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이 된 제주. 제주의 현실은 주류사회가 추구해온 미래 모습이 아닐까?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제주투데이는 제주 청년 보배와 육지 청년 혜미가 나누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주류사회가 답하지 못한 자리에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협력으로 진행되는 [보혜미안편지]는 음악·영화·책 등 다양한 텍스트를 중심으로 10회 연재된다. 이들이 끌고온 질문에 우리 사회가 책임있는 답을 하길 바라며. <편집자주>

저는 남쪽 모슬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모슬포는 제주 남서쪽 끝에 있는 동네로, 송악산에 오르면 최남단 섬이라는 마라도가 보이는 멋진 풍경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저는 친구들과 함께 모슬포 곳곳을 누비며 뛰어놀았습니다. 동네 앞 커다란 나무를 놀이터 삼고, 용천수가 나는 빨래터에서 물고기와 게들을 잡고, 풀어주며 자연 속에서 배우며 즐겼던 것 같습니다. 

또 주말이면 사촌 동생들과 함께 우리 집 봉고차를 타고 다 같이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바다, 산, 숲 등 제주 곳곳 안 가본 곳 없을 정도로 즐겁게 돌아다녔습니다. 도로가 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갑자기 봉고차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낙후됐던 제주였지만 그 시절 제주는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제주가 많이 바뀌었어요. 인구는 급속하게 늘어 거의 70만명에 이르고, 한해 1500만명 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핫 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가 서울 다음으로 빠르게 진출하는 곳이 됐고, 포장된 도로가 제주 전역에 깔려 제주의 멋진 풍경을 찾아 어디든 편히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좋아졌는데, 왜 전 아쉬움이 더 클까요.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제주는 쓰레기장이 포화해 골치를 썩이고 있고, 오수와 하수가 넘쳐 아름다웠던 바다를 오염시키기 있으며,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심해져 매일 짜증을 부리게 됐습니다. 여기에 땅값은 폭등해서 부담스러워진 주거비는 물론 제가 뛰어놀든 용천수가 나던 물터는 이제 악취가 나는 곳이 되어버렸네요.

그런데도 아직도 제주는 더 개발하고자 달린다고 합니다. 1500만명의 관광객이 적다며 공항을 더 지으려 하고, 도로는 더욱 넓히고, 새로 뽑아 더 편리한 제주가 되겠다네요. 그런데 이 편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어린시절에 뛰어놀던 그자리를
다시 찾아가 보았지만
내친구 하늘소도 집게벌레도 온데간데 없고
남은건 커다란 쓰레기더미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땅은 우리가 지켜야만 해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야 해

더이상은 이제 그러지마 조금만 노력하면 돼
서로의 관심속에서 하나하나 고쳐나가면 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을거야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땅은 우리가 지켜야만 해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야 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땅은 우리가 지켜야만 해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야 해

윤도현 <나의 작은 기억> 중

나온 지 28년이 흐른 노래건만 왜 저 가사들이 더 절절하게 다가올까요. 

제주는 우리나라의 보물이고, 그래서 제주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겠죠. 그래서 묻고 싶어요. 제주가 좋아 제주를 자주 찾는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이 원한 제주는 정말 그런 곳이었나요? 

우리가 사랑한 제주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강보배

전국을 노마드처럼 다니며 청년을 연결하는 제주 토박이. 회사 상무님들이 무서워한다는 90년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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