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공유합시다!"

공유는, 모두가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키워드이다. 이에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제주지역 사회적경제의 가치 확산을 위한 '2023 공유제주 기자단'을 모집했다. '공유제주 기자단'은 공유경제의 가치를 밝히고 제주 지역의 실천 사례를 둘러보며 공유의 가치 확산을 위해 제주가 나아갈 방향까지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공유라는 개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이 하나의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함’. 그런 의미로 보면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은 '공유'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라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소득양극화, 경제적 불평등, 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경제적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기존 시장경제와 달리 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사람과 분배,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점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따뜻한 사회’를 희망하고, ‘나눔 경제’를 실현하며 ‘공유경제’를 지향하는 경제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시점에서 본다면 ‘아름다운 가게’는 완벽하게 ‘나눔 경제’와 ‘공유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세 곳의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아름다운가게 제주본부 서정민 본부장에게서 아름다운 가게의 사회적 경제적 측면과 공유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제주도에 아름다운 가게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언제인가요?

처음에는 일반 매장으로 문을 연 것은 아니었어요. 호텔의 로비에서 ‘아름다운 가게’ 팝업스토어의 형태로 문을 열었어요. 2005년 10월에 제주 동문점으로 정식 매장을 오픈했죠. 지금은 동문점과 신제주점, 서귀포점까지 세 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제주 동문점(사진=신미경)
아름다운가게 제주 동문점(사진=신미경)

-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아직 이용해본 적 없는 분들 위해 아름다운 가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시민이나 기업, 단체, 관공서 등 어디서라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받아 상품화한 후에 판매합니다. 그리고 판매된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그런 순환 시스템을 가진 단체입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는 표현 속에는 사용했던 물건도 있고, 사용된 적이 없는 물건도 포함이 되죠. 의류업체의 경우에는 이월상품을 기부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이런 일도 있어요. 한 기업에서 물품을 수출하려다가 선적 직전에 철자 하나가 잘못 인쇄된 걸 발견한 거예요. 그럴 땐 전량 폐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 상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는 거죠.

아름다운 가게 제주 동문점 내부(사진=신미경)
아름다운 가게 제주 동문점 내부(사진=신미경)

-아름다운 가게에 중고 물품을 기부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어떻습니까?

물건은 멀쩡한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 기부를 통해서 다른 주인을 만나면 새로운 쓸모를 찾게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 의미를 두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름다운 가게에 물건을 기부할 때 일정 금액이 매겨져서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가 되거든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아요. 1년 동안 기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연말에 소득공제를 할 때 금액이 꽤 되거든요. 그럴 땐 다들 놀라워하면서, ‘재미있는 가게구나’라는 얘기를 하시죠.

-서정민 본부장님이 생각하는 사회적 경제, 공유경제의 장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보통의 공유 경제는 어떤 한 물건을 같이 쓰는 건데, 저희는 어떤 사람이 사용하고서 그 사람에게서는 수명이 다 됐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다른 주인이 다시 쓰는 거잖아요. 그 점에서는 신공유경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버려도 좋은 것은 없습니다’, ‘되살리지 못할 물건은 없습니다’라는 두 가지 표현을 하거든요. 그래서 기부받은 물품 대부분은 상품화해서 판매를 합니다.

그리고 이곳 제주는 좀 더 특별한 점이 있는데요, 한 달 살이라든가 일 년 살이를 하고 육지로 가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가볍게 쓰다가 버리고 갈 물건을 구입하려고 찾아오는 구매 고객이 있고요. 또 1~2년 정도 제주에서 살다가 육지로 가게 되면, 가지고 있던 정말 좋은 품질의 물건 전체를 다 기부하고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상품의 순환이 계속 일어나는 거죠.

아름다운가게 제주 동문점에 비치된 '활동천사'들에 대한 감사 기념물.(사진=신미경)
아름다운가게 제주 동문점에 비치된 '활동천사'들에 대한 감사 기념물.(사진=신미경)

-아름다운 가게에는 많은 자원봉사자가 계시죠. 보통 한 곳의 매장이 유지되기 위해서 몇 분의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가게 매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을 두고 활동천사라는 표현을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4시간만 시간을 내면 됩니다. 저희는 지구를 살리는 4시간이라는 표현을 해요. 그런데 제주는 활동천사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워낙 생활력이 강한 분들이 많아서 다들 바쁘시거든요. 수도권은 보통 한 곳의 매장에 매니저 한 사람과 40여 명의 활동천사가 배치가 되는데, 현재 동문점의 경우에는 20명의 활동천사가 함께 하고 계시고요, 서귀포점은 더 적은 상황입니다. 특히 지금은 감귤 시즌이라서 귤 따러 가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좀 더 많은 분들이 활동천사로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아름다운 가게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2002년에 처음으로 아름다운 가게가 문을 열었을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어요. 남이 쓰던 것, 남이 입던 걸 돈 주고 산다는 생각을 못하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변화했죠. 기부라는 문화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요. 중고물품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죠. 새 물건보다도 쓰던 것을 잘 활용하는 편이 환경이나 지구의 미래를 위해 좋다는 생각이 당연시됐으면 좋겠습니다.

활동천사 황복자 님의 이야기
아름다운 가게 동문점 황복자 활동천사(사진=신미경)
아름다운 가게 동문점 황복자 활동천사(사진=신미경)

아름다운 가게 동문점의 황복자 활동천사는 지난 2007년 어느 날 우연히 아름다운 가게 동문점을 방문했다. 물론 당시엔 구매자였다. 아름다운 가게를 처음 방문한 날 ‘자원봉사 한 번 해보시면 어때요? 일주일에 딱 한 번 4시간이면 되거든요.’라는 제안에 ‘한 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자원봉사가 어느덧 16년이 되었다. 황복자활동천사는 지금까지 5,000시간이 넘게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아름다운 가게 동문점을 지켜오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4시간을 아름다운 가게에 꼬박꼬박 기부하고 있는 그녀야말로 사회적 경제의 선봉에 서있는 아름다운 활동천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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