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호텔 노동조합은 7일 오후 5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고용보장 없는 매각 결정 및 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사측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노동조합은 7일 오후 5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고용보장 없는 매각 결정 및 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사측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네트워크는 칼호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동종업계보다 월등한 조건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3년 차에서 19년 차 직원까지 일괄 50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제5차 노사협의를 앞두고 제주칼 호텔과 서귀포칼 호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사측은 연차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기본급 20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다는 '희망퇴직 안내문'을 전 직원에 발송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 2월 4일 매각 결정을 직원에게 통보한 이후 4차례 노사협의를 진행, 마지막 협의 당시 노조 측은 회사에 경영악화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5차 노사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사측은 5차 노사협의를 앞두고 지난 2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자를 일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 

희망퇴직과 관련 칼호텔을 도급운영하는 항공종합서비스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동종업계보다 월등한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면서 “회사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2006년 구조조정 당시 18개월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2개월분 늘어났다.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이 7일 오전, 고용보장 없는 호텔 매각을 추진하는 사측을 규탄하며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칼호텔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걷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이 7일 오전, 고용보장 없는 호텔 매각을 추진하는 사측을 규탄하며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칼호텔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걷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김재광 노무사에 따르면 회사가 제시한 '20개월'은 적지 않다. 다만 호텔 등 서비스업계의 기본급이 터무니없이 적은 상황에서 '월 기본급 기준' 20개월은 그렇게 '월등한 조건'이라고 보기 힘들다. 

노조에 따르면 제주칼에서 15년 근속한 A씨의 기본급은 170만원 정도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월 191만4440원(월 209시간 기준)보다 적다.

따라서 사측은 연차에 상관없이 기본급을 207만원으로 일괄 산정해서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따라서 3년차서부터 19년차까지 4968만원을 받게 되는 것. 퇴직금까지 합해도 1억원을 밑돈다. 

칼호텔 측은 희망퇴직 조건이 업계 최고임을 내세웠지만 부동산개발업체에 매각을 결정한 힐튼 호텔은 노동자와의 상생안을 마련했다. 

힐튼이 제주칼과 다른 점은 매각사(힐튼), 인수사, 노동조합 삼자 대표단 협의를 진행했으며, 주상복합단지 개발 완료 후 고용 승계를 위해 호텔 객실을 짓기로 했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으로, 급여는 인수사 내규에 따른다. 

고용보장 대신 퇴사를 희망하는 노동자를 위해 보상안도 따로 마련했다. 퇴직금과 추가지원금 지급 기준도 마련했다. 희망퇴직을 강행한 것이 아니라, 희망퇴직도 선택의 일부로 마련해 놓은 것이다. 

제주칼호텔 노동조합은 7일 오후 5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고용보장 없는 매각 결정 및 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사측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노동조합은 7일 오후 5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고용보장 없는 매각 결정 및 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사측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김재훈 기자)

시간을 두고 연착륙을 준비하는 정년퇴직과 달리 희망퇴직은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미래를 내다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노조측 추산에 따르면 현재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는 약 80명, 회사는 정규직 191명 가운데 50%(96명)만 남기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희망퇴직자가 더 나오지 않는다면 16명 가량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퇴직위로금조차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 희망퇴직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코로나19로 40~50대 역시 ‘고용절벽’ 현상이 심각한 상황. 손에 쥔 1억원으로 창업을 결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서승환 지부장은 "1억원은 창업 등의 기초자금으로 쓰기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매각 금액의 일부를 노동자와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호넬네트워크는 제주칼 자산매각 이유로 8년 간의 경영악화를 들고 있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올해까지 금융권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2358억원이며 그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 제주칼 매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항공종합서비스 측은 이런 상황에서도 칼호텔네트워크가 인위적인 감원과 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자구의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재광 노무사는 “기본급을 턱없이 낮추는 호텔 업계의 임금 구조도 문제지만 제주칼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칼호텔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칼호텔 매각중단 및 고용보장'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는 서승환 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칼호텔 매각중단 및 고용보장'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는 서승환 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김재광 노무사는 “8년간 경영악화가 계속됐다는 것은 그동안 경영진이 경영 이익을 내기 위한 혁신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라면서 “재투자나 경영혁신을 못해 경영 악화를 초래한 경영진은 그대로 두고 회사 사정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회사측 행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노동자를 삶의 주체가 아닌 회사의 부품 정도로 여기는 노동 착취의 전형적 예라는 설명이다.

노조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노동자와 공유하며 8년 간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김재광 노무사 역시 서승환 지부장과 같은 말을 했다. 제주칼 사업을 이어갈 영업양수자를 찾지 못했고, 차입금 일부 상환을 위해 부득이 부동산개발 업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면, 인수 업체로부터 받을 매각 금액의 일부분을 노동자에게 나눠줘야 그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시된 매각 금액은 687억. 노조측은 그보다 많은 750억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김 노무사는 “매각 금액의 20~30%를 그동안 기업 가치를 함께 일궈온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윤리”라면서 “반 자본적인 생각일 테지만, 평생을 칼호텔에서 일한 노동자를 경영악화로 인해 내보내기로 했다면 그들이 새 삶을 꾸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손에 들려주는 것이 기업의 도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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