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제주시는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근처 도로에 심어진 마지막 벚나무의 그루터기를 뽑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 관계자가 공사 현장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제주시는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근처 도로에 심어진 마지막 벚나무의 그루터기를 뽑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 관계자가 공사 현장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제주시가 도로공사 과정에서 제성마을 일대의 수십년 된 벚나무를 벌목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벚나무를 심는 행사를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모순적 상황을 두고 강병삼 제주시장을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4일 성명을 내고 "사라봉에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제성마을 벚나무는 학살하는 강병삼 시장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제주시는 이날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근처 도로에 심어진 마지막 벚나무의 그루터기를 뽑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해당 나무는 제성마을이 세워질 당시 주민들이 심은 10여 그루 중 마지막 수목이었다. 제주시는 앞서 지난해 3월 일주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벚나무들을 제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단체는 "공사 업체 관계자와 제주시 도시계획과 공무원은 '벚나무 그루터기가 인도를 막고 있기 때문에 옮길 수밖에 없고, 제주시장도 허가했다'며 공사를 강행하려고 했다"면서 "급기야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 할머니들이 나무 뿌리를 판 구덩이로 들어가 막아선 후에야 공사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위 위원장에 따르면 제주시는 한그루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보존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강행된 공사에서는 뿌리를 곱게 잘라 분을 뜨는 것이 아닌, 곡괭이로 뿌리를 내리치며 자르고 있었다"면서 "뿌리 상당수는 곡갱이와 포크레인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고 분개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14일사라봉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주시 제공)
강병삼 제주시장이 14일사라봉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주시 제공)

한편, 강병삼 제주시장은 이날 사라봉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제주시 측은 단체 및 공무원 140여명이 강 시장과 함께 왕벚나무 350그루를 식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참여환경연대는 이에 대해서도  "나무 한그루를 이처럼 마구 학살하듯 처리하는 시장이 환경을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하려고 하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강 시장은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는 것이 민낯을 감추려는 거짓 가면이 아니라면, 도시의 환경과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가로수에 대한 보존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사라봉에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제성마을 벚나무는 학살하는 거짓환경 강병삼 제주시장 규탄한다!

작년 3월, 제성마을 주민들이 공항 건설로 이주하면서 심은 벚나무 13그루를 제주시는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무참히 잘라 없애고, 12그루는 뿌리까지 뽑아 버렸다. 주민들이 심어 30여년 가까이 키워온 벚나무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더니, 주민들이 겨우 지킨 벚나무 한그루의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나오자, 이 마저도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없애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8일 본회는 성명을 내고 제성마을에 한그루 남은 그루터기 맹아지를 보존하여 시정의 철학을 보여 줄 것을 제주시에 촉구하였다. 뿌리가 이미 드러나 있어, 제주시에 주민과 협의하기 이전에라도 흙을 덮어 줄 것을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에서 요구하였으나, 제주시는 포크레인을 옆에 세워두고도 한 삽의 흙도 나무 뿌리에 덮지 않았다. 참여환경연대는 직접 흙을 덮으려 삽을 가지고 오늘 10시경 제성마을을 찾았으나, 이미 벚나무 그루터기의 뿌리를 곡괭이로 찍으면서 파내려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 할머니들과 참여환경연대 활동가들은 공사현장을 막아섰다.

공사 업체 관계자와 제주시 도시계획과 공무원은 벚나무 그루터기가 인도를 막고 있기 때문에 옮길 수밖에 없고, 제주시장도 허가를 했며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 급기야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 할머니들이 나무 뿌리를 판 구덩이로 들어가고 자신들도 같이 묻으라며 막아선 후에야 공사가 중단되었다.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제주시는 한그루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보존하기로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갑자기 주민들 모르게 공사를 강행하였고, 벚나무 그루터기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하였으나, 뿌리를 곱게 잘라 분을 뜨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로 뿌리를 내리치면서 자르고 있어 이미, 상당수 뿌리는 곡갱이와 포크레인으로 잘아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옮겨심기 위해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제주시 공무원도 “이 나무 살겠어요?”라고 현장에서 말하며, 누가 봐도 이식이 아닌 나무를 제거하는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중에 강병삼 제주시장은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으러 갔다고 한다. 벚나무 한그루를 이처럼 마구 학살하듯 처리하는 시장이 환경을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인가. 시민들이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하는 의지를 짓밟으면서 기어코 주민들 몰래 강행하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기본 자세라 할 수 있는가.

주민이 힘겹게 막아서고 언론이 현장에서 취재를 시작하자, 일단 공사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제주시장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모른척 부서에서 하는 것처럼 방관한다면, 다시 벚나무 학살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삼 시장은 오늘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는 것이 민낯을 감추려는 거짓 가면이 아니라면, 도시의 환경과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가로수에 대한 보존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하지 않는다면 반환경적인 시장으로 판단하고, 제주시를 위해 퇴진 요구에 나설 것이다.

2023. 03. 14. (사)제주참여환경연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