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축제’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제주지역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건 후보들은 단 한 명도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진보정당 득표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공고한 거대양당체제에 기반한 여러 요인이 먼저 거론됩니다. 하지만 그 외적 요인들은 이미 드러난 지 오래인 상수입니다. 시선을 진보정치와 진보정당 내부로 돌려 치열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제주투데이는 지역 시민들이 직함과 대표성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얘기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제주지역 진보정치 및 진보정당의 한계를 점검하고, 진보진영의 현실정치 참여를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진보정당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담고자 합니다. 그렇게 ‘축제’를 이어가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①"진보정치, 지역 연대의 날을 벼리자"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② 반드시 나와야 했던 공약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③후보의 진정성과 공약보다 ‘내 편의 승리’가 더 중요?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④현실적 전략과 해법 가지고 있었던들

(편집=김재훈 기자)
(편집=김재훈 기자)

차가웠던 선거가 끝났다. 

매번 선거를 말할 때 뜨거운 열기를 말했지만, 이번 선거는 참 차가웠다. 아니 문자폭탄과 유세차 소음 등에 도민들의 짜증으로 뜨겁기는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문자들과 유세 소리가 도민들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48.9%로 전국적으로 역대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던 제3회 지방선거에서조차 68.9%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여줬던 제주에서 무려 53.1%를 기록했다. 1995년 제1회 지방 선거부터 통틀어 봐도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두 번째로 낮은 8년 전 제6회 지방선거 투표율보다도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렇게 낮은 투표율이 대선에서부터 쌓인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컸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컸던 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민생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여전히 옳다고 주장하기 바빴다.

러다 보니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생에 대한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다고 느껴졌다. 다만 민생이라며 다주택자 세금 감면, 중대재해 기업처벌 약화 등을 추진하는 것이 정말 서민들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대안도, 힘도 부족한 진보정당들. 누구라도 투표할 맛이 안 나는 선거가 아니었을까.

낮은 투표율이었지만, 도민들의 판단은 냉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0년만에 ‘민주당 도지사’를 배출했고, 국회의원 의석을 지켰으며, 제주도의원 선거도 정수의 과반인 27석을 쓸어 담아 완승이라 볼 수 있겠지만 무작정 웃을 수 있는 결과를 주지 않았다. 

비례대표선거 정당별 득표율에서 더불어민주당 45.25%, 국민의힘 44.24%로 두 정당의 차이는 단 1.1% 차이만을 보였다. 제주가 호남화 되서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 찍도록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던 부상일 후보의 말이 무색했다.  

정말 냉정한 결과다. 아니 경고의 가까운 투표율이자, 정말 명확한 평가를 담은 득표율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겐 승리를 주면서도 경고를 했으며, 국민의힘에게는 패배를 안기면서도 기존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큰 격차를 크게 줄여줬다.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정의당 6.11%, 녹색당 2.83%, 진보당 1.16% 등으로 진보정당들의 득표율 합은 겨우 10%를 넘겼다. 근래 제주지역 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합이 15% 이상 유지해왔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에겐 대중과 멀어진 모습을 질타하면서도 괜찮은 인물과 정책만 있다면 언제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뜻을 보여줬다. 여전히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진보정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박건도(정의당), 양영수(진보당) 후보의 선전은 진보정당에도 여전히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이 결과를 정당들은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 더불어민주당은 담대한 도민의 승리라 자축하기 바빴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맞먹는 지지를 준 도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대신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말로 도민들의 판단을 비꼬았다.

지금이라도 각 정당은 도민들이 어떤 심판을 내렸는지 다시 한번 곱씹기를 바란다. 혹시 예전처럼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해지면 더 편하게 정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버려라. 우리는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잊은 게 아니다. 그저 지금의 정당들이 누구도 우리의 삶을 바꿔줄 대안이 되지 않기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어떤 정당이 지금의 결과를 제대로 받아들여 변화할지 도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심판할 것이다. 선거는 끝이 아닌 한 순간의 평가일 뿐이다. 2년 후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 4년 후 다시 찾아올 지방선거, 5년 후 대통령 선거. 도민들은 언제나 정치를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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