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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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했던 지난 8일. 농도 짙은 안개가 유령처럼 출몰했다가 사라졌다. 제주섬만이 가질 수 있는 여름 날씨의 특색이 모두 드러난 날이었다.

더움과 습함, 그리고 안개라는 불리한 날씨 조건이 뒤섞인 고약한 날에 공연 날짜를 잡은 용기 있는 밴드가 있다. 그 주인공은 '파초선'이다.

나는 그들의 공연을 수차례 관람했던 터라 멤버들과 서로 어색하지 않은 인사와 안부를 묻는 사이다. 하지만 나름 친하다는 밴드가 불리한 날씨 조건 아래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 걱정이 됐다. 특히 이날의 걱정은 날씨 말고도 한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공연장소였다.

'플레이그라운드 1080'. 낯선 이름이다. 이 공연장은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에 위치해 있다. 제주시 기준으로 보면 먼 곳이었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마음을 단단히 동여매지 않으면 안됐다. 하지만 공연하는 밴드에 대한 걱정보다 공연장에 대한 궁금함과 의문의 마음이 더 앞섰다.

궁금한 것은 직접 부딪혀 보고 해결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음 단단히 동여매고 안개 가득한 평화로를 달려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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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헐리우드 로드무비에서나 봄직한 나홀로 네온간판이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영화에서 처럼 아메리카 머슬카를 몰고 왔어야 어울리지 않았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스스로의 질문과 함께 멋쩍은 미소를 본다.

'이렇게 멀고 외진 곳에 공연장을 만든 용기 가득한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확인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 눈앞이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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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순수 공연만을 위한 장소는 아니었다. 가벼운 식사와 음식메뉴, 그리고 육지의 유명 브루어리에서 공수한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라이브 펍의 형태다.

지리적 핸디캡을 가진 장소라고 하기엔 공연무대에 들어간 공수가 어마어마해 보인다. PA, 무대 인테리어, 네온 조명 등등 관객들의 시각과 청각을 즐겁게하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을 고민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주인장 내외를 만나 이곳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서사를 들었다. 흥미로웠다. 제주시에서는 먼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시내권을 벗어난 이곳 인근의 주민들은 시내권에만 집중된 문화와 예술공간으로 인해 상대적인 소외감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멀고 외진 지리적인 리스크와 얇은 소비층을 감수하고서라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시내를 벗어난 시외지역에서도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업자로서 재화의 획득과 수익 창출이라는 당장의 목표보다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문화를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앞선 용기있는 결단이 아니겠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연무대를 보니 나의 복잡한 의문과 생각이 정리되는 것만 같았다. 이날 ”플레이그라운드 1080‘에서 공연한 “파초선”의 공연 영상과 사진을 몇장 올려본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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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부러움이었던 도시에서의 공연문화 소비를 나는 너무 당연시 했고, 때론 귀찮아 하기도 했다. 이날은 그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문화는 도시인만이 누를 수 있는 절대 특권이 아니다. 문화는 도시 외의 곳에 사는 이들에게도 공평히 돌아가야 할 권리라는 것을 이날 낯선 공연장소에서 얻은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이었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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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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