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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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 2023 상하이 국제 악기 박람회에 다녀왔다.

40대 후반인 나는 또래보다 상대적으로 해외에 많이 나갔다. 대부분 여행 또는 출장 목적이었다. 본래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기를 좋아해 타국에 가서도 낯선 환경과 언어에 주눅 들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 해서 해외를 나가는 기회가 생기면 내일 아침 소풍에 간식거리를 한 아름 가방에 챙기는 아이처럼 좋아한다.

"10월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악기 박람회에 한번 같이 가볼 의향 있나?"

어느 날 아는 형이 나에게 제안했다. 그는 중국어와 영어를 자유로이 구사하는 언어 능력자다. 그의 제안에 대한 나의 답변은 1초의 망설임 없었다. ”OK!“ 

실시간으로 중국어 통‧번역이 가능한 형과 동행하는 중국 여행이라는 점이 우선 강력한 매력 지점이었다. 특히 그 여행의 목적은 무려 ’2023 상하이 국제 악기 박람회‘ 관람이지 않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비자와 여행경비 등을 챙기고 형과 함께 제주에서 중국 상하이까지 직항으로 가는 중국 저가 항공사 여객기를 탔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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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물류량을 자랑하는 무역도시다. 또한 중국에서도 비싼 물가로 악명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상하이의 부동산 및 집값은 홍콩과 1,2위를 순위를 다툴 정도라고.

상하이라는 도시는 무척 깨끗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풍도 느껴졌다. 유럽의 향취가 배어나는 앤틱한 건물들과 현대적인 고층의 빌딩들이 오묘하게 배치‧조합된, 마치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디자인한 듯한 도시의 풍경이었다.

호기심에 오가는 현지 행인들의 면면들도 살펴봤다. 이곳이 공산 국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패션과 미용에 과감했다.

배꼽노출과 써클렌즈, 다양한 색상의 머리 염색, 금속 체인과 같은 장신구는 필수였다. 심지어 몇몇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모습을 연출한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책과 미디어를 통해 습득했던 중국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깨진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형은 중국에서도 해안에 위치한 도시들은 자본주의의 색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과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세계사를 헤집어 놓았던 그 시절 서구열강들에 의해 무역의 요충지로 사용되어 졌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란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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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맞닥트린 상하이에 대해 놀라고 당황한 마음은 호텔 방에 짐들과 함께 풀어 놨다. 다음날 ’2023 상하이 국제 악기 박람회(Music China 2023)’ 현장으로 걸음을 향했다.

이 박람회는 미국의 'MUSIKMESSE'와 유럽의 'NAMM'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 있는 악기 박람회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가장 크고 영향력을 가진 악기 전문 박람회로 중국의 악기 산업 전반을 체험할 수 있다.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과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기도 하다. 

나는 비록 근본 없는 방구석 베이스 기타 연주자이지만 유명 브랜드의 베이스 기타를 만져보고 또 현장에서 연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매우 기대했다.

압도적인 행사장의 규모와 전시·진열된 각양각색 악기들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타 브랜드의 부스엔 관람객들이 넘쳐났다.

깁슨, 펜더, 아이바네즈, PRS, 마틴, 타일러,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인 쉑터 등 부스를 들러 눈으로 보고 또 직접 악기를 잡고 연주해봤다.

높은 가격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고가의 하이엔드 악기들을 만져봤고 재질과 마감, 그 소리의 실체를 들어봤다, 기타 뿐만 아니라 각종 엠프들, 이펙터들도 테스트 할 수 있었다. 드럼이나 건반도 관람자가 원하면 기꺼이 연주를 허락했다.

또한 유명 브랜드의 부스 앞에선 악기 브랜드와 인도스먼트(endorsement) 계약을 맺어 그 협찬 제품을 홍보하는 엔도서들의 연주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묘기에 가까운 연주로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발을 붙잡게 했고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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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서들 중에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방송 'JOO'의 밴드발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젊은 일렉기타리스트 이다온군이었다. 그의 신기한 기타 연주에 넋을 잃은 관람객들은 그를 향해 연신 스마트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하루의 일정으로는 다 채울 수 없을 만큼 전시장의 규모가 엄청났고, 세상 온갖 악기들이 총출동한 형국이었다. 처음 스스로 약속했던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만큼 걷고 둘러보겠노라는 약속은 파기해야만 했다.

하루 동안의 박람회 관람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느낀 점이 있다.  우선 중국 악기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투자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모방과 카피, 그리고 조악한 조립과 마감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되었던 ‘메이드 인 차이나’의 악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직접 보고 만져보고 연주 해 본 중국산 악기들은 허술하지 않았다.

같이 간 형과 중국 브랜드의 기타 부스에 그들의 기타와 베이스를 잡고 연주해봤는데 웬걸? 마감도 괜찮고 기타 넥도 손에 잘 감기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낮은 베이스 줄 세팅임에도 불구하고 버징(줄이 떨리는 소리)은 없었다. 프렛과 프렛 사이를 이동할 때도 손에 걸리는 것도 없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기타 말고도 중국 제조사가 만든 앰프와 이펙터, 음향 파트의 PA 기기들, 마이크, 그리고 스피커들도 상당 수준의 기술과 품질에 공들인 모양새였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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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앰프와 멀티이펙터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외국 브랜드들의 전통적인 접근이었던 앰프, 이펙터에 대한 소리와 질감에 대한 접근이 아닌 유명한 헤드와 케비넷의 리퍼런스 사운드를 흉내 낸 시뮬레이션 사운드 구현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형태는 앱과 블루투스 기반이었다.

그리고 어떤 중국 브랜드의 앰프 외형은 기존 사각의 네모진 보수적 외형에서 벗어나 빨강과 파랑 원색의 색상을 입히고 다각형 외형으로 외관을 디자인하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규모의 대형 악기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들이기에 선별과정이 있을 것이다.

가품과 레플리카가 판치는 중국에서도 내부 자정을 하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일부 선별된 중국 악기 제조사들의 기술과 품질에 대한 상승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도 'AliOOO' 등 중국발 쇼핑몰에는 유명 브랜드의 악기를 모방한 레플리카 모조품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단, 이제는 중국 현지의 독자 브랜드 악기 제조사들은 번외로 이야기해야 한다.

자국에서 열리는 2023 상하이 국제 악기 박람회에 참여한 현지 브랜드들은 기나긴 수련을 마치고 사각링에 오른, 온몸에 독기가 오른 격투 선수처럼 보였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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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현장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상황도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의 박람회 행사장의 모습이 그들이 적대하는 자본주의 상징인 락밴드 문화라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핵심인 기타, 드럼, 베이스의 구성으로.

행사장에서 본 현지의 록키드들은 역시나 긴 머리에 가죽자켓, 그리고 금속 장신구를 치렁치렁 휘감고 유명 기타 브랜드의 부스에서 익숙한 헤비메탈 리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만이 허락된 상하이 악기 국제 악기 박람회와는 아쉬움을 남긴 채 이별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박람회를 통해 나름 체득한 상하이 알짜 여행 정보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로밍하고 가라. 현지 USIM을 사용하면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모두 차단된다.

2. 중국은 호텔 또는 상징적인 건물이 아니면 화장실의 변기는 쪼그려 자세를 만드는 변기이다.

3. 신용카드 결제는 포기하자. QR 코드 결재가 결재의 수단으로 일반화된 국가다. 외국 여행자들에겐 극도로 불편함을 안긴다. 결재 속도도 느리다.

4.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그들 나라엔 영어 교육이 없다. 영어는 소수의 엘리트만 쓴다. 

5. 몇몇 식당이나 편의점의 직원들은 상당히 퉁명하다.

6. 사람들이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차들은 나몰라라 그냥 내달린다.

7. 양꼬치와 만두에 진심이다. 거리를 걷고 있으면 10명 중 최소 3~4명은 꼬치를 먹고 있다.

9. 음식을 시키면 반찬은 없다.

10. TV를 켜면 광고부터 메인 프로그램까지 중화주의의 향연을 볼 것이다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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