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2012년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선언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정책보다 10년 앞서 제시된 이 담대한 계획은 에너진 전환과 전기차 보급 두 축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미래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제사회 과제가 됐고, 한국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했다. 제주도가 앞서 제시한 ‘탄소없는 섬’은 한국 사회가 가고자 하는 탄소중립 사회의 이정표가 될 수 있었지만, 제주도 탄소배출량은 CFI 선언 이후 오히려 늘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국제자유도시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탈핵 기후위기 제주행동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발맞춰 도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주 전환사회 정책’을 마련했다. (이하 기후도민)

제주투데이는 도민이 직접 만든 '전환사회 정책'을 9차례에 걸쳐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22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서귀포시 하예동 인근 주택 마당.(사진=소방당국)
지난해 8월 22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서귀포시 하예동 인근 주택 마당.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사진=소방당국)

다양한 재난이 오늘만큼 일상화된 때가 있었던가? 휴대전화는 폭염과 열대야, 대설, 미세먼지, 호우, 태풍 등을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긴 긴급재난문자로 밤낮을 가라지 않고 울린다. 특히 재난문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스팸문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이 일상화됐다고 해서 피해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생명을 지켜주는 돌봄. 기후위기와 감염병 등으로 인한 재난이 평범해질 수록 돌봄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기후도민’은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하는 필수적인 의제를 선정했다. 

일시적 노출 줄이는 대책 대다수 ... 지자체만의 역할 '한계'

9월 태풍에 파손된 어시천 하천시설(왼쪽)과 연평리 농어촌도로(오른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2020년 9월 태풍에 파손된 어시천 하천시설(왼쪽)과 연평리 농어촌도로(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대표적 기후재난인 폭염은 지난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으로 규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피해자는 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률은 소득과 연령, 지역, 주거형태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1인가구, 고령, 농촌 지역이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폭염에만 취약하지 않다.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이나 한파, 홍수 등 다른 재난에 대해서도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서는 야외노동자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는 택배창고에서도 온열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폭염이라는 재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폭염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더위쉼터 운영, 그늘막 설치 등의 정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일시적 노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집중됐다.

관련 법에는 안전 취약계층에 임산부나 영유아 동반자, 취약한 조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도 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을 신체·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재난에 취약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후도민은 "1인가구 고령 여성이 폭염으로 숨질 가능성이 더 높은데도 재난대응 교육의 기회는 여성에게 더욱 적게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기후재난인 홍수와 관련된 대책은 어떨까. 

집중호우 피해는 광역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지방하천에서 많은 편이다.  2018년 환경부의 홍수 피해 상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 피해 중 1곳만 국가하천, 지방하천이 136곳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연안에 위치한 주거지역이나 관광지 등에 대한 위험안내와 대피소 운영계획, 교육.훈련 등 대피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후도민은 "그동안 하천 정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예보 경보 시스템 등이 미비, 큰 피해를 입은 것을 고려하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재난대응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고유의 재난 예측·대응 시스템 구축해야 

▲삼도2동에 위치한 무더위쉼터인 남성동경로당의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삼도2동에 위치한 무더위쉼터인 남성동경로당의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기후도민은 제주지역의 상황에 맞도록 고령여성, 노동자, 임산부 등 안전취약계층의 범주를 넓히고, 제주만의 고유한 재난 예측.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는 이미 ▲제주 고유의 재난안전 예측·대응 시스템 구축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난안전 사고 대응 역량 강화 ▲지역사회 안전 거버넌스 구축 및 활성화 등이 반영돼 있다.

기후도민은 이에 더해 고시원·쪽방·비닐하우스 등 '비적정주거지'의 에너지 및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마을공동체 등이 참여하는 재난대응네트워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3월부터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시범 추진하고 있는 '통합복지 하나로'를 시작으로 통합 돌봄기반을 다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돌봄정책과 행정 및 재정, 지역별 돌봄노동자·활동가·대상자, 시설종류와 유후시설 양, 지리적 분포 등 인프라, 우리 지역의 돌봄 역량과 돌봄.안전에 대한 필요를 파악해 시스템에 녹여내는 것도 중요하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본문 가운데 제5편 전략별추진계획 부분. (사진=제주도 제공)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본문 가운데 제5편 전략별추진계획 부분. (사진=제주도 제공)

기후도민은 또 연안재해의 대응에 대해 주요 시설 외에도 도민과 관광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연안의 위험지역 관리와 위험요인을 사전에 식별하는 방식을 적용해 지역 맞춤형 대응 전략을 구축하고, 토목 공사가 아닌 녹색전환을 위한 하천정비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연안 및 하천 주변 지역의 재해 위험수준에 따라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시설의 이전 및 정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지역상황에 맞는 재난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결국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같다"면서 "단기적 대책 이후 공동체와 지역사회가 참여, 회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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