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기준을 조작,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설 계획 예정지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가마우지' 등을 평가 대상에서 빼기 위해 기준 자체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기본계획 검증TF(이하 검증TF)'는 27일 오전 11시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을 중심으로 2차 브리핑을 가졌다.
전문 검토기관의 막대한 환경 영향 우려에도 국토부와 환경부가 전환평에 대해 졸속 협의하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검증TF를 구성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과 2023년 기본계획안을 분석하고 있다.
충돌 피해 높은 조류 '수두룩' 평가 대상에 빠졌다
검증TF는 이날 '기준 조작'을 통해 전환평 결과를 국토부 입맛대로 도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항공기와 충돌했을 경우 피해가 큰 철새 수십 종이 조류 충돌 심각성 평가 대상에서 제외돼서다.
흑산공항, 새만금공항은 물론 제2공항 보완용역에서도 개체의 신체적 크기와 무리를 이루는 정도를 기준으로 조류 종별 충돌심각성을 평가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제2공항 후보지 인근에서 대규모로 발견되는 가마우지, 쇠백로, 중백로, 흑로 등은 충돌심각성이 높은 조류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번 전환평 본안에서 지난 14년간 국내 충돌사고 사례가 없는 종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가마우지 등 다수 종이 심각성 평가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제2공항 전환평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 고위험 종 다수가 본안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는 크게 '충돌 가능성'과 '충돌 심각성(피해 정도)'으로 나뉜다. '충돌 가능성'은 '사고의 빈도' 문제로 지역별 사고 개체 빈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충돌 심각성'은 '사고의 피해'를 따지는 평가다. 충돌 가능성과 달리 개체별 보편값을 갖는다.
몸집이 큰 가마우지가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김포공항에서 충돌하든 제주공항에서 충돌하든 그 피해 규모가 크고, 몸집이 작은 참새가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어디서든 그 피해 규모가 작다는 의미다.
검증TF는 "국내 항공에서 충돌 사례가 없다고 충돌 심각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면서 가마우지의 경우" 제2공항 활주로 남단에서 2㎞ 이내 장소에서 대규모로 발견되는 종인데 평기 기준이 바뀌면서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의아해 했다.
또한 갈매기 등 평가 대상이 된 조류와 관련해서도 "같은 종인데도 피해 심각성이 제2공항과 흑산도에서 다르게 평가됐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준 변경 근거도 부실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국내 공항 충돌 사례 없음을 평가 대상 제외 근거로 들었지만 '국내 항공기·조류 충돌 현황'에 따르면 조류 충돌 1400건 가운데 개체 확인이 된 사례는 약 170건에 불과하다. 약 12% 정도만 확인된 셈인데, 이를 근거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 것.
검증TF는 겨울철 철새가 많은 시기에 우점종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조사 자체도 부실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기준 조작'"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이날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기준 변경 사유에 관해 알아 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당한 우점종 조사 결과
조류 충돌 가능성 분석은 △종별 개체군 △취식·휴식·번식지 위치 △공간이용 정도 △공항부지를 가로지를 정도 △이착륙 경로를 가로지를 정도 △종별 비행행동 등을 조사해 각각 5등급으로 나누고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
국토부는 해당 지침에 따라 2017년 9월, 2018년 1~2월, 2019년 8월과 11월, 2020년 1~5월 제2공항 예정지 종류 충돌 위험성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는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조류 이동성 조사(고도) 결과에 대한 타당성이 미흡하다면서 2021년 전환평을 반려했다.
국토부는 반려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2022년 추가 조사에 나섰지만 검증TF는그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다시 철새 이동이 많은 겨울철이 아닌 4~6월 고작 3회만 조사한 것.
문제는 우점종은 조사 시기와 방법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봄철 조사가 이뤄진 2021년 우점종은 1위가 직박구리(1541개체) 2위가 제비(1029개체)다. 반면 겨울철 조사가 이뤄진 2020년 우점종은 1위가 제비(1만501개체), 2위가 오리류(7950개체)다.
겨울 철새가 많은 시기 조사가 이뤄지자 충돌 심각성이 높은 오리류가 우점종이 된 것이다.
검증TF는 "작년 4~6월 조사로는 환경부 반려 사유를 보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환경부에 집 지키는 열쇠를 맡겨 놨더니, 그 열쇠로 국토부 도둑질을 도왔다"고 비유했다.
한편 비행기 엔진에 몸집이 큰 조류가 들어가면 항공기 추락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조류 충돌 위험성은 공항 입지 타당성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제2공항 전환평 검토 결과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환평 내용으로는 조류 보호나 조류 충돌로 인한 안전성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부적적 의견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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