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2012년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선언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정책보다 10년 앞서 제시된 이 담대한 계획은 에너진 전환과 전기차 보급 두 축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미래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제사회 과제가 됐고, 한국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했다. 제주도가 앞서 제시한 ‘탄소없는 섬’은 한국 사회가 가고자 하는 탄소중립 사회의 이정표가 될 수 있었지만, 제주도 탄소배출량은 CFI 선언 이후 오히려 늘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국제자유도시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탈핵 기후위기 제주행동(이하 기후도민)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발맞춰 도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주 전환사회 정책’을 마련했다. 

제주투데이는 도민이 직접 만든 ‘전환사회 정책’을 9차례에 걸쳐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농업은 두 얼굴을 가진 산업이다. 어떤 농사는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어떤 농사는 기후위기를 늦추는 방어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와 유기합성 농약을 많이 쓰는 관행농업, 인력이 아닌 기계를 사용해 농사 짓는 기계화농업, 인위적으로 재배 환경을 조절해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 재배 등의 방식은 탄소배출을 늘리고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동부농업기술센터가 트랙터 부착용 파쇄기를 이용해 땅콩밭 보릿짚을 파쇄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농사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이 같은 방식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지속가능하지 않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인류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준 농업이 머지않은 미래,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농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후도민’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거리를 위해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하는 필수적인 의제를 선정했다. 

 

생태농업 기반으로 생산 방식 전환

정부는 2025년까지 친환경농업 인증 면적 비율을 10%로 확대하고 화학비료 사용량은 233㎏/ha, 농약 사용량은 9.5㎏/ha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친환경 인증 면적 비율은 5.2%, 화학비료 사용량은 266㎏/ha, 농약 사용량은 10.5㎏/ha 등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친환경농업은 정체상태(4%)이고 화학비료 및 농약 사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과 2021년 도내 친환경농업 인증 면적은 2409ha에서 2206ha로 줄었으며 인증 농가는 1114가구에서 1221가구로 약간 늘었다. 

같은 기간 화학비료 사용량은 2만3124톤에서 2만6855톤으로, 농약 판매량은 1만660톤에서 1만1597톤으로 증가했다. 

(그래프=녹색전환연구소)
(그래프=녹색전환연구소)

특히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와 화산회토 성질 때문에 식량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여건이다. 이 때문에 감귤과 채소 위주의 고투입 농업(화학비료와 유기합성농약, 제초제 등을 많이 쓰는 농업)이 고착화됐다. 

앞서 말했듯 이 같은 농업 형태는 기후위기는 물론이고 농업위기와 식량위기를 초래한다. 이를 막기 위해 ‘생산성 중심’의 농정에서 농업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공익 중심’의  농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후도민’은 2050년까지 100% 생태농업으로 전환한다는 비전 아래 2030년까지 환경친화농업 면적 30%, 친환경농업인증면적 30% 달성, 화학비료 사용량은 20%, 화학농약 사용량은 50% 감축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는 ‘생태도시’ 선포식 및 2050년까지 100% 생태농업 전환 비전을 발표하고 ‘기후위기와 생태농업’ 과목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편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농지전수조사 실시 △농지보존조례 제정 △농지은행 위탁 의무 강화 △농민기본소득 지급 △작은학교 살리기 △청년농별 지역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제주보타리친환경농업학교에서 청년농업인들이 양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주보타리친환경농업학교 제공)
제주보타리친환경농업학교에서 청년농업인들이 양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주보타리친환경농업학교 제공)

친환경농산물 유통 확대를 위해선 제주특별자치도 먹거리 기본계획과 먹거리 기본권 보장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친환경 무상 급식 대상을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센터 등까지 늘린다. 

아울러 주로 관광개발사업에 사용되는 토지비축제도(행정이 공공개발에 사용할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미리 매입해 비축하는 제도)를 친환경 농지 보전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토양생태보전 직불제를 도입해 저투입 작물로의 품목 전환을 유도한다. 또 환경보전활동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면 지원을 받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제주지역에 맞게 개선해 운영할 필요도 있다. 

친환경농업특구 지정을 통해 연안 및 해양 오염까지 예방하고 로컬 친환경 매장을 확대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버려지는 먹거리 최소화

과잉 생산돼 버려지는 먹거리 역시 식량위기와 함께 심각한 문제이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 산하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81㎏으로 전 세계에서 3위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25일 제주유나이티드가 서귀포여자고등학교 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학교급식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음식물 손실과 폐기량 50%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나 한국은 먹거리 폐기량과 손실량 추산도 불분명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관심이 낮다. 

음식물쓰레기는 한 번 발생하면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는 자원화보다는 적정량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해결 방식이다. 

현재 제주지역의 경우 도내 190여개 학교 급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건조분쇄 후 일반쓰레기로 폐기하거나 미생물 발효 후 흘려보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물 감량기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여전히 학교별로 많은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 

‘기후도민’은 먹거리 생산과 유통, 소비 단계에서 손실과 폐기를 최소로 하는 지역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에선 새로운 조리법을 연구해 개발하고 생산 단계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의 유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대형마트와 유통 단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폐기물 실태를 파악하고 푸드뱅크(여유식품을 기부 받아 저소득계층에 지원하는 민간 사회복지체계), 푸드쉐어링(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무료로 나누는 것) 등을 공공이 적극 도입해야 한다. 

식당이나 대형마트, 유통업체와 연계해 마감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고려할 만하고 식용이 불가능한 음식물 폐기물은 도시농업과 연계해 퇴비화하는 제도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축산업 사육두수 총량제 강화 

IPCC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농업 및 식량 분야 탄소 배출량을 25~30%로 추정하고 그중 절반은 축산 분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한 사료를 생산하고 수입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까지 포함하면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중앙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면서 적정 규모 사육, 양질의 조사료 공급 확대, 저메탄 사료 개발·보급 등으로 가축의 장내 발효에 의한 가스 배출 저감 계획을 수립했다. 또 가축분뇨 신재생에너지화 및 정화 처리 비중 확대로 현재 940만톤의 배출량을 2030년까지 330만톤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2030년까지 농축산 분야에서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18%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보다 더 과감한 탄소중립 계획인 ‘K-MAP’에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약 7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화학비료 사용이 줄어들고 축산 생산성이 향상하면서 육류 소비는 감소(40%)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이는 곧 축산규모를 확대하면서 기술적인 방법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래프=녹색전환연구소)
(이미지=녹색전환연구소)

 

(그래프=녹색전환연구소)
(그래프=녹색전환연구소)

제주의 경우 돼지 사육두수는 2000년 이후 2배가 증가, 현재 50만 마리가 넘는다. 또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은 농업 부문 중 농업분야 50.3%이고 축산업분야가 49.7%를 차지한다. 축산업은 1990년과 비교해 80.1%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 이외에도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나 환경오염 등의 사회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기후도민’은 환경과 건강, 경제가 균형 잡힌 축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사육두수 총량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경축 순환 농업을 촉진해 공동 가축분뇨처리 시설을 확대한다. 

아울러 주요 축산품의 탄소 배출량 기준을 개발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지원하도록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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