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기후위기 시대 역행 논란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던 제주들불축제가 앞으로는 오름에 불을 놓지 않는 축제로 열린다. 

제주시는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11일 밝혔다. 

운영위의 권고대로 축제 방향을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도록 재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축제 아이템 공모 등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다음 축제부터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오름 불 놓기’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음해에는 해당 축제 자체를 개최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제도 정비 등 그간 도출된 문제점들을 개선, 지속가능한 축제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주들불축제는 오는 2025년부터 재개된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25년을 이어온 제주지역 대표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이제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있다고 본다"며 "축제가 생태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식과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시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들불축제는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됐다. 목축업을 생업으로 삼아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기 위해 겨울에 마을별로 불을 놓던 전통풍습을 재해석, 축제로 만든 것이다. 

새별오름에 불을 놓기 시작한 것은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을 거쳐 4회째부터다. 매해 정월대보름에 열다 2013년부터는 축제시기를 봄으로 옮겼다. 이후 대한민국축제콘텐츠 축제관광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제주를 대표하는 행사가 됐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전면 취소, 2021년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부터는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개최시기인 3월이 건조해 전국 곳곳에서 산불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후 취소됐다. 올해도 경남 하동 등 산불로 취소됐다.

여기에 탄소배출, 미세먼지 발생 등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해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올해 4월 제주녹색당 등 청구인 749명이 관련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했다.

제주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숙의형 원탁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구성, 지난달 19일 회의를 진행했다.

도민참여단 200명 중 187명이 참여한 결과, 축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이 50.8%로 과반을 차지했다. 폐지 의견은 41.2%였다.

운영위는 제주들불축제가 제주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 강병삼 제주시장에게 전달했다.

운영위는 "기후위기 시대,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시대적 전환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던 ‘관 주도 추진’, ‘보여주기식 축제 기획’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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