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감 당선이 확실시 된 김광수 후보. (제주투데이·뉴스제주 공동취재단)<br>
제주교육감 당선이 확실시 된 김광수 후보. (제주투데이·뉴스제주 공동취재단)<br>

제주 6·1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타 지역에서 국민의힘의 승리와 대비되는 결과이다. 그런데 제주에서도 예외가 있었다. 정당과는 무관하지만 교육감 선거가 그것이다.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후보를 자처했던 김광수 후보가 당선되었다. 

일단 그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이번 기회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교육과정을 돌아본다. 당선자도 IB교육과정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상대적으로 진보후보로 알려진 이석문 후보의 1호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IB정책은 이석문 후보의 낙선을 견인했던 대표 공약이라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감 당선자인 김광수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가장 강조했던 공약은 소통이었다. 그가 현 교육감의 IB정책 추진과정만 보고 내세운 공약은 아니었겠지만, IB정책은 가장 불통의 전형을 보여준 일방적 정책이었다. IB정책을 시작한 것은 이 교육감이 재선하여 2기 체제에 들어선 이후였다. 

당시 많은 교사들이 우려했고, 그의 출신배경인 전교조에서조차 반대하였다. 대표적인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하여 관련 전문가들도 섣부른 정책추진의 재검토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석문 교육감과 제주도교육청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IB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가장 보수적이고 경쟁 중심의 교육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구시교육청이 제주도교육청과 함께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이석문 교육감 1기 체제 출범(2014년 7월)당시 전국적으로 많은 진보 교육감들이 등장하였고, 그들을 대표하는 교육정책의 하나는 이른바 혁신학교였다. 교실수업과 평가혁신을 이뤄내고 학교문화의 민주적 개선을 표방했던 혁신학교 운동은 뜻있는 교사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었고, 이러한 교사들의 자발적 교육운동을 진보교육감들이 제도적으로 수용했던 것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인 내외가 이동원 제주도선관위원장에게 당선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지난 2018년 6월14일 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인 내외가 이동원 제주도선관위원장에게 당선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지자체 수준의 다양한 혁신학교 실험이 이뤄졌고, 이석문 교육감도 1기 체제 동안 제주형 혁신학교(자율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를 의욕적으로 추진하였다. 다음 지선(2018년 6월)에서 이석문을 포함하여 진보교육감들의 재선과 확장은 혁신학교를 비롯한 “경쟁에서 협동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라는 교육정책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긴다.  

다른 지역의 진보교육감들과는 달리, 이석문 교육감은 2기 체제에서 기존의 다혼디배움학교보다는 IB교육과정의 도입에 더 정책적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는 IB도입의 필요성을 말할 때마다 교실수업과 평가혁신, 그리고 고교체제 개편 완성을 거론하였다. 

마치 IB를 도입하면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교사중심 수업과 객관식 평가 문제가 해결되고, 제주교육의 치열한 고입경쟁의 문제까지 모두 해결 가능한 만병통치약처럼 보는 듯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검증된 교육효과가 우리교육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적어도 공교육에서는 검증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교육과정인데, 심지어 이번 선거에서는 그것을 확대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교실수업과 평가혁신이라는 큰 틀에서만 보면 혁신학교와 IB는 거의 차이가 없다. 교수학습방법은 발표 및 토론식 수업, 에세이 작성 등 학생중심의 탐구식 수업이 중심이 된다. 수업과 평가의 일치를 지향하는 점에서도 혁신학교와 IB는 비슷하다. 둘 다 서술 및 논술평가, 발표 및 에세이 평가, 그리고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를 권장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아시시 트리베디(Mr. Ashish Trivedi) IB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IB 한국어화 확정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도교육청)
지난 2019년 4월7일 (왼쪽부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아시시 트리베디(Mr. Ashish Trivedi) IB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IB 한국어화 확정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도교육청)

그런데 왜 혁신학교가 아니라 IB인가? 혁신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교사들의 자발성과 헌신성, 그리고 전문성이 요구된다. 학교문화 자체도 민주적인 교실, 배려와 협동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혁신학교 실험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교사들의 자발성과 헌신성이 떨어지고 부담감과 피로감이 축적되었다.

이러한 혁신학교가 계속하여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성공모델이 타 학교로의 전파도 그렇다. 교육청으로서도 특정학교만을 혁신학교로 지정하고 차별적 지원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공통적인 혁신학교 실험의 한계였다. 

뭔가 혁신학교의 혁신안이 필요했다. 이 지점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혁신안을 모색하기보다는 IB를 선택했다. IB를 도입하면 혁신학교의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된다. 학교와 교사들은 원치 않아도 교육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성과 헌신성에 상관없이 교사들은 IB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수업과 평가의 전문성을 갖춰야만 한다. 

이석문 교육감 체제가 IB도입을 공식화하자 교사들이 가장 먼저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긴다. 특히, IB고등과정(Diploma Program)의 경우 평가주체가 70% 이상 외부 평가위원에 있다는 것도 교사들의 자율성 침해와 자존을 떨어뜨리는 처사로 여겼을 것이다. 30% 정도의 내부교사평가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외부평가위원들이 그것을 조정한다는 것도 첨언해둔다.

교실수업과 평가혁신보다 더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 IB에는 있다. 교육과정은 교육목적과 목표, 교육내용, 교수학습방법, 평가라는 요소로 구성된다. 교육목적, 목표, 내용에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IB는 원래 모국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각국의 외교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1968년 스위스에서 개발된 교육과정이다.  

7일 제주 서귀포 표선고등학교에서 ‘IB 월드스쿨 인증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지난해 12월7일 제주 서귀포 표선고등학교에서 ‘IB 월드스쿨 인증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따라서 각국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세계적 보편성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 이슈와 보편적 가치, 국제적 마인드를 가진 세계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교육목적과 목표로 삼는 교육과정인 셈이다. 한국(제주)문제를 다루더라도 그것은 세계이슈와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한국(제주) 문제를 다룰 수 있을 뿐이다. 교과목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라면 몰라도 공교육에서 IB도입은 그래서 신중해야 했다. 우리 교육은  제주인, 한국인 됨을 바탕으로 세계시민의식도 길러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초중등학교 시절은 자아정체성과 지역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중요한 시기인데,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에서 지역정체성보다 글로벌정체성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교육운동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우려하며 IB도입에 신중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었다. 이석문 교육감이 IB도입을 실행하며 한편으로 제주정체성 함양을 위한 제주이해교육과정을 개발한 것도 우려의 목소리에 동의해서인지는 모르겠다(논자는 IB도입과 무관하게 제주이해교육과정 개발의 연구책임자로 관여했다).    

한편, 읍면지역 일반계고(현재, 표선고)에서 IB운영이 고교체제 개편의 완성을 이루는 대안일까? 이석문 교육감은 높은 고입경쟁률의 폐해를 해소하는 고교체제 개편을 약속하고 당선되었고, 1기 체제부터 의욕적으로 이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석문표’ 고교체제 개편방향은 읍면지역 일반계고와 특성화고를 개편하고 발전시켜 평준화고의 진학경쟁률을 낮추는 우회적인 전략이었다. 

평준화고 정원확대와 100% 내신전형, 읍면지역 일반계고의 자율학교 지정운영, 예술중점학교(애월고의 미술과, 함덕고의 음악과)의 운영, 특성화고의 학과 개편 등이 그것이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했지만, 읍면지역 일반계고와 특성화고의 발전을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7일 제주 서귀포 표선고등학교 학생들이 IB DP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지난해 12월7일 제주 서귀포 표선고등학교 학생들이 IB DP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그래서 이석문 교육감은 읍면지역 일반계고에 먼저 IB도입 정책을 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정지역까지 IB를 확대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공약이라 본다. 그의 낙선으로 이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새로운 김광수 교육감체제에서도 표선고를 비롯한 진행형인 IB학교는 성공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이 여기에 진학한(할) 학생들에게 실패의 상처를 줘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선고의 IB가 성공하더라도 고교체제 개편 완성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여긴다. 

제주도교육청은 IB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표선고에 입학생이 증가하였다고 자랑했다. 입학생이 증가가 IB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선지역외의 학생들이 입학했다는 것이겠다. 현재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국제학교나 외고 등에서만 IB가 운영되는 사실에서 보듯 표선고에도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야 IB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IBDP의 핵심교과목의 구성, 교수학습방법, 평가체제 등을 고려해 봐도 그렇다. 이후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면 더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른바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IB를 인정하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을 허용하는 대학은 일류대학 몇 곳뿐이라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어느 교육의원이 지적했듯, 현재 IB졸업생은 수능으로 대학가긴 어렵다. 대입전형은 불행히도 점점 더 수능강화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도 지적해 둔다. 

3일 제주도 내 시험장 17곳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기자단)
지난 2020년 12월3일 제주도 내 시험장 17곳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기자단)

IB의 표선고가 성공한다는 것은 제주국제학교처럼 귀족학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표선고에 몰리는 만큼 표선지역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다면 고교체제 개편의 근본적 의도와는 더욱 멀어지는 것이 된다. 

고교체제 개편의 원래 취지는 제주시 동(洞)지역으로 몰리는 평준화고 입학경쟁률을 낮추고 읍면지역 학교의 고른 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선고가 귀족학교로 변질되기 전에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교서열화를 조장하고 경쟁과 학력 중심의 교육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전교조 등 교사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IBDP를 우려하고 신중검토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지점이 이것이다.   

본인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이석문 교육감이 2기체제에서 IB도입에 적극 나선 것은 3선 도전의 정당성과 명분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이유도 있었다고 여긴다. 한마디로 벌여 놓은 판을 마무리할 기회를 달라고 할 명분이 IB교육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낙선을 견인했다. 

IB는 불통의 전형이었던 일방적 정책이었고, 여러 문제거리가 잠재된 채 우리 공교육에서 효과 검증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과 경쟁 중심의 교육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심정으로 이석문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들이 많았다. 이번에 당선된 김광수 후보도 이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낙선한 이석문 교육감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고마움을 전하고 위로를 드린다. 김광수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리며 앞으로 제주교육 발전을 기대하고 수고를 부탁드린다.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姜奉秀). 제주시(애월읍 어음리)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하여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야연구단체인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의 연구원장직을 맡아왔다. 때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었고, 한국(제주) 사회와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운동진영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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