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우리들의 블루스'
넷플릭스 '우리들의 블루스'

주말이 되면 고향인 제주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우리들의 블루스’를 시청하며 아직도 정이 가득하고 오지랖 최고인 제주 삼촌들의 모습에 웃음 짓곤 한다. 

아주 무거운 주제인 미성년자 임신에 대해  드라마 작가는 “6개월이 이미 다  됐어” 와 함께 부모 동의서를 요구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대사를 통해 현재 낙태법에 대한 짧고 간결한 정리를 한 것 같다. 

드라마상 미성년자인 현이와 영주는 냉혹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 애를 출산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겪는 상황들이 현재까지 드라마의 내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게감이 짙은 주제를 던졌고 그 주제들을 담담한 색채로 풀어가는 담백함과 더불어 드라마 주제곡인 ‘Whisky on the rock’이 잘 어울리는 드라마이다. 이에 더불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핫 이슈는 바로 기존의 낙태법 폐지 움직임이다. 

미 연방 대법원이 낙태법에 대한 기존의 판결을 뒤집는 초안이 밖으로 유출이 되면서 미국은 연일 낙태법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와 집회들로 시끄럽다. . 

'낙태법에 있어 ‘태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낙태법을 규정하게 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지금까지는 24주 즉 6개월이 지나지 않은 “태아는 인간이 아니다”가 기존의 판례를 지탱하는 정의다. 6개월이 지나지 않은 태아는 밖으로 나왔을 경우 생존 확률이 없기에 생명권이 없고 헌법상의 권리 주체가 되지 않기에 임신한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낙태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고 이를 시술한 의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게 현재 미국 낙태법이다. 

태아의 단계를 3단계로 나누어서 제1단계인 12주 즉 3개월까지는 임산부 및 의사의 판단에 의해 언제든 낙태가 가능하며 2단계인 12주에서 24주 즉 임신 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임산부의 건강이 우려가 될 경우 낙태가 허용된다. 3단계인 24주부터는 응급상황을 제외한 경우 낙태를 금지하는 게 현재의 법안이다. 즉 기준점이 24주인 6개월이 된다.

이 법은 1973년 일명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사건으로 알려진 대법원 판결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낙태법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큰 철책선과 같은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은 낙태법을 강화, 낙태 금지를 통해 그 세력을 결집하려고 했고, 민주당은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강조하며 그 세력을 결집하려고 했다. 이렇듯 낙태법은 두 정당의 길고 긴 철책선의 최선두에 서 있는 논쟁거리다. 

작년 미 연방 항소법원은 텍사스 주 낙태 금지법을 막아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그 결과 공화당의 세가 쎈 텍사스주는 2021년 9월 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시행했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상 응급상황에서는 낙태를 허용하지만 강간이나 근친상간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낙태 금지는 적용된다. 

이에 더불어 낙태를 한 의사도 처벌 대상이며 심지어 임산부를 태워다 준 택시 운전사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심지어 1만달러의 포상금까지 제공한다는게 이 법안의 골자다. 

심지어 알라바마주는 임신 전 구간에 걸쳐 낙태가 금지되고 낙태를 행한 의사는 99년형에 처하게 했다. 

현재 미국 22개주에서 낙태법 즉 '낙태죄' 강화를 공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화당 지지 기반인 주들과 더불어 보수 대법관들이 다수인 연방 대법원까지 낙태죄를 강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민주당인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연일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대다수의 임산부들은 임신 6주까지는 임신 여부에 대해 특별히 인지를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태아의 심장 박동은 6주부터 들린다고 한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속에 한국은 2019년 4월 11일 형법 269조 1항 자기낙태죄 , 270조 낙태의사 처벌법이 헌법 불일치 의견으로 2020년까지 국회에서 다시금 입법을 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여야 의견 불일치로 현재까지 낙태법안이 공백인 상태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낙태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볼 수있다. 물론 다 자란 태아에 대한 고의적인 살인은 살인죄로 기소가 가능하다. 

다루기가 어려운 주제고, 문제다. 

어머니는 나를 46살에 낳으셨다. 나이들어 임신해 동네 창피해서 제주시에 있는 나사로 병원에 나를 지우려고 찾아갔다고 한다. 의사가 누워있으면 금방 오겠다고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이 놈은 세상에 태어날 놈인가 보다 싶어 그냥 병원을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후  노산인 어머니는 집에서 애를 받지 못하고 처음으로 나사로 병원에 3만원 주고 병원에서 나를 낳았다고 했다. 형들이나 누나들이 나를 3만원짜리라고 불렀던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막내인 내가 10번째인지 11번째인지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헷갈려 하셨지만 남은 6남매는 나름 주어진 삶에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10명 낳은 것은 확실하고 11명 낳았는지 헷갈려 하셨던 어머니가 나의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선 하신 말씀.

“지 밥그릇은 다 지가 가지고 세상 밖에 나온다”

생명경시풍조도 경계를 해야하며 여성인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지독히 난해한 세상의 문제들을 뒤로 하고 제주의 봄은 아름답고 이쁘고 햇살은 찬란했다고 고향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애 엄마는 제주를 좋아라 했다.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 날이 같이 들어선 달에 제주의 늦봄은 더욱 눈부시기를 빌어본다.

양영준
제주 한경면이 고향인 양영준 한의사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새 삶을 꿈꾸다.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 편의점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미 연방 우정사업부에 11년 몸담은 ‘어공’ 출신. 이민 16년차 돌연 침 놓는 한의사가 되다. 외가가 북촌 4.3 희생자다. 현재 미주제주4.3유족회준비위원을 맡고 있으며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칼럼 [워싱턴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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