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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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여름 계절의 덥고 습하기가 열대 나라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게릴라처럼 숨바꼭질하다가 어느 순간 장대 같은 물 폭탄을 뿌리고 홀연 사라지는 비는 어떠한가? 이는 영락없는 열대 나라의 스콜이다. 7월 15일의 토요일의 제주 날씨가 그러했다. 덥고 습했다. 예측할 수 없는 비가 수시로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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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라는 영화를 보면 '맑음 소녀'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 속에서 '맑음 소녀'가 비 내리는 날 하늘에 소원을 빌면 비가 그치고 햇살 가득한 맑은 날씨로 변한다. 나는 그녀가 제주도로 출장 와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마침 모던 록 성향의 인디밴드 '스테이플러'의 공연 공지가 SNS에 떴다. 나는 냉큼 카메라와 여분의 배터리를 챙기고 그들의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내달렸다. 이날은 '스테이플러'가 구원처럼 나타난 '맑음 소녀'인 셈이었다.

잠깐 이 밴드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가자. 디음은 리더 김신익님에게서 받은 밴드의 정보다.

스테이플러 (STAYPULLER)

Vocal & Guitar 김신익

Bass 김태엽

Electric Guitar 유현상

Drum 강영철

Piano 이유정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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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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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함을 나타내는 'Stay'와 끌어당기는 사람을 나타내는 'Puller'가 더해져 우리의 음악이 정지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끌리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이들은 2017년 4월 4일 첫 번째 EP <GO 100>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9곡의 창작곡을 발표했다. 일기장처럼 써 내려간 자화상 같은 가사들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매년 꾸준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 리더가 밝혔듯, 순수 자작곡만으로 1시간 이상 라이브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제주에서 몇 없는 인디밴드이기도 하다. 

이 밴드가 공연장으로 잡은 장소도 생소한 곳이다. 제주 탑동의 라마다호텔 맞은편 굽어지는 도로에 인접한 '우주파'라는 간헐적인 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펍이다. 건물의 내‧외관이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소품, 그리고 채색으로 유니크한 멋을 풍기는 곳이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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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요소들이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탑동 바다에 인접하는 공연장의 위치도 위치이거니와, 비록 비구름으로 가려져서 아쉬웠지만 바다의 일몰이 연출되는 광경을 훔쳐볼 수 있는 곳이었다.

색다른 라이브 무대가 전혀 의도치 않은 장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분명 제주도인데 제주도가 아닌 어느 태평양 휴양지에 있는 이국의 라이브 극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난번 서귀포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1080'에서 느꼈던 생경한 경험과 유사하다.

'스테이플러'는 덥고 끈적한 제주의 여름 저녁을 상큼하게 적셔주는 공연무대를 펼쳤다. 청량하고, 상큼했다. 몰디브에서 즐기는 모히또 같았다.

아무래도 수많은 라이브 무대에서 체득한 '스테이플러'만의 연륜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리더 김신익님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이날 이 밴드는 조만간 대만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대만에서 공연한다니. 밴드 멤버도 아닌 내가 다 뿌듯했다.

다음은 공연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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