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신산리 소재 독자봉에서 내려다본 제2공항 예정부지.(사진=박소희 기자)
제주 서귀포시 신산리 소재 독자봉에서 내려다본 제2공항 후보지.(사진=박소희 기자)

국토부는 제주2공항의 '조류-항공기' 충돌 위험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환경부 권고에 따른 기준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 권고를 국토부 입맛대로 왜곡 해석한 결과라는 반박이 나왔다. 

항공기와 충돌했을 경우 피해가 큰 철새 수십 종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조류 충돌 심각성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조류 충돌 조사 자체가 왜곡 조작됐다"는 의혹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는 크게 '충돌 가능성'과 '충돌 심각성'으로 나뉜다. 충돌 가능성은 '사고의 빈도', 충돌 심각성 '피해 정도'를 말한다. 

흑산공항, 새만금공항은 물론 '제2공항 보완용역'에서도 개체의 신체적 크기와 무리를 이루는 정도를 기준으로 조류 종별 충돌 심각성, 즉 피해 정도를 평가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제2공항 후보지 인근에서 대규모로 발견되는 가마우지, 쇠백로, 중백로, 흑로 등은 충돌 심각성이 높은 조류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번 전환평 본안에서 지난 14년간 국내 충돌사고 사례가 없는 종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평가 기준 변경 결과 제2공항 후보지 인근에서 발견되는 고위험종 다수가 충돌 심각성 평가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한국공항공사가 사용하는 방법(모델)으로 분석했더니 환경부가 이미 건설돼 운영 중인 공항에 적용하는 방법이라며 2003년 미국·캐나다 조류충돌위원회가 내놓은 ‘신규 공항 입지 평가를 위한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방법’을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 권고대로 "미국·캐나다 기준을 적용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캐나다 기준을 적용하면서 오히려 조류충돌 심각성 평가 결과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9년 “조류 충돌 위험이 있어 입지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미국·캐나다 모델을 권고한 바 있다. 국토부가 제출한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내용은 빈약하니, 이를 '강화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가 정한 후보지는 ‘서귀포 성산읍 온평·난산·고성·수산·신산리’ 일대다. 후보지에서 3~8㎞ 떨어진 곳에 ‘철새도래지 동부벨트’가 있다. 제주 지역 최대 조류서식지 인근에 공항 입지를 정한 셈. 

2019년 환경부는 "한국공항공사 모델은 공항 내·외부 반경 5㎞ 이내의 조류 서식과 충돌 현황만 분석하니, 미국·캐나다 등 모델도 참고하라"고 권고했다.

공항 후보지 평가에서 "주변 조류 현황과 함께 조류 이동 경로, 후보지를 가로질러 이동할 가능성 등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미국·캐나다 기준을 적용, 오히려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를 축소했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환경부는 미국·캐나다 모델을 이용한 평가를 진행하고, 기존에 실시한 위험성 분석 결과와 비교 검토하라고 주문했다"면서 국토부가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캐나다 모델 권고는 조류의 이동성을 고려한 공간적 분석을 토대로 위험성 분석이라는 것이 골자였다는 설명이다. 

미국·캐나다 논문 일부 (자료 제공=박찬식 위원)
미국·캐나다 논문 일부 (자료 제공=박찬식 위원)

박찬식 위원은 "미국·캐나다 논문을 살피면 '피해 조류 항공기 충돌' 사례 가운데 중대 피해(기체손실) 비율로 기존 공항과 신규 공항을 비교를 할 수 있다고 나오긴 한다. 하지만 '유의미한 통계'가 있을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항공기·조류 충돌 현황'에 따르면 조류 충돌 1400건 가운데 개체 확인이 된 사례는 약 170건에 불과하다. 약 12% 정도만 확인된 셈인데, 이를 근거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 것.  

박찬식 위원은 "'빈약한 국내 통계로 기계적인 안전성 평가를 했다"고 지적했다. 

후보지에는 생태보전 가치가 우수한 제주도 주요 철새도래지들이 있음에도 국토부는 근본적인 입지 적정성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후보지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는 172종, 국토부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이번 전환평에서 133종을 뺀 나머지 39종만 위험성 평가를 했다. 그중 피해가 심각하다고 평가된 종은 단 12종 뿐. 

박찬식 위원은 "133종은 지금까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토부 논리는 궤변"이라면서 "환경부는 환경부가 '조류 충돌 위험이 있어 입지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부실한 전환평을 그대로 통과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한편 KEI는 제2공항 전환평(2019) 검토 결과 국토부가 근본적인 입지 적정성 문제를 검토하기보다 운영을 위한 관리계획안을 수립한 것"이라며 "입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환평(2023) 내용으로는 조류 보호나 조류 충돌로 인한 안전성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부적절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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