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본에서 나온 책이다. 17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더욱 빛을 낸다. 왜 그럴까.

저자는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땅을 일구는 뜻을 책에 담았다. ‘짚 한 오라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쌀과 보리농사를 지으면 짚이 나온다. 이 짚을 벼와 보리에 통째로 웃거름으로 덮어준다. 물론 땅도 뒤집지 않는다. 농약, 비료, 풀과 벌레를 죽이는 약을 쓰지 않고 땅을 일군다. 그렇게 해도 많은 농작물이 나온다. 글쓴이는 30년 넘게 스스로 땅을 일궈서 그것을 알았다.

이 책은 단지 자연을 해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이야기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자연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사람들은 많이 배우려고 해서 오히려 알지 못한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과학으로 세상을 알려 해서, 점점 자연과 신이 가진 뜻을 알지 못한다. 동양 사람들은 음양오행 철학으로, 세상을 알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한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하려 해서 오히려 아무 것도 안한 것만 못한 일을 만든다. 그럼 농사도 그냥 일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될까. 살면서 아무런 배움도 갖지 말아야 하나. 아니다. 땅을 일구고 과일 나무를 가꾸는 일에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알려고 공부를 하되, 배운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연과 신 앞에 몸과 마음 낮추며 슬기를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과 신 뜻에 조금은 가까워진다.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일이나, 자연과 신을 알아가는 마음공부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다. 바로 쌀과 보리농사에서 나오는 짚 하나가 세상과 나를 아름답고 살맛나게 바꾼다.

지금 농사꾼들 대부분은 어떻게 땅을 일구나. 농기계와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로 농사를 짓는다. 땅에는 지렁이는 물론이고 미생물이 살지 않는다. 농작물을 많이 만들려고 질소와 인산과 칼륨이 들어간 화학거름을 잔뜩 뿌린다. 사람들은 농작물을 먹는 것이 아니라 화학첨가물을 먹는 것은 아닐까. 하늘도 땅도 사람도 아프다. 하늘은 이산화탄소가 많아지고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 땅은 점점 마르고 영양분이 없어서 농사짓기 힘들다. 강과 바다도 더러워져서 물고기도 아프고 수도 적어졌다. 모든 목숨들이 제 목숨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글쓴이는 말한다. 오로지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땅을 일굴 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사람들은 과학 힘을 믿고 이것저것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자연과 세상을 알려고 할수록 더욱 모르게 된다고.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땅을 일구며 살다보면 자연도 알고 신도 알게 된다고.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아무 것도 배우지 말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사는 힘을 주는 책이다.

옮긴이 최성현은 이 책을 읽고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강원도 홍천에서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꿈꾸는 삶을 산다. 자연을 더럽히지 않으며 땅을 일구며 조용히 산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진 못한다. 하지만 그런 삶이 늘어나야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고 지구는 아름다움 그대로 남지 않을까.

오래 전 농사꾼들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시도 쓰고 노래도 부르며 자연과 어울려 살았다. 그때는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이 조화롭고 평화로웠다. 이 책은 기계문명과 화학농사로 사람들이 자연을 더럽히면서 결국은 사람들 목숨조차도 앗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혁명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짚 한 오라기가 꼭 혁명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온갖 개발로 자연을 더럽힌다면 지구에서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은종복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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