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2012년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선언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정책보다 10년 앞서 제시된 이 담대한 계획은 에너진 전환과 전기차 보급 두 축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미래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제사회 과제가 됐고, 한국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했다. 제주도가 앞서 제시한 ‘탄소없는 섬’은 한국 사회가 가고자 하는 탄소중립 사회의 이정표가 될 수 있었지만, 제주도 탄소배출량은 CFI 선언 이후 오히려 늘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국제자유도시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탈핵 기후위기 제주행동(이하 기후도민)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발맞춰 도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주 전환사회 정책’을 마련했다.

제주투데이는 도민이 직접 만든 '전환사회 정책'을 9차례에 걸쳐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관광객들이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표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관광객들이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표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제주를 방문했거나 여행을 꿈꾼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제주도는 바야흐로 ‘천만 관광객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 후로 제주 관광은 양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거듭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같은 관광 형태가 제주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제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에메랄드 빛 바다는 또 어떤가. 바다에 가까이 가기 전 시선이 닿은 갯바위에 석회조류가 하얀색 또는 붉은색으로 뒤덮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감태 등 해조류가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 온 해녀들은 ‘나보다 바다가 더 빨리 늙는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하수종말처리장의 용량 증설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관련 정책은 토건·개발 사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를 빼놓고 전환사회를 말하기는 어렵다. 기후도민은 이에 따라 과잉관광과 연안 보전문제를 제주특화 정책으로 제안한다.

양적관광에서 질적관광으로 ... 환경 총량제·보전기여금 도입

2020년 제주관광 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관광객은 최근 10년간 급격히 늘면서 2020년 기준 연간 1500만명 안팎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내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방문, 지난해 12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과잉관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적지 않다. 대표적 관광지인 월정리의 2018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관광객이 수용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거주민이 자신이 살던 지역을 벗어나는 사례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아울러 쓰레기와 교통체증, 오폐수, 지하수 고갈 등은 환경은 위협받았다. 관광서비스 중심 산업구조로 재편되면서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해졌다. 지대 상승 및 투기 열풍과 같은 부동산 문제도 떠올랐다.

이에 더해 현재 주요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제2공항을 포함, 신항만과 해저터널 건설 등이 현실화된다면 환경파괴로 탄소흡수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연도별 제주 입도 관광객 추이. (그래픽=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연도별 제주 입도 관광객 추이. (그래픽=녹색전환연구소 제공)

기후도민은 이에 따라 환경총량제와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등을 도입하고, 오름 안식년제 확대 등 특정 지역 진입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양적관광에서 질적관광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관광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자는 취지다.

2019년 개정된 제주특별법에서는 이미 10년 단위로 환경자원의 유지·존속을 위한 목표수준인 ‘환경자원총량’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유지·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자원을 인위적 훼손으로부터 보호하고, 가치를 온전하게 보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역주민과 공동체가 주인이 되는 ‘책임관광’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생태관광지마다의 수용력을 계산해 총량제와 예약제, 안내자 동행제를 도입하고, 책임·생태관광지의 인증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기후도민은 “과잉관광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모색·실천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제는 적정규모의 관광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연안 사막화 원인 체계적 조사·조직 마련

기후도민은 연안사막화 방지를 위해 체계적 원인 조사와 조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시민사회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를 조사한 결과, 97개 해안마을 전역에서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다. 해조류가 확인된 해안마을은 18곳으로, 18.5%에 그친다.

조간대에 갯녹음이 발생하는 면적은 해마다 늘어나는 실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제공한 도내 갯녹음 현황을 보면 조사대상과 갯녹음 발생면적은 각각 1998년 1만4451㏊·2931㏊(20.2%), 2004년 1만4451㏊·4541㏊(31.4%), 2019년 1만5323㏊·5102㏊(33.3%) 등이다.

갯녹음이 항상 물에 잠겨있는 조하대(조간대 하부)의 얕은 곳에서 진행되다가 조간대까지 퍼져가는 경향을 고려하면 현재 제주 연안의 상태는 이미 심각하다.

갯녹음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수온상승과 오염물질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과다한 비료 사용 △밀집된 축사 △총질소량이 높은 용출수 △해안도로 △항만 및 방파제 △난개발 등 복합적인 바다 오염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하수종말처리장의 용량 증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후도민은 “갯녹음 원인은 축산분뇨와 비료의 역할이 크다고 알려져 있긴 하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조속한 원인 규명과 통제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가축분뇨 등의 무단 방출로 제주 서부의 지하수 오염도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가축분뇨와 오염된 지하수. (사진=제주투데이DB)

기후도민은 또 연안사막화 관련 육상 오염원을 통제할 때 제주도 지하수는 항상 언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행정당국은 6000개가 넘는 지하수 관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고, 중산간 지역이 아닌 해안간 일부만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관한 지하수연구센터는 지하수 상업화를 중점에 두고 있어서 기후위기로 인한 지하수 상승 문제 등 보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공바다숲 조성, 수산종자 매입 방류, 바다지킴이, 침적폐기물 수거 등도 대체로 사전예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도시기본계획 상 용도지정제가 있지만 수산자원보호구역이 지정돼 있지 않다. 해안마을과 어촌계는 각각 100여곳으로 각각 내부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기후도민은 이와 관련해 △갯녹음 발생원인 파악을 위한 정밀조사와 연구 △일정 해안선 이내 개발 금지 △지하수 및 물 관리 체계화 △삼다수 개발 제한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구부터 종합계획 수립, 조직, 예산 정비 등 토양~지하수~바다로 이어지는 통합적 물 관리 방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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