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5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하나 남은 왕벚나무 그루터기를 잘라낸 책임자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5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하나 남은 왕벚나무 그루터기를 잘라낸 책임자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우리가 죽으면 아무도 기억 못해. 그러니까 계속 목소리 내는 거야." 제성마을 주민 양화자 할머니의 말이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5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하나 남은 왕벚나무 그루터기를 잘라낸 책임자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 14일 제주시가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도로변에 위치한 벚나무 그루터기 이식 작업을 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것이다. 제주시는 새로 조성될 인도 한가운데에 그루터기가 자리하고 있어 보행공간 확보를 위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해당 나무가 40년 전 터전에서 밀려나 새로운 터전을 일궈낸 역사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있다. (관련기사 ☞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열두 그루의 벚나무)

대책위는 "제주시는 작년 이맘때 제성마을 왕벚나무 무단벌목 사건에 대해 할머니들께 사죄했고, 대체할 나무에 대해서는 할머니들과 의논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할머니들은 마을의 기억이 깃든 그루터기를 보존하겠다고 했고, 제주시도 이러한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 14일 행정당국은 약속을 무시하고 하나 남은 그루터기마저 뿌리를 잘라냈고, 이제 새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면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의 바램과 약속을 저버린 제주도 행정책임자의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제성마을 왕벚나무는 비행장과 하수종말처리장 건설로 3번의 철거를 당해야 했던 몰래물 80년의 기억이자, 허허벌판에서 제성마을을 일군 40년의 투쟁을 상징한다"면서 "할머니들은 이번 사태로 갑갑한 마음과 분노를 표할 길이 없어 밤잠을 설친다. 너무 연로해 항의할 기력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할머니를 대신해 책임자를 규탄한다. 제성마을 왕벚나무를 살려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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