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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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가을 외투를 반가이 꺼내 입는다. 기후변화 때문에 계절의 색채를 가늠할 수 없는 날들이 많다. 그래도 요즘 느끼는 아침저녁 공기는 제법 가을의 기운이 분명하다.

가을이 치명적인 이유는 사람의 감수성을 끌어 올린다는 점에 있다. 푸른 하늘과 차가워진 공기, 거리에 떨어져 낙엽들을 보면 슬프지 않아도 슬프고 외롭지 않아도 외롭더라.

행여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가을을 보내는 이방인들의 속마음은 어떠하겠나?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가을 계절에 더 짙어질 것이다.

제주도에도 금발, 파란 눈의 영어권 이방인들이 제법 많이 입도해 살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벌, 학력 우선주의의 까닭으로 인해 그들을 대한민국으로 불러들였고 제주도에 입도하게 한 것이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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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무려 국제학교가 4곳이나 있다. 주말이면 시내 중심가에 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나는 궁금했다. 제주에서 그들이 향수병을 달래는 방법들은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음주가무, 또는 취미 모임 등이 있을테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마침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향수병 달래기' 이벤트가 이달 초 제주 인디 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이벤트의 정도와 세기는 상당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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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향수병에 대처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우선시 되는 것을 꼽으라면 아리랑 또는 찬란한 시절에 함께 했던 유행가가 아닐까. 

우리에게 아리랑이 있다면 그들에겐 컨트리 음악이 있다. 과거 팝 음악을 소개하는 FM 라디오와 음악 잡지에서 봤었던 컨트리 음악이 그것이다. 

뭔가 서부 개척 시대가 연상되고 벤조를 연주하는 카우보이, 황야의 흙먼지, 초원의 집 등 미국적 향취를 가득 머금은 음악이 내가 기억하는 컨트리 음악이다.

당장에 생각나는 가수들을 꼽아 보자면 가스 브룩스, 케니 로저스, 존 덴버, 돌리 파튼이 있다. 그런데 인디에서 목격한 컨트리 음악의 코드는 낯선 것들이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벤조와 만돌린이 분명했다. 그런데 서부 개척 시대를 노래하고 연주하지 않고 중세 유럽의 선율과 리듬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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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야 그 이유를 듣고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미국은 영국의 청교도들(※칼뱅주의자들이란 이견도 있다.)이 바다를 건너 도착한 신대륙 위에 만들어진 나라가 아니었나.

지금의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일컬어질 만큼 수많은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무려 미국에는 북동부 지역의 6개주인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버몬트주, 메인주, 뉴햄프셔주를 묶어서 뉴잉글랜드라 부르기도 한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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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럽에서 이주한 영국계 조상들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미국의 컨트리 음악이라는 장르를 하나의 시류와 정의로 단언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케니 로저스와 존 덴버풍의 노래일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이 산산이 파괴되는 순간이었다.(영상 LINK1, LINK2)

오히려 신기하고도 독특한 체험이었다. 공연장에 느낀 감정과 느낌을 풀어 써 보라면 그들의 나라를 방문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던 이국의 문화 체험 현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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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팀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뮤지션이 있었다. 그 이름은 ‘준 리 (Joon Lee)’다. 그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도내 여러 공연장에서 그를 목격한 이들의 입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란 눈의 영어권 이방인 공연팀들 중에서 유일하게 솔로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 그가 풀어내는 노래들은 듣는 이의 시청각에 익숙한 POP적인 접근의 노래였다.(영상 LINK3, LINK4)

이날 공연장 주인장의 전언에 의하면 ‘준 리’는 자유영혼의 보헤미안같은 음악인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를 처음 만났지만 ‘앗! 연예인이다!’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으니. 그에게서 사람에게서 나오는 아우라의 실체를 봤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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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처음 접하는 반가움의 인사를 건네고 몇가지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가 생각하는 그의 음악세계는 좀더 대중적이고 파퓰러한 음악을 본인의 느낌과 감정으로 풀어내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주도는 수어년 전에 몇차례 방문했는데 제주만의 독특한 느낌과 색채에 마음을 빼앗겨 버려 제주살이를 실천해 옮기고 있다고.

이방인들의 풀어내는 가을계절에서 향수병에 대처하는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준 리라는 노래하는 자유 영혼을 알게 돼 그 의미가 깊었던 이색 콘서트 무대였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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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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