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는 29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가량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성인 대표)
제주특별자치도는 29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가량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성인 대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 발표 이후 첫 경청회가 열렸다. 이번 기본계획안에 대한 쟁점별 논박을 구체화 하는 토론회라기보다는 찬·반 의견을 듣는 성격을 지닌 자리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9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가량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를 개최했다. 

먼저 기본계획안 용역을 맡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POSCO E&C Consortium)이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용역진은 제2공항 추진 근거로 "현 공황 포화"를 강조하면서 기본계획안에 담긴 △항공수요예측 △시설규모 및 배치 계획 △환경관리 계획 △지역 상생 방안 △건설운영 및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전했다. 

용역진, 예민한 '항공기-조류충돌' 문제 언급조차 하지 않아

그러나 민감한 '항공기 조류충돌 위험성' 관련 내용은 언급조차 없었다. "국토교통부의 조류 충돌 조사 자체가 왜곡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주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아예 뺀 것이다. 

이날 경청회에서는 △제2공항 건설 목적 △항공기-조류충돌 문제 △경제적 이득과 자연 보전 △이해 당자사 범주 및 주민 투표 등 관련해 찬·반 의견이 판이하게 엇갈렸다. 

2023년 3월 29일 열린 제2공항 기본계획 도민 경청회에서 찬반 주민들이 격앙돼 소란이 일기도 했다.(사진=박소희 기자)  
2023년 3월 29일 열린 제2공항 기본계획 도민 경청회에서 찬반 주민들이 격앙돼 소란이 일기도 했다.(사진=박소희 기자)  

국방부가 노리는 제2공항...순수 민간 공항인가?

용역진은 제주 제2공항이 순수 민간공항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대측은 "군사공항 활용" 목적성을 지적했다. 찬성측은 국가 안보를 위해 비상시 군사공항 활용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찬식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이날 1992년 국방부와 건교부(국토부 전신)가 민군 겸용 '제주 신공항' 건설에 합의 한 점을 거론하며 "제2공항이 지어지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공군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제2공항, 공군기지로 활용될 것...그 싹 잘라야")

당시 국토부는 공군기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2019년,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 사업에 공식적으로 제주남부탐색구조부대(이하 공군기지) 창설 계획을 포함시킨 것이 확인되며 지역사회가 술렁거렸다.

제2공항 제1차 도민경청회에서 반대측 대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박찬식 정책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제2공항 제1차 도민경청회에서 반대측 대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박찬식 정책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박 정책위원은 는 2019년 국방부가 공군기지 건설예산으로 약 3000억원만 책정한 점도 '군공항 활용론' 근거로 들었다. 

이는 국방부가 단독으로 공군기지를 건설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제2공항 활주로 및 기반 시설을 활용하려는 구상이라는 우려다. 

턱 없이 큰 시설 규모"도 군공항 활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부지 면적은 제주공항의 1.5배. 박 정책위원에 따르면 제2공항(550만㎡)과 현 공항(350만㎡)을 합친 항공 수용력은 최소 연 6000만명 이상이다.

국토부 항공수요 예측치는 최대 4000만명 정도. 박 정책위원은 "국토부의 항공수요 예측을 인정하더라도 엄청난 과잉규모"라며 "도대체 왜 이렇게 큰 공항이 필요하냐"고 따져물었다.

"군사공항 가능성 제거한 뒤 건설문제 논의해야"

제2공항 이해당사자라고 소개한 한 주민은 "군사공항이라면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군공항 의혹 제거가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경청회(사진=박소희 기자)
2023년 3월 29일 제1차 제2공항 기본계획 경청회가 열렸다. (사진=박소희 기자)

그는 "군사공항 의혹을 확실히 제거한 뒤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환경 수용성 등은 추후 문제"라고 했다. 국방부가 군사공항 활용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제2공항 건설 논의 자체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찬성측 주민은 "전시 상황에서는 모든 공항을 군사 공항으로 쓸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안 하고 나라를 어떻게 지키나. (제2공항은) 민간 공항으로 짓지만,  비상시 군공항으로 안 쓸 수 없다"는 등 군 공항 활용의 문을 열어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수유입량 높은 동부지역 지하수...숨골 틀어막으면 어쩌나

용역진은 친환경 공항 건설을 목표로 환경부가 제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잘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반대측은 전환평 자체가 엉터리라고 반박했다. 찬성측은 지역균형 발전, 침체한 건설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제2공항 건설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주의 환경수용력 고려도 제2공항 주요 쟁점중 하나다. 

현재 제주도 인구는 약 70만명 관광객은 연간 1500만 정도. 그럼에도 쓰레기·하수 처리 용랑 초과 등 환경 인프라가 버티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과 비등한 부동산 가격도 제주 사회의 난제다.

이날 신산리 주민은 "지금도 제주가 못 버티고 있다"면서 국토부가 예측대로 입도 관광객이 4000만명으로 늘면 제주가 남아나겠냐"고 우려했다. 

숨골 (제주투데이 DB)
숨골 (제주투데이 DB)

특히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숨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전환평이 통과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 내 숨골은 총 135곳. 숨골이 8개 뿐이라고 우겼던 국토부는 최근 135곳임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환경부가 전환평 협의 과정에서 숨골의 보전가치가 뭐냐고 3차례나 물었다"면서 "보전가치를 제시하려면 숨골 훼손에 따른 지하수 감소량과 홍수 피해 등을 제시해야 하는데 인공 숨골을 만들겠다는 것이 국토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숨골 훼손은 성산지역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하수로 먹고 사는 제주 도민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2공항 예정지가 있는 제주 동부지역은 지하수량 수위가 낮아져 지하수 관정에서 해수 유입이 늘고 있는 지역이다.

제2공항 건설 및 주변 지역이 배후도시로 개발되면 지하수 함양률이 줄어 해수 유입량이 더 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돈, 돈, 돈... '제2공항 주민 피해', 돈으로 해결?

찬성측은 국토부가 전환평 협의 내용을 잘 이행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면 환경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면서 '성산 공항' 건설로 얻어 질 경제적 이득에 주목했다.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에서 찬성측 대표로 나가 의견을 전하고 있는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 (사진=박소희 기자)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에서 찬성측 대표로 나가 의견을 전하고 있는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 (사진=박소희 기자)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은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주 공약으로 내세운 "관광청 신설"을 성산에 유치해 달라고 요구했하기도 했다. 아울러 제주도가 제2공항 운영에 참여토록 하며 수익 일부를 성산 지역에 환원해 줄 것을 제안했다.  

다만,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제기하는 토지수용과 소음피해는 "이해한다"면서 "정부가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경제적 보상 즉, '돈'으로 피해를 해결하자는 논리다.

제2공항 건설 문제...성산읍 주민들만의 일?

제2공항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요구가 거센 가운데 제2공항 이해당사자 문제를 두고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찬성측 주민은 "제2공항 이해당사자는 성산지역 주민"이라면서 "투표를 해도 이해당사자끼리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성산 지역 개발 문제를 왜 서쪽 지역 주민들에게도 묻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대측 주민은 "제주 자연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면서 "관광객 증가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지금 제주도민 모두가 감당하고 있지 않냐"고 응수했다. 

그는 "당장 땅값이 오르고 내 아들이 취업할 수 있으니까 찬성한다 치면, 정말 제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나. 대규모 개발과 관광객 증가로 인한 낙수효과가 현재 도민에게 있긴 하냐"고 물었다. 

제2공항 제1차 경청회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찬성측 주민들(사진=박소희 기자)

제2공항 반대하면 '빨갱이'?...도 넘는 인신 공격 '눈총'

찬성측은 반대측이 의견을 발표할 때마다 앉은 자리에서 "또 맹꽁이 나왔네" "선동꾼들", "미XX" "빨갱이"라고 외치면서 인신공격을 이어갔다.

사회자가 "인신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지만, 찬성측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특정인을 대상으로 인신공격을 계속하자 반대측이 이에 항의, 대치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경청회는 앞으로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두차례 더 예고돼 있다. 경청회에서 제출한 서면 의견서도 공식 의견으로 접수된다고 하지만 서면 제출된 의견서를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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