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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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과 공기를 온몸으로 호흡하는 낮과 밤의 계절을 느낀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원당봉과 별도봉의 나무들은 아직 색이 연하지만 불그스름하게 잎을 물들어가고 있다.

계절은 흐름은 지난 여름날의 뜨겁고 치열했던 감정과 기운을 식히는 시간, 가을로 그 시침과 분침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공연장 리뷰를 천천히 돌아보니, 주로 내 개인의 록 음악 장르에 대한 편애로 인해 디스토션과 드라이브가 과하게 걸린 록밴드 공연장 안에 있었다.

시끄러운 공연장 안에서 나는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과 고속으로 흐르는 혈관 속 혈류를 느끼며 관객석에서 당당히 산화했었다. 

이제는 자연과 계절의 순환하는 이치와 같이 과호흡 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토닥여줄 때가 온 것 같다.

비유하자면 이제 잠시 기타 앰프의 플러그를 뽑고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잡아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랄까? 그런 어쿠스틱한 무대가 펼쳐지는 공연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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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락소극장. 한일베라체아파트에서 영평마을 쪽으로 도로 옆으로 보이는 소극장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소극장이지만 공연참가자, 그리고 관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오밀조밀, 아기자기하게 갖춰져 있는 작지만 큰 극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장은 ‘러피’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포크 뮤지션이다.

러피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친구이지만 의외의 반전이 있다. 그가 노래하는 서정의 노래와 멜로가 전하는 메시지들은 보드카처럼 독하고 주제와 의미가 시대를 향한 날 선 독설들이 보인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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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피는 2021년부터 ‘아트락데이’라는 캠페인 성격의 콘서트를 기획하고 실행해 왔다. ‘아트락데이’ 일종의 스토리텔링 공연이다. 공연이 이뤄지는 그해에 어떠한 주제와 컨셉을 잡고 그에 대한 섹션으로 구분, 공연이 이뤄지는 구조이다.

그 주제의 모습과 성격은 주로 소극장이라는 작고 아담한 공간만이 취할 수 있는 매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형태로 기획됐다.

나는 2022년 ‘아트락데이 축제를 그리다 – 락데이’ 공연장에서 체험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 ‘아트락데이’는 3번째 공연기획이 되었는데 주제는 ‘라이프 앤 스트링’이다.

'라이프 앤 스트링? 어떤 의미지?' 의문이 들었다. 출연진의 면모를 보니 러피의 공연 기획 의도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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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의 주제는 ‘포크 콜라보’였다. 출연진은 뚜럼 브라더스 박순동, 러피와 임성미의 소금인형, 첼리스트 문지윤, 드러머 전진영 등이다.

뭔가 제주어처럼 친숙하고, 구수하고, 또 그립기도 하거니와 더불어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출연진의 라인업이다. 우리네 삶을 현악기의 스트링 현으로 잔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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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공연에서는 뚜럼 부라더스 박순동의 구수한 제주어 노래와 한편의 꽁트를 보는 것 같은 그의 넉살을 볼 수 있었다.

소금인형이 관객들에게 펼쳐내는 잔잔한 보사노바 풍의 노래와 절절한 서정의 감성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문지윤의 첼로 현에서 흐르는 감성의 멜로디와 전진영의 카혼이 뚜럼과 소금인형에게 든든한 지원사격을 해주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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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꼽은 이날 공연의 백미는 소금인형과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자작 동요였다. 동요라니. 얼마만에 느껴보는 내 어린 초등시절의 감성인 건가.

아이돌 가수들의 부르는 사랑가사와 멜로디를 읊조리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에겐 분명 신선한 충격이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러피는 무서운 친구임이 분명하다. 애써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동요 부르던 그때를 소환하여 추억하게 하다니.

내 나이 40대 후반이지만 천진난만했던 초등학교 시절 그때, 우리는 친구들과 소풍가면 같이 동요를 부르며 장기자랑을 했었던 시절이 있지 않나. 지금의 매마른 어른 감성을 공연장 무대에서 사정없이 건드려 살짝 눈물짓게 만들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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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관객들 중에 부모와 함께 손잡고 온 꼬꼬마들의 모습이 제법 보였다. 부모와 함께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뮤지션의 공연장 무대가 우리 곁에 그리 멀지 않는 장소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러피에게 되려 감사했다.

‘2023 아트락데이’는 11월 3일에 마지막 섹션으로 공연이 이뤄진다. 주제는 ‘매직 & 뮤직 콜라보’다.

무려 마술사들과의 협연 무대라고 하니 그 공연의 모습은 어떤 모양으로 그려지게 될까. 공연 정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아트락소극장’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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