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낭. (사진=송기남)
족낭. (사진=송기남)

족낭은 종낭이라고도 하는 때죽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때죽나무과의 낙엽 교목이며 줄기는 갈색이다. 우리나라에는 중부지방 남쪽으로 산야나 계곡 주변에서 자생한다. 수피는 매끄러우며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다.

5월 중순부터 6월 상순까지 해발 고도가 낮은 산야에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차츰 높은산까지 작은 종모양의 꽃들을 잎 겨드랑이마다 흐드러지게 피운다. 귀여운 꽃방울들이 나무밑을 향하여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아리따운 소녀들이 은방울 귀고리를 달고 있는 듯하여 매우 귀엽다.

때죽나무라는 이름은 작은 열매 속에 마취성 독소가 있어서 이것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았다는 데서 때죽나무라고 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을만한 작은 물웅덩이가 없으므로 제주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제주에서 족낭과 종낭으로 두개의 이름이 붙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앙증맞게 핀 꽃방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날 새색시가 결혼식 때 쓰던 족두리를 닮은 데서 유래하여 족낭이었다가 음가(音價)에 따라 종낭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 꽃모양이 종을 닮았다면 종낭이 맞는 거고 족두리를 닮았다면 족낭이 맞는 걸로 보면 된다. 방울방울 매달린 꽃이 족두리여도 귀엽고 종이여도 귀엽기는 매한가지다.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는데 쓰는 때죽나무가 아니어도 좋은 이름을 가졌으니 종낭, 족낭은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어린아이 손목 굵기로 곧게 자란 나무를 이용하여 콩이나 메밀을 타작하여 알곡을 털어낼 때 쓰는 도리깨 자루로 쓰던 나무다. 나무결이 매끈하여 손잡이 촉감이 아주 좋았다.

도리깨를 제주에서는 ‘도깨’라 하였고 손잡이를 ‘도깨어시’라 하였으며 도깨에 매달아 회전하여 내리치는 회초리 나무를 ‘도깨아덜’이라 하였다. 여기서 아덜은 아들의 제주말이다. 곡식을 타작할 때 가장 많이 힘을 받고 부러지기 쉬운 부분이 회초리인데 도깨아덜(회초리)로 유연하면서도 질기고 질긴 윤노리나무를 사용했던 것이다.

제주도 한라산에 족낭은 꿀벌들에게 최고의 밀원식물이다. 양봉을 하는 농가에서도 4월부터는 유채꽃 꿀을 시작으로 5월 중순까지 감귤꽃 꿀을 채취한다. 특히 감귤꽃 꿀을 채취할 무렵이면 귤밭에 농약을 뿌리는 시기와 겹치므로 꿀벌들이 많이 죽어 나간다.

족낭꽃. (사진=송기남)
족낭꽃. (사진=송기남)

3월 하순부터 번식을 시작하여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는 4월과 5월에는 귤밭에 뿌려지는 농약피해로 꿀벌들이 대량으로 학살당한다. 특히 요즘 와서는 드론을 이용한 공중에서 농약을 살포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죄 없는 꿀벌들이 대량으로 몰살당하고 있다.

감귤꽃 꿀을 마무리하면서 벌들을 한라산 쪽으로 옮겨놓고 족낭꽃꿀을 채취하게 된다. 큰나무 한 그루의 족낭꽃이 벌 한 통(벌 2만~4만마리 규모)보다 더 많이 피어 꿀벌이 몰려들면 붕붕거리는 날갯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온다.

족낭꿀은 유채꿀 감귤꿀에 비교할 수 없는 고급 야생꿀로서 가격도 훨씬 비싸고 청정한 자연꿀이라 훨씬 고급이다. 그런데 청정한 한라산 아래까지 올려놓은 꿀벌들도 요즘 들어 전멸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있다. 꿀벌들은 꿀만 먹고는 못산다. 꽃꿀은 열을 내는 식품이다. 꿀벌들이 애벌레에서 태어나 7일에서 10일 정도는 벌통 안에서 일벌들이 갖다준 먹이를 먹다가 이때부터 노동을 시작하면 죽는 날까지 꽃꿀이나 꽃가루를 물어오는 노동자로 살다가 늙어 죽어간다.

꿀을 물어 나르던 벌들은 열이 많아서 물을 찾는다. 한라산 아래 중산간에는 골프장들이 많다. 골프장 잔디에는 맹독성 농약이 살포된다. 골프장에는 연못이 여러 개가 있다. 꿀벌들은 물을 찾아가서 물을 먹는다. 이렇게 농약에 오염된 물을 먹은 벌들이 집으로 돌아가다가 죽거나 집 앞까지 와서 죽는 경우도 있다.

나무가 꽃을 피워도 꿀벌이 사라진다면 번식이 없어 자연은 죽은 것이다. 꿀벌이 있으나 나무와 들꽃이 없다면 지구는 모든 생명을 잃은 것이다. 족낭은 독이 있는 식물이지만 신약재 개발에도 주목할만한 자연 자원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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