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식당에서 만나》 신현아 글·그림, 책공장더불어 펴냄

사람과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이 살면 어떤 마음일까. 이 책을 쓴 사람은 같이 살던 강아지와 고양이가 하늘나라에 가도 다시 만나는 꿈을 꾼다. 그곳에서는 서로 먹을거리를 나눠 먹고 이야기도 나눈다.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것도 우주식당에서는 같이 먹는다. 초콜릿 푸딩, 딸기 시럽이 덮인 치즈 케이크,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다.

나도 광복이란 이름을 가진 5살 된 여자 강아지와 산다. 먹을거리를 먹을 때마다 광복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람들은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데 우리 집 광복이는 그렇지 못하다. 강아지는 소금이 있는 것을 먹으면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끔은 강아지 밥 말고 특별 음식을 주기도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특히 광복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사람끼리만 바깥 음식을 먹을 땐 더욱 마음이 쓰리다. 광복이는 우리가 밥을 먹을 동안 마당 한 구석에서 마냥 기다린다. 가끔은 생선 한 조각을 주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강아지를 생각하면 그런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 맞지만 말이다.

이 책에선 그렇지 않다. 함께 살던 고양이와 강아지는 하늘나라에 먼저 가서 사람을 기다린다. 우주식당에서 만난다. 정말 그렇다면 죽음이 슬프지만은 않다.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서로 사랑하던 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그곳에선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맛난 먹을거리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다.

이 책은 이 땅에서 아끼고 보듬으며 서로 정을 나눴던 강아지와 고양이를 저 세상에서도 여전히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희망을 준다. 이런 마음은 이 땅에서 정말 강아지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생각할 수 없는 바람이다. 글쓴이는 말한다. “사람들은 고양이 없이 어떻게 사는지 몰라.”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에게 딱 한 번 먹을거리를 주었는데 집에 같이 살게 된다. 침대에 살다가 고양이와 같이 방바닥에서 잔다. 아끼던 욕조는 고양이 똥오줌으로 범벅이다. 집에는 휴지가 날리고 고양이털로 날마다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도 글쓴이는 고양이를 좋아 한다. 왜 그럴까.

고양이는 사람 말을 못하지만 사람 마음을 읽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고양이 말을 못하지만 고양이 세계를 알아 간다. 고양이는 글쓴이 옆에 몸을 기대며 평화를 준다. 고양이는 혼자 멍하니 있으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글쓴이는 그것을 ‘9차원 세계’라 한다. 그렇게 고양이가 그 세계에 빠져 있을 땐 가만 놔두라 한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 집마다 한 개씩 있는데, 우리 집은 안방 침대 밑이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어둡고 깊은 구석에 한 뼘 정도 크기의 구멍이 있어. 고양이는 원하면 언제든 그 구멍을 통해 9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어.”

글쓴이가 말하는 9차원 세계는 어떤 곳일까. 그곳은 조용하고 안전하고, 새는 낮게 날고, 하루 종일 하프 연주가 흘러나온다.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가. 내게도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집 강아지 광복이를 보면 문득문득 그런 세계에 빠진다. 몸을 방바닥에 붙이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나를 보는 것 같은데 딴 세계를 보는 듯하다. 그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평화롭다.

글쓴이는 같이 살았던 강아지 빙고에게도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가 쓴 글을 보자. “너의 온기/ 너의 끝없는 분주함/ 너의 체력/ 너의 맑은 두 눈/ 나를 비추던 두 눈/ 나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 볼 수 있게 되었지. 세상의 신비함을/ 이 모든 것을 소리 없이 함께해 주고/ 너는 하나씩 천천히/ 한 번에 아주 이별하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떠났구나.” 글쓴이는 이런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을 연필과 수묵, 파스텔로 그려냈다. 사람과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멀지 않다. 서로 마음을 나누면 된다.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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