 진보 진영 후보가 진출하지 못한 것도 이유로 꼽는다. 

양대 정당은 원내정당이기에 선거자금도 지급되고, 정치후원금도 많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도 15% 이상의 득표율로 100% 선거자금을 돌려받는다. 당연히 선거에 두려움이 없다. 거기에 TV 토론까지 당연하게 초청 대상이 된다.

약소정당이나 무소속인 후보는 어렵사리 마련한 후원금도 건물임대료와 인건비, 현수막 및 선거 차량 마련하는 데 넉넉하지 않다. 거기다 도지사 선거인 경우 선관위에 오천만 원이라는 기탁금을 내야하고,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출발부터 너무 허들이 높다. 허들도 높은데 초청 대상인 양대 정당 후보가 동의하지 않으면 함께 TV 토론도 할 수 없다. 할 수는 있어도 비초청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허들을 낮추지 않는다면 정치의 다양성은 성립할 수 없다.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고 있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점차 저변을 넓혀가는 대한민국에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반민주적 정당법과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선거법 혁신은 우리 시대의 과제다.

지난 20년간 진보정당들은 주요 목표를 정당법과 선거법 혁신에 두고 매진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정당법과 선거법 혁신에 대한 정치적 합의점이 깨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측 민심을 잃고, 180석의 초거대 여당이 되어서도 아무런 혁신도 못 했으며 편파적인 언론환경까지 겹치며 대선과 지선에서 모두 패배하며 진보정당들도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서 지리멸렬에 이르렀던 것은 아닌가 한다.

전통적으로 투표율 전국 1위였던 광주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37.7%의 투표율을 보인 것과 전국평균 50.9%의 낮은 투표율은 민중들이 정치에 희망보다는 환멸을 가지게 되었다는 방증이다. 참고로 7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였다.

#제2공항 백지화 위한 정치연대 필요했다

각자도생 시대 진보정당의 정치적 목표가 달라질 수 있고 선거의 공간에서 후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지라도, 제주도에는 제2공항 건설이라는 제주의 미래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 있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만큼은 각자의 정치적 목표를 잠시 양보하고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한 정치연대가 필요했다고 본다. 양대 정당이 집권해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제주는 달라야 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제주도는 과잉 관광으로 인한 환경위기, 취약한 산업구조와 양극화에 따른 삶의 위기, 농업 및 1차 산업 위기가 겹겹이 맞물려 제2공항 이슈와 함께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선거였다. 그 시대정신에 녹색당 고은영 후보가 녹색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선거에서 원희룡 전 도지사는 제주의 가치를 높이며 난개발을 끄는 소방수임을 자처하며 당선됐다. 그러나 정치적 해결을 약속한 선출된 권력자가 오히려 중앙정치만 기웃거리다가 결과적으로 제주도를 버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2022 지방선거에는 더욱 난개발하겠다는 허향진 후보와 제2공항 등 난개발에 대해 입장이 뚜렷하지 않은 오영훈 후보가 양대 정당 후보로서 다투는 형국이니 도민들이 무슨 희망이 있어서 투표를 적극적으로 할까.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 53.1%라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도민들의 절반이 외면한 선거가 되고 말았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했거나 참여하지 않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반성도 진화도 없는 양당정치의 전형적인 폐해와 부작용을 도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로 받아야 하는데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다음 선거까지 선출된 권력을 어떻게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지 마음을 다잡기도 어렵다. 캠프 내에서 이번 선거 끝나자마자 슬픔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진심을 다해 선거를 치렀고, 결과가 속상했던 거다.

#민중 단체, 중앙 지침보다 지역 상황 따른 입장 협의했어야

앞서 이야기했듯, 진보정당이 뚜렷한 정치적 목표를 세우고 선거공간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정치적 다양성 측면에서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아쉬운 지점은 시민사회 진영이다. 회원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거나 행정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한 단체는 입장을 정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농민회나 여성농민회, 민주노총 같은 민중 단체들은 중앙의 지침보다 지방선거에서 그 지역 상황에 맞는 정치적 입장을 정하고 중앙과 협의할 수 있어야 했다고 본다. 그게 지방자치 시대에 맞는 민주적인 방식이 아닐까.

적어도 지방선거 1년 전에 민중단체 중심으로 정치연대를 구성하고 각 당과 협의를 통해 도지사 후보만큼은 단일화하고,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는 정당은 배제하는 원칙을 세워 단일화 한 도지사 후보에 힘을 결집했더라면 이렇게 낮는 투표율과 득표율, 모든 진보 후보 낙선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을까 싶다. 물론 광역단체의원과 비례대표의원에 대한 문제를 단일화 과정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는 있으나, 집단지성의 힘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너무 아쉬운 결과를 낳았기에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개선이 된다면 다행이겠다. 그나마 제주도에서는 중앙언론과 달리 환경과 자치 문제에 우호적인 언론환경이 있기에 진보 진영 전체의 단합만 이루어진다면 민중에게 정치적 희망을 돌려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지방선거에 제주가치에서 내세운 후보는 도지사에 박찬식, 도의원으로 박건도와 양영수 세 사람이다. 박찬식 후보는 무소속으로, 박건도와 양영수 후보는 본인이 가입한 정당이 있어서 각각 정의당과 진보당 후보로 선거를 치렀는데 모두 다 아쉽게도 낙선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 사람 모두 성품이나 실력 면에서 타 후보들을 압도할만한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와 양대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택받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특히 양영수 후보는 낙선된 다음 날도 지난 몇 년간 해왔던 등굣길 교통봉사하러 나갔다고 한다. 양대후보도 선거기간에는 표심을 잡기 위해 교통봉사를 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사라진 자리에 양영수 후보만 지키고 있다. 그런 사람이 선택받지 못한 이 시대의 어긋난 민심에 실망감을 어찌 감추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련은 사람의 그릇을 더욱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니, 부디 세 사람 모두 더 큰 사람이 되어 제주 사회를 이끌어주는 정치인으로 진화하길 기대해 본다. 물론, 정의당 고은실 후보나 녹색당의 부순정 후보도 마찬가지로 더 단단한 정치인으로 다시 등판하길 기대한다. 나머지 진보진영에서 비례대표로 나선 모두도 마찬가지다. 오직 사람만이 희망이니까. 그리고 모두가 합의 할 수 있는 선거연대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살암시민 살아져도 고만이 이시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조차 어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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