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지난 3일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철회·원희룡 지사 퇴진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철회·원희룡 지사 퇴진 집회를 진행중인 민주노총 제주본부.(사진=김재훈 기자)

미국은 버지니아, 일리노이주를 비롯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고 심지어 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주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치솟는 물가 탓에 정부나 소비자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초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태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풀어서 생긴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하기보단 많은 노동인구의 갑작스러운 은퇴, 물류 수송 종사자들의 파업, 온난화로 인한 농작물 작황 악화 등등 여러 요인이 현재 미국의 경제가 먹구름 사이를 지나간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의 기승 속에 나라별 의료체계 차이가 드러나면서 현재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선진화되어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의료현장에서 일하시는 의사, 간호사분들은 고된 업무 분량에 불만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한국만큼 전 세계적으로 의료체계의 일원성과 신속성 그리고 중앙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작용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 의료체계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병원 치료비가 너무 비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던 티모시 딘은 은행에 가서 쪽지를 은행원에 건넸다고 한다. 그 쪽지에는 ‘저는 은행 강도입니다. 저에게 1달러를 주세요. 그리고 저는 저기 있는 의자에 앉아 있을 테니 경찰에 신고하세요.’ 라고 쓰여 있었다. 결국 경찰에 체포돼 3년 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서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치료했다는 이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미국은 다들 알다시피 의료보험 회사가 의료체계 중심이 되는 국가로 의료 민영화 나라이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쉴드 블루 크로스, 시그나, 에트나, 휴매나, 카이저 등등 수없이 많은 의료보험 회사가 존재한다. 각 병원과 클리닉들은 이들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치료비를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형식이다.

크게 문제가 될 듯 보이지 않지만, 민간회사에서 운영하다보니 자본주의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못된' 시스템이 의료체계 안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간단하게 비적용 보험인 경우 의료비 비교만 해도 엑스레이(X-RAY)는 한국 2만 원, 미국 350불(약 42만원), 엠알아이(MRI)는 한국 40만 원 미국 3500불(약 420만원) 씨티(CT SCAN)는 한국 10만 원 미국 1600불(약 190만원) 정도 차이를 보인다.

왜 비쌀까?

22일 오전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가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통해 “특별법 내 영리병원 조항을 완전 삭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제주 영리병원 즉각 폐기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사진=제주투데이 DB)

첫째는 민간 보험회사는 각 회사의 이익에 맞게 수천 가지의 보험 옵션을 내놓는다. 이 옵션들이 각 보험회사마다 따지면 수 만 가지 옵션과 질병 코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이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인력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병상 1500개 정도의 병원 규모에 약간 과장해서 약 1500명의 일명 ’billing clerk(청구원)‘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행정력 및 인건비 손실이 너무 크다.

둘째는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마틴 슈크렐리(martin shkreli)는 미국인이 제일 싫어하는 인물로 뽑는 사람이다. 튜링 제약회사 회장으로 에이즈나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는 다라프림(daraprim) 특허권을 산 뒤 원래 13달러짜리 약을 750달러로 가격 인상을 한 인물이다. 중앙정부가 제약회사에 개입할 수 없는 현실이라 일반 서민들은 제약회사가 정한 금액에 약을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셋째는 의료 소송비 문제다. 미국은 의료 소송만을 위해 존재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즉 의료 소송만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때문에 간단한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아도 의사들은 자신들에게 소송이 돌아올까 혈액 검사부터 온갖 검사를 정밀하게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비용 지급은 보험회사나 본인이 부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얼마 전 미국에 한국 유학생이 요구르트를 먹고 속이 안 좋아서 한국처럼 응급실을 찾았다가 의료 청구비가 1200만원 나왔다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온갖 검사에 낭비되는 금액은 한국 GDP의 45%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보험료는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보통 한 달 1500불 정도의 건강 보험금을 내야지만 한국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규모가 큰 회사나 정부는 보험회사랑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근무할 경우 보험적용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 파산의 60%는 의료비 때문이라고 한다. 그중에 75%는 보험을 갖고 있지만, 흔히 프리미엄 보험이 아니라 혜택이 약한 보험이라 파산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농담삼아 몸에 칼을 대면 1억 날아 간다는 말이 미국에서는 통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병원 병실은 1인 1실 기본에 서비스는 최상이다.

의료민영화는 먼저 최신시설, 최고의 서비스로 해외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같은 땅에 버젓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존재하는데 내 부모님이 아프고, 내 자식들, 내 남편, 부인이 아픈데 일반 병원을 이용하려고 할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에 있어 빚을 내서라도 최고의 시설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이용하고픈게 인간의 마음이다. 결국 외국인 대상에서 일반 국민들로 대상은 바뀌게 되고, 민영 병원에 몰리는 환자 유치를 위해 현재 대형 병원들 역시 민영화 할 것이며 결국 국가에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에 대한 반발 및 가파른 인상에 정부는 결국 민영화에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다.

한 번 민영화에 물꼬가 터지면 의료 민영화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되는 바이러스와 같다. 

나 역시 미국에서 의료업에 종사하면서 많은 혜택들을 보는 것은 사실이나 공익이나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현재 한국의 의료체계는 세계 최고임을 인정하고 지켜나가길 바랄 뿐이다.

 

양영준
제주 한경면이 고향인 양영준 한의사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새 삶을 꿈꾸다.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 편의점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미 연방 우정사업부에 11년 몸담은 ‘어공’ 출신. 이민 16년차 돌연 침 놓는 한의사가 되다. 외가가 북촌 4.3 희생자다. 현재 미주제주4.3유족회준비위원을 맡고 있으며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칼럼 [워싱턴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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