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제주시 민속자연사박물관 앞마당에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1일 오전 제주시 민속자연사박물관 앞마당에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늦었지만 오영훈 도정의 출범을 축하한다. 출범을 앞두고 발표한 101개 도정과제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임기 동안 성실히 실행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그중 이른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공약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 지사는 임기 2년 내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도민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를 통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로드맵과 함께 정책대안으로 5~6개 기초자치단체가 적당하다는 견해까지 밝힌 바 있다.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그 실천 로드맵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왜 5~6개의 기초자치단체인가? 처음에는 일각에서 주장해온 읍면동자치안, 이른바 ‘마을공화국안’을 나름대로 원용하여 수용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제주형’이란 수식어를 덧붙이는 것을 보면 기관통합형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오 지사는 선의의 경쟁을 위해 읍면동자치보다는 5~6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적당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그 근거가 무엇인지, 어떻게 5~6개의 구역으로 나누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의 안대로 5~6개로 나눈다면 대략 현 제주시를 3개로 쪼개고, 서귀포시를 2~3개로 쪼개겠다는 구상일 가능성이 높다. 

다함께미래로준비위원회(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 소위원회 도민정부위원회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미래로 도민공감 정책 아카데미를 15일 오후 2시 웰컴센터에서 진행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다함께미래로준비위원회(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 소위원회 도민정부위원회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미래로 도민공감 정책 아카데미를 15일 오후 2시 웰컴센터에서 진행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5~6개의 구역을 어떻게 나누든 현 제주시 동(洞)지역을 그대로 둔 채 나눈다면 행정구조 개편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행정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이유는 풀뿌리민주주의 회복과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별법 개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행정안전부는 제주시 동지역의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주시 동지역을 2개로 나누어 현 제주시를 4개로 나눌 순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서귀포시 지역은 2개로 나눠야 한다. 이 경우 문제는 제주시 동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구 10만도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풀뿌리민주주의를 생각하면 인구수가 적을수록 좋을지 모르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5~6개로 나누는 안은 어떻게 구획하든 도심권과 읍면지역으로 이분화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기존에 제안되어온 4개로 나누는 안들에도 적용되며, 4개의 구역을 어떻게 나누든 도심권과 읍면지역의 불균형발전은 이전에 이미 경험해온 바이다. 
 

행정체제 개편은 풀뿌리 민주주의 회복과 지역균형 발전의 도모라는 두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정치적 계산과 허울 좋은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명분 때문이지만 단층 구조를 이루는 현 특별자치도 하에서도 지역불균형발전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거듭 말하지만 행정구조 개편은 풀뿌리민주주의 회복과 지역균형 발전의 도모라는 두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만을 생각한다면 5~6개로 나누는 안보다 읍면동 자치안이 더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읍면지역의 경우 젊은 세대보다 노령인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치의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고, 기관통합형을 고려한다면 자칫 마을공화국이 아니라 ‘유지공화국’이 될 가능성도 크다. 

풀뿌리민주주의와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고려하면 인구수가 20만 내외 정도는 되어야 하고, 도농복합형의 기초자치단체가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읍면지역이 발전하려면 도시라는 배후시장을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제주는 3개의 기초자치단체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논자는 일찍부터 이 안을 주장해온 바 있다. 여기서는 약간의 수정안을 제안해 두고자 한다(아래의 표 참조). 

(표=강봉수)
기초자치단체 및 교육권역 개편안. (표=강봉수)

표에서 보듯, 논자의 안은 제주시 동지역을 2개로 나누되 약간의 구역을 조정하여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두는 안이다.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가 그것이다. 이를 제안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언급한 바의 풀뿌리민주주의 회복과 지역균형 발전 도모이다. 자세한 설명을 반복하지 않겠다. 다만 3개의 기초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모두 주민직선으로 뽑는 기관대립형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중앙정부 설득과 특별법 개정이 관건이겠지만, 학습의 경험도 없는 ‘제주형’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일반적이고 전에 경험했던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중앙을 설득하는 데나 도입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제주의 지역균형 발전을 해치는 큰 요인 중 하나는 오랜 세월 굳어진 고교체제

둘째,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하여 교육에 대한 고려이다. 제주의 지역균형 발전을 해치고 있는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오랜 세월 동안 굳어진 고교체제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 구역을 정할 땐 교육권역의 적절한 배치를 위해 제주도교육청과의 긴밀한 협조도 필요하다. 

5~6개로 나누는 오 지사의 안이나 기존의 안들은 학생들이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로 몰리고, 읍면지역 일반계고는 발전에서 뒤처지는 현상을 개선할 수 없다. 그래서 논자는 3개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권역을 일치시켜 행정과 교육이 함께 가는 길, 아울러 지역균형발전까지 고려하는 자치모형을 제안한다. (당장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읍면지역 일반계고를 발전시켜 3권역의 평준화고교체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마다 특화된 특성화고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인구수와 면적 넓이의 안배를 고려했고, 또한 대정과 안덕을 서제주시에 포함한 것은 제주시 동지역에 신설고 건설을 전제로 한 고등학교의 균형적인 배치를 고려한 것이다. 새로 출범한 김광수 교육감은 통합형 예체능고를 검토하고, 고교 신설 대신 구제주 지역의 학교 중 하나를 신제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공약을 했다. 

이에 따르면 고교배치는 <2안>처럼 고려해볼 수도 있다. 땅의 크기를 정확히 재본 것은 아니지만 대략 균형 있게 안배했고, 인구수는 기초자치단체 운영에 적절한 20만 명 내외를 고려했다. 다만 서귀포시 지역의 인구수가 적어 유입정책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구도심 및 읍.면지역 고도완화를 담은 '고도관리 기본계획(안)'을 마련,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 사진은 제주시 전경.
제주시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넷째, 현 국회의원 선거구와 행정기관의 배치 현황도 고려했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는 대략 제주시 중앙로를 기점으로 제주시갑, 제주시을, 그리고 서귀포시로 되어있다. 이를 위의 구획대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경찰관서는 제주서부경찰서, 제주동부경찰서, 서귀포경찰서가 있고, 소방관서는 현재 4개로 되어있지만 구역을 조정하는 데 별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역사문화권과 인문학적 발상을 고려했다. 제주의 시원을 열었던 탐라국도 3을나였고, 조선시대까지 행정도 대체로 3읍체제였다. 그래서 문화권도 대략 그렇게 형성되어 왔다. 당신앙권을 예로 든다면 동제주시는 송당계 당신앙권이고, 서제주시는 예래 및 금악계 당신앙권이며, 서귀포시는 한라산계 당신앙권에 부합할 것이라 신화연구가들은 말한다. 

제주어연구자들은 제주어의 유형도 대략 3권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인문학적 발상으로 보면 짝수가 대립의 수라면 3은 화합과 평화의 수로 해석할 수도 있다. 노장철학이나 일부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한’철학에서도 3이라는 수의 의미를 그렇게 풀고 있다.  

현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층적 행정구조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고,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제시되고 나름대로 개편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용두사미에 그쳤고 진정성이 떨어졌다. 행정 효율성과 편의성만 따지는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고집하는 세력들이 도정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라 여긴다.
 

우선 행정시를 3개로 구분해 1~2년이라도 실험하면 어떨까

다행히 오랜만에 도정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더욱이 오 지사는 국제자유도시 건설의 방향 전환을 얘기하고 있다. 이에 많은 도민들이 오 지사의 행정구조 개편 공약과 새로운 제주미래비전 실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 지사가 행정구조 개편의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며 과제가 산적해 로드맵대로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다. 제주도는 8월부터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구성에는 반드시 제주인문학과 교육전문가들을 포함하기 바란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무래도 도민의견을 수렴하며 기초단체의 수와 구역을 정하는 것이겠다. 논자는 3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적당하다고 보지만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세부구역을 정하는 데도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논자의 제안이 도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주민투표와 기초자치단체 완성 이전에 조례 제정으로 가능한 행정시를 3개로 구분하여 시정을 1~2년이라도 실험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어떨까 한다. 그에 걸맞게 교육지원청도 각 행정시에 두어 지역교육을 관할해보는 경험을 가지면 좋겠다.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姜奉秀). 제주시(애월읍 어음리)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하여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야연구단체인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의 연구원장직을 맡아왔다. 때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었고, 한국(제주) 사회와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운동진영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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