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가 대면행사로 4년만에 진행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진행되지 못한 탓에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들불축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이번 축제가 다가올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들불축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목축문화 전통을 계승한다는 거짓말

가장 먼저 불편한 점은 들불축제가 모티브인 전통목축문화를 전혀 계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들불축제에 대해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들어 농사를 일구기 위한 전통목축문화를 계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전통목축문화를 계승하고 일정부분 초지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기획된 행사라면 그래서 이왕 하는김에 축제형태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들어 전통목축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이라면 들불축제의 개최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들불축제에 그런 내용이 담겨있을까? 그렇지 않다. 당초 들불축제의 목적은 전통문화의 계승이 아니라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1997년 혹독한 IMF 시기에 국민적 슬픔과 고통이 큰 시기에 당시 북제주군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가 바로 제주들불축제다. 마음 기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새별오름을 태우는 것도 아니었다. 새별오름에서 불을 놓기 시작한 이후에는 계속 새별오름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달집태우기와 같이 불을 질러 주변을 밝히는 전통놀이를 오름 전체로 옮겨 스케일을 크게 키웠다. 그 규모 때문에 관심이 쏟아졌고 그만큼 관광객을 모으는 효과도 있었다.

제주들불축제 중 메인 행사인 오름에 불을 놓은 광경. (사진=제주시 제공)
제주들불축제 중 메인 행사인 오름에 불을 놓은 광경. (사진=제주시 제공)

이렇듯 들불축제는 전통목축문화의 계승과는 전혀 관계없다. 오로지 복을 빌고 액운을 떨쳐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어온 축제다. 관광객을 많이 불러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어 지속되어온 축제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전통목축문화의 계승이니 괜찮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 전통목축문화 계승을 위한 불놓기라면 수백리터의 기름과 수천발의 흑색화약을 사용할리도 없다. 질 좋은 풀을 얻으려면 토지의 오염이 예상되는 물질로 불을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수백리터의 기름과 수천발의 흑색화약으로 오름을 태우다

다음으로 앞서 언급한 수백리터의 기름과 수천발의 흑색화약을 사용한다는 점이 불편하다. 들불축제를 하면서 기름을 들이부어 불을 낸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실제 불을 퍼트리고 키우는 것에 활용되는 것은 흑색화약이다. 물론 불꽃놀이를 위해 사용되는 화약도 많지만 실제 불을 퍼트리기 위한 점화용 화약도 다량 사용된다. 2019년에 사용된 화약의 총량만 2.65톤에 달할 정도였다. 흑색화약의 특성상 매연이 많이 발생하고 당연히 탄소 배출도 상당하다. 화약의 특성상 오름 곳곳에 생채기도 남긴다. 3월은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시기인 만큼 대기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오히려 이를 역행하는 축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노력하는 와중에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특히 인위적으로 불을 내며 식물의 뿌리를 통해 토양에 저장된 탄소도 일거에 대기중으로 배출된다. 이에 더해 비가 오면 연악해진 땅이 그대로 쓸려내려가 오름에 미치는 피해는 더욱 가중된다. 대기오염에 탄소배출에 나아가 보호가 절실한 오름에 구태여 피해를 입히는 축제를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름의 뭇생명들을 태워 복을 기원하는 그로테스크함이란

마지막으로 불편한 이유는 오로지 복을 부르고 액운을 타파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들이 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점이 불편하다. 마치 재물처럼 받쳐지는 꼴인데 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광경인가? 21세기에 이런 축제를 연다는 사실 자체가 반생명적이고 반문명적이다. 도대체 인위적으로 자연을 태우며 복을 비는 행위를 전세계 어디에서 납득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차마 부끄러워 얘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건조경보와 건조주의보가 발령되어 불씨 관리에 막대한 행정력이 투입되는 마당에 소방당국과 합동 훈련을 하며 행정이 나서서 불을 지르겠다고 하는 이 생경한 광경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기후위기 전세계가 산불로 시름하고 있는 이 와중에 일부러 불을 지르는 이 광경은 기후위기로 시름하는 지구시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축제다.

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들불축제에 불합리는 이미 충분히 넘쳐난다. 이미 축제는 시작되었고, 오는 11일 새별오름은 불타오를 것이다. 이번은 축제는 멈출 수 없을지 몰라도 다음 축제는 멈춰야 한다. 구태여 축제를 지속해야 하겠다면 정말 전통목축문화를 계승해 목축을 하는 지역에서 환경적으로 피해가 최소화 되는 곳을 찾아 정말 전통목축문화 계승에 걸맞게 축제를 치르길 바란다. 제발 시대의 변화, 시대의 요구를 거스르지 않고 수용하는 제주시가 되기를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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