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연 가운데, 제성마을 원주민 이순실(95)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연 가운데, 제성마을 원주민 이순실(95)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예전에도 큰 나무는 베는 게 아니라고 그랬어. 아무리 불편해도 돌아가는거라고 했지." 제성마을 주민의 말이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같이 돌봐주는 길 제주어)' 행사를 열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사수항에 사람들이 모이자, 제성마을 원주민인 할머니들은 울분을 토하면서 과거에 살던 몰래물 이야기를 풀어놨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휠체어를 타고 있던 이순실(95) 할머니는 "옛날엔 나를 비롯한 다른 여자들도 물질을 했었는데 물이 정말 깨끗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홀레 주변에 연동.노형동이 생기면서 '똥물'이 됐다"고 울먹였다.

이어 "하수처리장 들어서기 전에 수박씨.참외씨가 섞인 물이 바닷물에 콸콸 내려오면서 못살겠다 싶었다"면서 "벚꽃나무를 자르면 죽겠다고 말려도 제주시는 듣지 않았다. 나무를 심을 때 함께 있었던 이웃은 지금 몸져 누워있다"고 말했다.

17일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 참여자가 제성마을 원주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박성인 대표)<br>
17일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 참여자가 제성마을 원주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박성인 대표)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옛 몰래물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가 열린 가운데, 제성마을 원주민 할머니가 벚꽃 화분에 소원을 빌고 있다. (사진=박성인 대표)<br>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옛 몰래물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가 열린 가운데, 제성마을 원주민 할머니가 벚꽃 화분에 소원을 빌고 있다. (사진=박성인 대표)

대책위에 따르면 제성마을은 과거 몰래물(구사수동) 주민들이 세운 마을이다. 1941년 정뜨르 비행장이 지어지면서 몰래물 주민들 절반은 옆 마을로 이주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은 새몰래물(신사수동)이다.

그러나 40년 후 물래물은 완전히 사라지고, 새몰래물 주민 일부는 마을을 또다시 떠났다. 제주공항 확장공사 영향이었다. 7년 뒤인 1987년엔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섰다. 새몰래물에 남아있던 주민들조차 인근 마을인 제성마을과 신성마을, 동성마을, 명주마을로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제주시는 지난달 15일 도로확장 공사를 이유로 제성마을 내 40년 된 왕벚나무 6그루를 베어냈다. 지난해에 이어 모두 12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주민과의 사전 상의는 없었다. 해당 벚꽃나무는 마을 원주민들이 설촌을 기념해 심은 나무였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오면신(65) 대책위원장이 제성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낭싱그레가게2 관계자가 제성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제성마을 원주민 할머니가 옛 몰래물 자리에 생긴 마을 설명문을 읽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제성마을 원주민 할머니가 옛 몰래물 자리에 생긴 마을 설명문을 읽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오면신(65) 대책위원장은 "여기 몰래물 해안가는 아직도 우리 조상들의 삶이 남아있다. 지금은 불법매립으로 흔적만 남은 웃통물과 통물, 엉물, 태역섬 등은 우리 실향민들의 상처를 대변하는 것 같다"면서 "재일교포가 기증한 진불래에 위치했던 공마당 마을운동장은 제주도정이 실향민들에게 어떠한 연락도, 보상도 없이 국도로 편입시켰다"고 토로했다.

오 위원장은 이어 "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실향의 아픔을 간직하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의지를 담아 터를 잡은 제성마을에 설촌을 기념해 심은 왕벚꽃나무도 제주도정은 무참히 베어냈다"면서 "우리는 짓밟아도 끝끝내 싹을 틔우는 들풀처럼 베어버린 벚꽃을 여기 조상의 얼이 깃든 물래물 고향에 심어, 우리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이 살아 숨 쉬게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제성마을 왕벚나무의 역사는 곧 마을의 역사"라면서 "주민들과의 제대로 된 소통없이 이뤄진 벌목행위에 대해 제주시장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옛 몰래물 자리인 고랭이당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옛 몰래물 자리인 고랭이당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대책위 관계자가 무단 벌목된 왕벚나무 가지와 뿌리를 화분에 옮겨 담고 있다. (사진=박성인 대표)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대책위 관계자가 무단 벌목된 왕벚나무 가지와 뿌리를 화분에 옮겨 담고 있다. (사진=박성인 대표)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옛 몰래물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사진=박성인 대표)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낭싱그레가게2는 17일 오전 제주공항 앞 도두2동 옛 몰래물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열었다. (사진=박성인 대표)

이어 사수항 인근에 있는 ‘고랭이당’과 '왕돌앞당'에서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생명 돌봄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 김수열 시인이 기원문을 낭독했다. 제성마을 원주민인 권재섭(88) 할머니는 절을 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몰래물에 대한 기억의 문을 열고 생명 돌봄을 기원하는 퍼포먼스와 시 낭송회도 이뤄졌다.

다음은 송기남 선생이 낭독한 시 전문.

낭기친 손꼽데기

송기남

누게가 낭기치렌 시겨신고
그 족헌낭덜 누게가 기치렌
시겨신고

시장이 시겨시냐 
지사가 시겨시냐
동장이 시겨시냐
낭기친 손꼽데기덜 이래 내놓라
덩드렁 마깨로 그 손꼽데기덜
닥닥 모사불게

이거 맺십년을 손지 질루듯 질룬낭을
나손지 야개기 기치듯 
물착 물착 기친 그 손꼽데기덜 이래 내놓라

오장창지 막아진것 덜아
느어멍 야개기 기치민 좋크냐
느아방 야개기 기치민 좋크냐

이 고례 백적 조조로 몽그놈 덜아

비영장 건설로 정든모슬 떠나멍 울곡 
낭허여당 집짓으멍 울어져라

이디 낭기치렌 시긴것덜아
이디사는 할망덜 집도절도 엇이
울때에 누게가 혼디울어줘시리

시장도 모르고 도지사 하루방도
모르는 설움

얼마나 칭원해시리

얼마나 을큰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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