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책방 겸 출판사 '섬타임즈'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책방 겸 출판사 '섬타임즈' (사진=요행)

여행을 떠나요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있는 듯 몹시 뜨겁다. 어느덧 8월. 여름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뜨거운 태양과 이글거리는 도로. 그 위를 달려 소길리에 닿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는 아직도 못 가본 마을이 꽤 된다. 소길리도 그 중 한 곳이었다. 구불거리는 좁은 시골의 도로가 오랜만이었다. ‘이곳은 이런 매력이 있구나!’ 또 한번 고향에 반하며 주변에 흠뻑 빠지니 방금까지만 해도 뒤를 쫓아오던 업무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초행길은 언제나 여행길이다.

책방 섬타임즈는 제주시 애월읍의 중산간 마을 소길리에 자리해 있다.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있는 구 녹색녹촌체험관이 책방으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췄던 지난 2020년 10월, 이곳은 희망의 첫발을 내딛었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책방 겸 출판사 '섬타임즈' 내부에 전시돼 있는 미술작품. 이곳은 작은 화랑이기도 하다.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책방 겸 출판사 '섬타임즈' 내부에 전시돼 있는 미술작품. 이곳은 작은 화랑이기도 하다. (사진=요행)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마을은 책방이 있기에 너무나 한적하고, 시내와 꽤 동떨어져 있다. 건물에도 여전히 녹색농촌체험관 간판이 달려 있다.

‘드르르륵.’ 저 미닫이문을 열면 왠지 전혀 다른 세상으로 '풍덩!' 하고 빠질 것만 같은 기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른 건 당연했다. 앨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 갖가지 모험을 통해 성장했듯이 이 책방의 문을 열면 나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리라.

책과 그림, 요란하지 않은 소품들이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이곳의 책방지기인 이애경 작가는 7권의 책을 펴낸 수필가다.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는 그녀는 서울 태생으로 7년 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는 그녀가 어릴 때부터 너무 사랑해서 자주 왔던 여행지다. 지금은 제2의 고향이 됐다고.

그녀는 미술작품도 책만큼 좋아한다. 자연환경 뿐 아니라 도내 마을들이 그녀에겐 소소한 위안을 준다고 한다. 마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작품이었다. 책 읽고 사색하기 좋은데다 눈을 들어 보이는 곳마다 자연 걸작품이었으니 제주와 그녀는 주파수가 잘 맞는 것이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책방 겸 출판사 '섬타임즈' 내부에 전시돼 있는 미술작품. 이곳은 작은 화랑이기도 하다.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책방 겸 출판사 '섬타임즈' 내부에 전시돼 있는 미술작품. 이곳은 작은 화랑이기도 하다. (사진=요행)

출판사, 화랑 그리고 책방  

주파수 잘 맞는 이곳에서 그녀는 여러 일에 도전하고 있다. 작가라는 본업과 책방지기라는 부업, 화랑 운영에 출판사 대표까지! 

화랑 운영이라는 말은 좀 거창할 수도 있겠지만 책방 한 벽면은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품들은 판매도 한다.  책이 주는 위로 못지않게 미술품 역시 큰 위안을 주기에 이곳을 찾는 이들이 책과 미술이라는 호수 속에서 유영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에드워드 호퍼,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에곤 쉴레, 구스타프 클림트 등 좋아하는 화가의 스펙트럼도 넓다. 이외에 다양한 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를 가져도 좋다. 

매대에는 시와 수필, 소설, 예술, 인문 서적 등이 진열돼 있다. 위로가 되거나, 변화를 주거나,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을 좋아해서 그런 책들을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섬타임즈'에 진열된 책방지기 이애경 작가의 책들.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섬타임즈'에 진열된 책방지기 이애경 작가의 책들. (사진=요행)

마음이 따스하게 해 주는 수필과 자연, 나이듦, 제주에 관한 책이 눈에 띈다. 또, 귀여운 그림책도 있다. 너무 빽빽하지 않은 매대가 한껏 여유로움을 안긴다. 수필과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는 책방지기의 성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무거운 마음을 가져왔다면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게 밝고 차분하고 예쁜 세계로 초대하는 책들이다.

이곳에선 아무 책을 집어 들더라도 위로를 얻는다.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고 용기와 힘을 주며 생각을 변화시키는 기적이 담겨 있기’에 이애경 책방지기는 그런 책을 쓰고, 출판한다.

사실 이 작가는 책방보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섬타임즈’는 책방이면서 출판사다. 사무실로만 사용하기엔 공간이 아까웠던 그는 좋아하는 책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방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달 이 출판사에서 첫 책이 나왔다. 인문학에 관한 유쾌한 견해가 담긴 책이다. 이달 말께엔 ‘섬타임즈’ 출판사의 두 번째 책이, 10월에는 세 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다. 

그녀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지혜를 많이 배웠다고 한다. 

‘아, 이럴 때는 이렇게 대처할 수도 있구나!’

‘이 사람도 했다면 나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군.’

애경씨는 책을 읽은 것은 한 작가의 마음과 삶을 여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두 발로 걷는 여행과 책을 읽으며 걷는 여행. 책방에서 책을 쓰고, 책을 읽고, 책을 내고 있으므로 사실 그녀는 늘 여행 중이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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