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이님. (사진=뚝딱이님 제공)
뚝딱이님. (사진=뚝딱이님 제공)

부푼 꿈을 꾸는 제주의 청년들은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위해 잠시 제주를 벗어나기도 한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과 함께 새로운 삶을 탐색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학업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났다가 귀향한 이들을 ‘유턴 청년’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달 말 만난 ‘뚝딱이(닉네임)’님은 20대 중반으로 지난해 제주로 다시 돌아왔다. 졸업 직전 학기부터 2년2개월간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했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 제주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그리고 그의 삶에서 제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 진학을 다른 지역으로 한 이유가 있나요?

“같이 공부했던 친구를 포함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제주를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컸던 것 같아요. 실제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중 70% 정도가 타 지역을 목표로 공부했어요. 아마도 제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건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물 안 개구리’. 이런 분위기가 있어서 더 넓은 것을 보고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어요.”

▶제주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나요?

“네. 꼭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언젠가는 ‘제주에서 저의 꿈을 이어가야지’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 같아요.”

▶제주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오프라인 행사도 하면서 즐거웠어요. 일이 힘들긴 했지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일을 하면서 저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다 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고향을 찾게 되었어요.”

▶막상 제주로 오니 어땠나요?

“좋은 점도 많았지만, 막상 쉬다 보니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았어요.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제 이직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러웠어요. 고향이라는 안정감과 주변에 대한 시선이 중복되어서 마냥 좋지도, 그렇다고 부담만 되지도 않는 상황이었어요. 여러 구직정보를 확인했지만, 제주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그리고 내가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구직의 한계를 느꼈어요. 그러다 일정 정도  소득을 보장하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청년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 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니깐 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시간을 갖고 제주를 돌아보기도 했어요. 물론 지원기관의 교육프로그램도 꾸준히 들으면서 제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뚝딱이님에게 제주는 어떤 곳인가요?

“제가 타 지역으로 갈 때는 막상 몰랐던 정책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지금 참여하고 있는 정책도 그렇고, 청년센터라는 곳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의지를 갖고 있다면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의 오름과 자연을 많이 다녔어요. 제주의 자연이 제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 같아요. 휴식도 그렇고, 도심에서 챙기지 못했던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 학창 시절 배우지 못했던 제주 4·3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학업에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제주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되었죠.”

▶뚝딱이님이 바라는 제주의 모습은 어떤가요?

“저는 제주가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요.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본 제주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는 개발이 아닌 보존으로 더욱 빛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주도에서 반려견 ‘수박이’랑 함께 산책을 다니면서 걷기 좋은 코스를 전자책으로 만들 계획도 있구요. 이처럼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부업과는 비교되는 개념으로 본업과 병행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편집자)’를 시도하면서 제주에서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게 희망사항입니다.”

▶제주에 다양한 현안이 있는데요. 제일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제2공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제2공항이 지어지는 목적과 진짜 이것이 제주에 발전을 가져올 것인지 모두가 깊게 고려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관광객이 제주에 오는 가장 큰 이유가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인데, 이것을 파괴하는 공항을 짓는 것이 모순적이기도 하고 딱 공항만 들어온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숙박, 교통 인프라 등 여러 기반시설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러면 자연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니까요. 그리고 관광객이 제주로 많이 온다고 해서 도민들이 살기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 ‘유턴청년’들에게 제주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예전의 향수를 느끼거나, 또다시 기회가 부족하다 느끼거나. 새로운 진로를 찾는 기회가 되거나…. 다양한 감정과 시선들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함께 이야기를 나눈 뚝딱이님은 제주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시간을 찾았고, 제주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와 제주가 서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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