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지난달 26일,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제주 인디’ 공연장에서는 이곳의 10주년을 축하하는 헌정과 존경의 트리뷰트 콘서트가 열렸다.

그날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공포와 두려움이었다. 공연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뜨거운 열기 때문에 혹시라도 화상을 입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과장이다. 이토록 부풀려 말하는 이유는 이번 공연이 록 음악의 황금기였던 1980~1990년대의 대표 밴드들이 소환된 무대였기 때문.

근래 봤었던 제주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이날 공연에 참가한 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시절, 그 음악을 철저하게 코스튬했다. 8090 대표 전설 밴드들이 제주에 강제 소환된 것이다.

이날 소환된 밴드들과 커버팀은 다음과 같다.

 ‘Thilemma’. (사진=락하두)
‘Thilemma’. (사진=락하두)

우울한 서정의 극단적인 찬가 ‘Creep’의 밴드 ‘라디오헤드’, 이를 커버한 ‘Thilemma’(공연영상 link).

밴드 ‘소주엔 글라스’. (사진=락하두)
밴드 ‘소주엔 글라스’. (사진=락하두)

유럽의 서정과 감성을 맹렬한 스피드로 몰아붙이는 파워메탈장르의 창시자 ‘헬로윈’, 이를 커버한 ‘소주엔 글라스’(link). 

밴드 ‘록 대디’. (사진=락하두)
밴드 ‘록 대디’. (사진=락하두)

80년대 NWOBHM (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쉬 헤비 메탈)의 대표주자 ‘데프 레퍼드’, 이들을 커버한 ‘록 대디’(link).

밴드 ‘I.M.O.K’. (사진=락하두)
밴드 ‘I.M.O.K’. (사진=락하두)

90년대 기존 록 음악의 판도를 뒤집어 버린 그런지‧얼터너티브의 초상 ‘너바나’, 이를 커버한 ‘I.M.O.K’(link). 

그 시절 늦은 밤 FM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잠 못들던 기억들은 록키드임을 증명하는 공통의 증표였다.

소개되는 밴드들 중에 취향인 밴드들이 있으면 다음날이 밝자마자 레코드샵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카세트 테이프를 사고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또 들었다. 그러다 기타를 잡게 되고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카피하다 보면 자연스레 밴드를 꿈꾸게 되더라. 서로 뜻이 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밴드의 길까지 들어서게 된다. 

그 들 중에서 누군가는 메탈리카를, 또 누군가는 건즈 앤 로지스와 스키드로우, 본조비를 카피하며 문예회관 소극장이나 레드제플린과 같은 록카페에서 공연을 했다.

80~90년대 메탈과 록음악에 열광하는 세대들은 그렇게 젊음을 보냈다. 하지만 세월이라는 조류에 흘러 어느덧 중년이 되어 버렸다.

그시절, 젊었던 날의 찬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인디 공연장은 관객들에게 시간여행을 선사했다. 어찌 아니 열광하고, 어찌 아니 환호할 것인가?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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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락하두)

이날 총 4팀이 본인들이 존경하는 밴드들의 커버 곡들을 선보였다. 모든 팀들이 최선의 무대를 펼쳤지만 ‘소주엔 글라스’와 ‘록대디’의 커버는 특히 최고였다.

‘소주엔 글라스’는 제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헬로윈’을 연주했다. 이 음악은 연주하기 어려울 뿐더러, 보컬 또한 초고음의 괴물이다. 이를 커버한다는 것은 연주력과 보컬능력에 대한 높은 자신감의 반증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팀의 멤버 중 보컬과 베이스를 제외한 3명이 친형제라는 것이다. 형제가 함께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이날 그들이 커버한 헬로윈 넘버들 중에서 ‘Eagle fly free’와 ‘How many tears’에 감동했다.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록대디’는 80년대 데프 레퍼드의 연주를 'ctrl+C, ctrl+V' 해버렸다. 감성은 더욱 강력했다.

가발까지 쓰고 나온 그들의 의상에서부터 놀랐다. 연주와 보컬, 멘트 등 그들이 펼치는 모든 퍼포먼스는 바로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였다. 곡을 똑같이 연주할 수는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시절 감성까지 그대로 표현할 수 있나? 그들의 무대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혀를 내두르며 환호하고 박수치고 열광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심지어 이팀의 리더이자 드러머는 90년대 도내 전설적인 록밴드 ‘에로스’의 멤버였다. 

밴드들은 무대에서 장렬히 불태워졌다. 나는 덕분에 잊고 있던 록키드 시절의 뜨거움을 가슴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멋진 밴드들은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야 그 본색을 보여주는 걸까. 이처럼 제주에는 해변의 모래밭에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팀들이 너무나도 많다. 재능있고 개성 넘치는 도내 인디 뮤지션들이 더 많이 노출되고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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