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제주시 버스터미널 근처 하천변에서. (사진=송기남)
버드나무 제주시 버스터미널 근처 하천변에서. (사진=송기남)

 

버드낭은 버드나무과 버드나무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버드나무류는 능수버들, 수양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갯버들, 버드나무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남태평양에서 밀어 올라오는 춘삼월의 드센 봄바람 앞에 북풍 한설도 머나먼 북쪽으로 떠나가고 개울과 늪지마다 긴 머리 풀어 봄바람에 찰랑찰랑 쓸어내리는 버들낭자의 여유로운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귀신에게도 지지 않는 나무다. 버드나무 가지를 지팡이 길이로 잘라다가 거꾸로 아무렇게나 박아놓아도 거기서 싹이 나오고 뿌리내려 자라는 걸 볼 수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오래된 공동묘지 터에나 묘지를 이장하고 난 천리터에 가보면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게 된다. 제주도에서 묘지를 다른 장소로 떠서 이장하는 것을 천리한다고 하는데 이때는 아무렇게나 묘지를 이장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날을 택일하여 묘지를 지키는 토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묘지를 파내고서 마지막에는 생달걀과 무쇠 솥뚜껑 조각을 묘지 안에 넣고 잘라 온 버드나무 가지를 지팡이처럼 세워놓고 떠나버린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토지신께서 달걀에게 가서 여기 있던 시신을 누가 가져갔느냐고 물어본다. 달걀은 눈이 없어 못 봤고 귀가 없어 못 들었고 입이 없어 말 못한다고 이리저리 구르기만 한다.

토지신은 할 수 없이 무쇠 솥뚜껑에게로 가서 같은 질문을 한다. 무쇠 솥뚜껑은 아무 대꾸도 없이 무뚝뚝하기만 하다. 애간장이 바삭바삭 마르면서 토지 신은 마지막으로 버드나무에게 가서 물어본다. 제발 여기 있던 시신을 누가 어디로 옮겨갔는지만 말해다오; 제발 제발 말해다오

하지만 아무리 토지신께서 애원해봐도 버드낭은 버들락 버들락 버티면 시신이 이사간 곳을 ‘안 알랴줌’ 해버린다. 이래도 안 알랴주고 저래도 안알랴주니 토지신도 맥이 풀려 털썩 주저앉으면서 세상에 귀신을 다 속여먹는구나 하고 포기하게 된다. 

요즘에는 묘지를 이장하면서도 버드나무를 꽂아놓는 풍습이 거의 없지만 1990넌대 초까지만 해도 몇 군데 중 한군데씩은 볼 수 있던 장례문화였다.

버드나무 제주시 버스터미널 근처 하천변에서. (사진=송기남)
버드나무 제주시 버스터미널 근처 하천변에서. (사진=송기남)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과 버드나무 이야기 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말 다루는데 서툴렀던 이순신 장군이 탄 말이 자기 등에 탄 사람의 그림자에 놀라 앞발 들고 날뛰는 바람에 이순신은 말 위에서 떨어진다.

다리가 부러진 이순신은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부목을 대고 버드나무 껍질로 부러진 다리를 칭칭 감아서 곧바로 다시 말을 타고 달렸다는 이야기는 버드나무의 효용가치가 있음을 말해준다. 버드나무 가지는 유연하면서도 그 껍질도 질겨서 밧줄로 꼬아 쓸 수 있을 정도다.

버드나무는 우리 민족의 민속적인 정서에도 깊이 스며있는 친근한 나무이다. 버드나무는 시와 노래에도 등장하며 동양화의 화폭에도 소재로 등장하는 나무다.

버드나무의 생약명은 ‘유지’라 하여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약재로 쓴다. 이파리는 봄여름에 따서 말려두고 쓰면 되고 가지는 언제든지 채취가 가능하다. 성질은 차고 맛은 쓰다. 효능은 간을 살리고 신장을 살리며 폐와 심장에도 좋다.

이파리와 어린 가지는 치통을 다스리며 황달에도 좋다. 특히 서양의학 의약품에서 오랜 세월 인기를 누려온 아스피린의 원료가 된 식물이 바로 수양버들의 나무껍질과 뿌리껍질에서 얻어진 것이다.

버드나무는 제주시 산지천변 야와공연장 근처에도 아름드리나무가 있었는데 작년에 모두 베어지고 없다. 지금 제주시 병문천 변과 서귀포시 예래동 생태공원 등에서 일부 볼 수 있는 나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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