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타당성 검증TF 박찬식 정책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제2공항 타당성 검증TF 박찬식 정책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제주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환경부(장관 한화진)가 이를 묵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토부가 지난 8일 공개한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불풀린 수요 예측을 통해 마련한 초과 과잉 시설"임에도 환경부가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등을 따지지 않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그대로 통과시켰다는 지적이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TF(이하 검증TF)'를 구성하고 2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1차 브리핑을 가졌다. 

국토부는 지난 6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통과되자 8일 기본계획안을 내놨다.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 의견을 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을 전환평 협의 조건으로 명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틀만에 기본계획안을 제주도에 송부한 것. 

전문 검토기관의 막대한 환경 영향 우려에도 국토부와 환경부가 전환평에 대해 졸속 협의하자 도민회의는 검증TF를 구성하고 2023년 기본계획안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토부가 항공 여객 수요를 부풀려 제2공항 대안과 규모를 결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2023년 3월 6일 환경부 보도참고자료. 

국토부, 항공 수요 예측 조작했나

이들은 국토부가 이번에 제시한 2055년 항공 수요 전망치가 "여전히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55년 제주도 항공 수요 전망치는 3969만 5000명이다. 국제선의 경우 2040년을 기점으로 2055년까지 줄어드는 반면 국내선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국토부는 "과거 관광객 증가"를 그 근거로 들었지만 검증TF는 "인구 관련 변수에 고령화를 반영하지 않은 엉터리 예측"이라고 반박했다. 제주도 국내 관광객은 20~50대가 82%를 차지, 추후 국내선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항공수요 예측 시 인구감소추세, 노령화, 제주도 환경 수용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2019년 환경부 보완 요구가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증TF 참고자료 발췌. 
검증TF 참고자료 발췌. 

또 국토부는 2050년에서 2055년 사이 국내선 이용객이 140만명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토부가 앞서 진행한 제2공항 사전·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2045년 이후 수요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안은 국내선 이용객이 2055년까지 꾸준하게 증가, 결과적으로 4000만 항공 수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검증TF는 국토부가 제2공항 신설 명문으로 애초 내세운 '항공 수요 4000만'을 맞추기 위한 고의적 조작을 의심했다. 코로나 19라는 변수가 나타나자 국제선 항공 수요 예측을 줄이는 대신 국내선 항공 수요를 늘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구나 GDP 등 주요 변수가 달라지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국내선 이용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해서다. 

국토부는 항공수요 예측 시 인구감소추세, 노령화를 반영해 국토부가 제시한 수요 예측의 타당성을 입증하라는 2019년 환경부 보완 의견을 사실상 무시한 전환평을 2023년 다시 제출한 셈이지만 환경부는 이를 통과시켰다. 

전환평 취지 무력화 한 환경부

검증TF 지금의 환경부 역시 현 정부 눈치만 살피며 자연환경 보전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했다. 

2019년 환경부(당시 장관 조명래)는 신도·하모·난산·성산 4개 후보지 가운데 성산 지역을 최적으로 선정한 근거와 공항 규모의 적정성, 제2공항 신설 필요성 등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계획의 적절성과 입지 타당성 등을 담보해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가 가능하다던 환경부. 

그러나 윤 정부에 들어 "전문기관 검토 결과, 입지 타당성이 인정됐다"면서 제2공항 건설 재개에 손을 들어 줬다. 

과연 2019년 환경부가 요구한 '계획의 적정성'은 현재 담보됐을까. 

2023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국립생태원 검토의견
2023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국립생태원 검토의견

이번 전환평 검토에 참여한 전문기관 일부는 아니라고 했다. 

전환평 협의 이후 공개된 검토기관 의견은 환경 파괴와 식수에 미치는 영향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부정적. 

특히 숨골 훼손, 조류 충돌 위험 등을 이유로 "적정한 사업 규모를 검토할 것"을 의견으로 냈지만 이번 환경부는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오히려 부지 면적을 기존 500만㎡에서 550만㎡로 규모로 확대한 기본계획안을 제주도로 송부, 의견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있다

검증TF는 철저한 검증을 위해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국토부 주장대로 제2공항 신설이 불가피한지, 현공항 확충으로 충분한 지 확실한 검증 후 도민이 결정하겠다는 의지다. 

이들이 정부와 제주도에 요구하는 자료는 크게 ▲2019년 9월 23일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과 이에 대한 전문기관 의견서, 환경부의 의견서(1차 보완요구) ▲2019년 12월 3일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1차 보완서와 이에 대한 관련 부처 및 전문기관 의견서, 환경부의 의견서(2차 보완요구) ▲2021년 6월 11일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보완서와 이에 대한 관련 부처 및 전문기관 의견서, 환경부의 의견서(반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보완을 위한 분야별 용역내역 및 보고서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환경부와 전문기관 교신, 공문 및 회의자료 ▲ 제주공항 단기대책 2단계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평가 용역 등 6가지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TF는 20일 1차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TF는 20일 1차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특히 박찬식 정책위원은 "국토부가 2021년 제출한 전환평 2차 보완서와 그에 따른 환경부 반려 의견서가 공개돼야 이번 추가 보완 내용과 비교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TF는 요구한 자료를 토대로 계획 적정성을 비롯한 입지 및 절차 타당성, 경제성, 주민수용성 등을 차례로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도 수렴 과정에 적극 대처하고, 필요시 집단 민원과 법적 대응까지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그동안 정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 보고서,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비공개로 일관, 밀실·졸속 추진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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