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와 시민모임 낭싱그레가게2는 4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제주시장은 제성마을 할머니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제성마을 할머니로 분장, 제주시청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도로 확장으로 잘려나간 제성마을 왕벚나무 사태와 관련, 제주시장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와 시민모임 낭싱그레가게2는 4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제주시장은 제성마을 할머니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로 꾸려진 밴드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제성마을 할머니로 분장, 팻말을 들고 시청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퍼포먼스가 이뤄지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할머니들을 대신해 왕벚나무를 잃은 한을 표현하려는 취지다.

이 단체는 이 자리에서 "제성마을의 역사는 제주개발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1941년엔 다끄네에서 몰래물(현 사수동) 사람들은 육군 항공대 비행장 건립으로 쫓겨났다"면서 "몰래물 사람들은 새몰래물(신사수동)에 다시 모였지만 공항 확장 과정에서 또 쫓겨났다. 그러나 1980년대 신사수동 인근에 도두하수처리정을 만들면서 또 쫓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1년 신사수동에 살던 주민 중 16가구가 지금의 제성마을로 옮겨왔다. 밭을 많이 가졌던 사람들은 토지보상을 받아 '좋은 동네'로 갔지만, 밭이 없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제성마을로 모였다"면서 "이들이 허허벌판에 맨손으로 거친 땅을 일궈 마련한 보금자리가 제성마을"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들은 설촌 기념으로 왕벚나무 열두 그루를 심었다. 40년의 시간이 흐르고 우람해진 벚나무는 봄마다 화려하게 꽃을 피워 마을 사람들을 위로했다"면서 "그러나 제주도정은 지난 3월 15일 이 소중한 왕벚나무를 무참히 베어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주도정은 할망(할머니 제주어)들의 가슴을 짓밟았다"면서 "허허벌판에서 제성마을을 일궜던 괭이.삽까지 정성스레 간직해온 할망들은 왕벚나무가 잘려 나가자 몸이 동강 나는 듯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와 시민모임 낭싱그레가게2는 4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와 시민모임 낭싱그레가게2는 4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제주시장은 제성마을 할머니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아울러 "어떤 할머니는 잘려 나간 벚나무를 살려보고자 나무의 뿌리를 캐 우영팟과 마을회관에 잘 묻었다. 한 할머니는 뿌리를 묻으며 눈물을 자꾸 흘렸다"면서 "또다른 할머니는 '나무를 다시 살려달라'고 빌었다. 마을회장은 시청에 찾아가 도로공사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제성마을의 희생으로 제주발전의 토대가 마련됐다. 개발의 혜택을 누린 사람들이 감사를 전하지 못할망정, 또다시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아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억과 소망을 품은 나무를 베어내면서까지 차가 빨리 지나다녀야 하는가. 마을 앞에선 차가 천천히 지나면 되지 않나"라면서 "빨리 가고 싶다면 전국 평균 2배가 넘는 도내 자동차 보유대수를 줄일 방책을 내는 게 행정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시는 도로확장을 철회하고, 왕벚나무를 살려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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